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반하장' 새누리 "먹튀방지법 수용 당연한데 웬 조건?"

'투표시간 연장' 연계처리 제안 '없던 일'로 기정사실화... 투표율 제고 논의 방침만

등록 2012.11.01 11:33수정 2012.11.01 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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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 29일 오전 여의도 새누리당사에서 김용준·정몽준·김성주 공동선대위원장, 김무성 총괄선대본부장, 황우여 대표, 한광옥 국민통합위 수석부위원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중앙선대위 전체회의가 열리고 있다. (자료 사진) ⓒ 권우성


"정치적 야합으로 자당의 후보를 사퇴시켰다면 당연히 지급된 국고보조금을 반납하는 게 마땅하고 정의로운 일이다. 이를 마치 희생처럼 포장하는 기술이 놀라울 뿐이다."

서병수 새누리당 사무총장이 1일 오전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중앙선대위 회의에서 한 발언이다. 서 사무총장만이 아니었다. 새누리당은 이날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후보의 '먹튀방지법(후보 중도사퇴시 선거보조금 환수법안)' 전격 수용을 깎아내리는 데 바빴다. 자신들이 '먹튀방지법'과 연계하자고 제안했던 투표시간 연장에 대해서는 '야권후보의 선동 전략'이라며 잡아뺐다.

당초 '먹튀방지법'은 야권 후보 단일화를 염두에 둔 새누리당의 '부비트랩'이었다. 문 후보가 사퇴시 민주당이 선거보조금 152억 원을 못 받도록 해 향후 전개될 문재인-안철수 단일화 협상에 난관을 미리 조장해놓은 것이었다.

특히 이정현 새누리당 공보단장은 지난달 29일 "대선 후보로 출전도 안 하면서 후보로 등록해 150억 원의 혈세를 먹고 튀는 것을 허용하는 것은 나라도 아니고 국가도 아니다"라며 "먹튀방지법과 투표시간연장 관련 법안 개정을 동시에 처리하자"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러나 문 후보 측이 "정당의 이익보다 국민의 참정권을 지키는 것이 훨씬 중요하기 때문에 새누리당의 요구를 대승적으로 수용하기로 했다"며 연계처리 제안을 수용하자, 새누리당은 "연계처리 제안은 이 공보단장 개인의 생각"이라고 발뺌하기 시작했다.

이날 중앙선대위 회의에서는 "돈 빌린 사람이 돈을 갚으면서 조건을 거는 게 있느냐"고 문 후보에게 역정을 내기도 했다. 자신들이 내건 조건을 수용하겠다는 데도 공세를 펼치는 궁색한 상황에 빠져버린 셈이다.

문재인 '먹튀방지법' 수용 깎아내리기 바빠... "채무자 돈 갚으면서 조건 거나"


서 사무총장은 문재인 후보의 '먹튀방지법' 수용을 당연한 일로 치부하면서 투표시간 연장 요구는 '검증되지 않은 문제'로 단정했다. 그는 "투표율을 높이자는 데 반대할 정당은 없지만 투표시간 연장만이 투표율을 확대하는 것처럼 왜곡·선동하는 행태야말로 국민의 무관심, 투표율 저하를 초래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투표율을 높이기 위해선 투표시간을 한 두시간 정도 연장하는 것보다 부재자 투표소 설치를 확대하고 기간을 늘리는 게 맞다, 국회에서 의논하면 된다"면서도 "신뢰받는 정치를 하면 투표율은 자연스레 상승하게 된다는 것을 문재인, 안철수 후보는 명심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기현 원내수석부대표는 "돈 빌린 사람이 돈 갚는 것처럼 선거비용에 사용하라고 준 돈을 후보 중도사퇴시 반환하는 건 당연하다"면서 "문 후보가 당연한 공당의 의무를 이행하는데 조건을 거는 건 어이가 없다, 돈 빌린 사람이 돈을 갚으면서 조건을 건다면 웃음거리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받지 않아야 될 선거보조금을 반환하는데 있어 조건을 걸 일이 아니란 점을 분명히 말한다"며 "당연한 의무를 이행하면서 양보한 것처럼 처신하는 건 대통령 자격을 의심케 하는 일"이라고 덧붙였다.

김 원내부대표 역시 '투표시간 연장'은 정략적 목적으로 제기된 것이라고 깎아내렸다. 그는 "민주당은 서울시 무상급식 주민투표 당시 참정권 행사를 노골적으로 방해해놓고 지금 투표율을 높여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면서 "새누리당은 투표율을 높이기 위한 다양한 방안을 연구하겠지만 현재까지 투표시간 연장만으로 투표율이 증가할 것이란 자료는 제시된 바 없다"고 말했다.

그는 또 "문재인 후보가 투표시간 연장으로 투표율이 올라가는 게 사실인 양 선전 선동하는 건 정치선전용 수단에 불과하다"며 "어쨌건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서 투표시간 연장문제를 포함해 여러가지 수단과 조치들을 심도 있게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말 바꾼 이정현 "'동시 처리' 아닌 '동시 논의' 얘기했다"

'먹튀방지법'과 '투표시간 연장' 연계처리 방침을 제안했던 이정현 공보단장은 애꿎은 안철수 무소속 대선후보 측의 투표시간 연장 국민청원 운동을 문제 삼았다. 그는 "(온·오프라인 청원운동은) 본래 이 법을 고치기 위한 데 목적이 있는 게 아니라 국민을 선동하고 지지세를 결집하기 위한 불법선거운동"이라며 "안 후보는 자신의 무능력, 무임승차를 숨기기 위한 이런 정치행태를 즉각 중단해야 할 것"이라고 요구했다.

무엇보다 이 공보단장은 이날 회의 직후 기자실에 내려와, 지난 29일 간담회 당시 먹튀방지법과 투표시간 연장 관련 법안에 대한 연계 처리를 제안한 게 아니라고 강변하기도 했다. 그는 "내가 얘기한 것은 먹튀법과 동시에 논의해야 한다는 것이다, 공식적으로 얘기한다"고 말했다.

"당시 많은 언론보도에 '동시에 처리하자'고 보도됐는데 다 오보냐"는 지적에는 "그렇게 보도된 것도 있지만 '논의돼야 한다'고 정확하게 보도된 것도 있다"고 답했다.

"연계 처리 방침이 이 공보단장 개인의 견해일 뿐이란 해명이 나왔다"는 지적에는 "(먹튀방지법과 투표시간 연장 관련 법안이) 동시에 논의돼야 한다는 것은 선대위에서도 논의가 된 것"이라며 "나 혼자 개인으로 지어내서 그렇게 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다만, 새누리당은 이날 대선캠프를 중심으로 이 문제가 거론되는 것에 대한 부담감을 드러냈다.

김무성 총괄선대본부장은 "새누리당은 투표율을 높이기 위한 합리적 방안에 대해 어떤 노력도 거부하지 않을 것"이라며 "법을 바꾸는 일이므로 국회와 행정안전위 외에는 일절 언급하지 말아달라"고 주문했다. 앞서 김 본부장은 지난달 22일 가장 큰 현안이었던 정수장학회 문제에 대해 "다른 소리 나오면 혼란이 커진다"며 '함구령'을 내린 적이 있다.
#먹튀방지법 #투표시간 연장 #문재인 #이정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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