▲2월 6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안철수 재단> 설립 기자회견'에서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과 재단 이사장을 맡은 박영숙 전 한국여성재단 이사장이 기자들의 질문을 받던 중 안 원장의 정치참여와 관련한 질문이 집요하게 이어지자 웃음을 지어보이고 있다.
권우성
재단 설립을 통한 기부방식을 둘러싼 논란도 있다. 이건희 회장의 삼성꿈장학재단(8000억 원 출연), 현대차 정몽구 재단(5000억 원 출연), 이명박 대통령의 청계장학재단(331억 원 출연)까지 공익재단을 통한 기부는 '생색내기용', '재산관리용'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황장수 미래연구소장은 <안철수, 만들어진 신화>에서 "부동산 대신 주식을 기부했을 뿐, 청계재단과 안철수재단은 기본구조가 똑같다"면서 "언론이 이명박이나 다른 기업인들과 전혀 차이가 없는 안철수의 기부방식을 특별한 차이점이라도 있는 것처럼 특별하게 보도했다"고 주장했다.
"맨 몸으로 시작한 사람이 무엇을 얼마나 더 욕심을 내겠습니까? 아이들을 다 키워 놨으니 무엇이 얼마나 더 필요하겠습니까? 우리 내외 살아갈 집 한 칸이면 족합니다. 그 외 가진 재산 전부를 내어 놓겠습니다. 어렵고 힘든 이들을 위해서 잘 쓰이도록 하고 그렇게 했으면 싶습니다."2007년 12월 7일. 이명박 당시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는 선거방송연설을 통해 '전재산 기부'를 선언했다. 그로부터 2년여가 지난 2009년 9월 7일, 이명박 대통령은 장학재단인 '재단법인 청계' 설립을 발표했다. 이 대통령은 서울 서초동 영포빌딩, 대명주빌딩, 양재동 영일빌딩 등 자신 소유의 빌딩 3채를 출연했다. 이들 건물의 감정 평가액은 395억 원. 이 가운데 임대보증금 등 부동산 연관 채무를 제외한 총 기부액은 331억4200만 원이었다.
이 대통령은 '재단법인 청계 설립에 즈음하여'라는 글에서 "대통령으로서뿐만 아니라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우리 사회가 서로가 서로를 돕고 사랑과 배려가 넘쳐나는 따뜻한 사회가 되길 진심으로 고대한다"는 바람을 전했다. 이동관 당시 청와대 대변인은 "최고 지도자 재임 중에 재산 대부분을 사회에 기부한 것은 세계 정치사에 유례가 없는 일"이라고 큰 의미를 부여했다.
하지만 '청계재단'과 관련해서는 '꼼수 기부' 의혹이 끊이지 않고 있다. 상속세 등 각종 세금을 회피하기 위한 '위장 장학 재단'이 아니냐는 것. 이사진에 이 대통령의 측근은 물론이고, 사위도 포함돼 '편법 증여' 논란이 일기도 했다.
장학재단으로서의 역할도 의문스럽다. 2011년 청계재단이 부동산 임대·관리비 매출로 얻은 수입은 13억4974만 원. 이 가운데 장학금 지급액은 2억7865만 원에 불과했다. 2010년에도 전체 수익 12억1677만 원 중 3억1915만 원을 장학금으로 기부했다. 문제는 청계재단이 이명박 대통령 개인 '빚'을 갚는 데 장학금보다 더 많은 비용을 썼다는 것.
정진후 진보정의당 의원이 서울시교육청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청계재단은 이 대통령의 대출금 이자비용으로 2억7950만 원을 지출했다. "청계재단이 장학사업을 위한 것이 아니라 대통령의 재산관리를 위해 만들어진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주식 매각해 현금 출연, 획기적"... 향후 행보 지켜봐야
▲안철수 무소속 대선후보가 10월 14일 오전 서울 공평동 공평빌딩 진심캠프 기자실에서 경제민주화 정책을 발표하고 있다.
권우성
다른 '재벌 공익재단'들의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다. 경제정의실천연합이 지난해 12월 대기업 소속 45개 공익법인을 분석한 결과, 30개 공익법인 보유주식의 90% 이상이 계열사 주식이었고, 평균 배당률은 1.59%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배당금 수익이 전혀 없는 법인도 12개나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배당금만으로 재단을 운용해야 하는 상황에서 '재원'이 없는 셈이다. 정몽구 회장이 5000억 원을 기부한 현대차 정몽구 재단의 2011년도 공익목적사업비는 70억 원에 불과했다.
지난 4월 열린 '공익재단의 실상 및 역할' 세미나에서 김성호 바른사회공헌포럼 공동대표는 "공익법인의 과도한 주식보유는 공익사업 재원으로서 역할을 못한다는 지적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막대한 계열사 주식 보유는 대기업 오너 일가의 지배구조 강화를 위한 우호 지분 역할을 목적으로 한다는 의혹까지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그렇다면 안철수 재단은 어떨까? 김성호 대표는 안철수 후보가 '현금'을 출연했다는 점에 주목했다. 김 대표는 "대기업 재단들은 주식으로만 기부하지, 현금화를 거의 안 시키기 때문에 공익목적에 사용할 비용이 없다"면서 "안철수 후보가 기부 주식의 절반을 현금화했다는 것은 획기적인 일"이라고 높이 평가했다.
안랩 보유주식 186만 주 가운데 86만 주를 현금으로 출연한 안철수 후보는 남은 100만주 가운데 50만 주(안랩 지분의 5%)는 재단에 주식으로 기부하고, 나머지 50만주는 수익자를 재단으로 지정해 신탁할 예정이다.
이처럼 주식을 한꺼번에 기부하지 못하는 이유는 증여세 때문. 현행 상속·증여세법은 계열사 주식의 출연에 대한 세금감면 혜택을 지분 5%까지로 제한하고 있다. 다만, 공익재단이 1년 간 운용소득의 80% 이상을 공익목적에 사용하게 되면, '성실공익법인'으로 인정받아 주식 출연 자산에 대한 증여세가 10%까지 면제된다.
현재로서는 안철수 재단의 역할을 평가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지난 2월 설립 기자회견을 열었던 안철수 재단은 '대선 전까지 안철수 재단 명의로 기부하는 것은 선거법 위반'이라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유권해석을 받고 현재 활동을 잠정 중단한 상황이다.
재벌개혁운동을 전개해온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안철수 재단이 안철수 후보의 의지에 따라 움직이게 되면 청계재단 등 다른 재단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면서 "향후 안 후보의 행보를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안철수 연구소 13년간 기부액은 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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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무소속 대통령 후보는 '영혼이 있는 기업'을 강조해왔다. 그는 지난해 11월 안랩 직원들에게 보낸 '재산환원' 이메일에서 "기업이 존재하는 것은 돈을 버는 것 이상의 숭고한 의미가 있으며, 여기에는 구성원 개개인의 자아실현은 물론 함께 살아가는 사회에 기여하는 존재가 되어야 한다는, 보다 큰 차원의 가치도 포함된다고 믿어왔다"고 썼다.
그렇다면 안철수 연구소의 기부액은 어떻게 될까. 1995년 안철수 연구소를 설립한 안 후보는 2005년 3월 전문경영인에게 경영을 맡기고 유학을 떠나기 전까지 안랩의 대표이사를 지냈다. 이후 안 후보는 대통령 선거 출마를 선언한 지난 9월까지 안랩 이사회 의장을 맡았다.
총매출액의 0.05%인 3억 기부... 안랩 "재능기부만 환산해도 10년간 49억"
<오마이뉴스>는 금융감독원에 공시된 안철수 연구소의 손익계산서(1999년~2011년)를 분석했다. 이에 따르면, 지난 13년 간 안랩의 기부금은 3억1013만3640원. 이는 이 기간 총매출액의 0.05%, 당기순이익의 0.27% 규모다.
'매출액, 순이익에 비해 기부금액이 적은 것 아니냐'는 기자의 질문에 황미경 안랩 커뮤니케이션팀 부장은 <오마이뉴스>에 보낸 답변서를 통해 "단순 기부금으로만 본다면 아직 부족한 점이 있지만, 안랩은 단순 금전적인 부분보다 안랩이 잘 할 수 있는 분야에서 좀 더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 사회공헌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고 답했다.
황 부장은 "안랩은 그동안 한국정보화진흥원, 서울 YWCA 등 단체 및 개별 해외 봉사단에 V3 라이선스를 제공해왔고, 사회적 복지시설에도 V3 기부를 꾸준히 해오고 있다"면서 "이런 방식으로 사회에 안랩의 재능을 기부한 것을 금액으로 환산 시 2003년부터 2012년 10월까지 총 49억 원에 달한다"고 설명했다.
이외에도 그동안 청소년 대상 무료 보안 교실 'V스쿨', 개발자를 위한 보안컨퍼런스 '안랩 코어', 보안 컨테스트 '시큐리티 웨이브' 등 다양한 지식기부활동을 펼쳐왔다는 것이 안랩 측의 주장이다. 2009년 7.7 디도스 공격, 2011년 3.4 디도스 공격 등 국가적 사이버 위기 상황에서의 '기술력 기부'도 '사회공헌'의 일환이다. 이와 함께 안랩은 2005년 아름다운 일터 1호로 지정돼 2012년까지 현물 기부를 포함해 1억여 원을 기부했고, 2003년부터 아름다운가게 바자회를 진행해 2012년까지 약 3000만 원의 매출액을 기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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