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에서 만난 박근혜 후보와 손연재, 얻는 게 없다

현역 선수를 정치인의 들러리로 세워서는 안돼

등록 2012.11.01 18:31수정 2012.11.01 2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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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30일 오후 국회에 손연재가 나타났다. 이날 손연재는 새누리당 국회의원 이에리사가 주최한 '체육인복지법 제정을 위한 토론회'에 패널로 참석했다. 그런데 새누리당 박근혜 대통령 후보도 이 토론회에 참석해 연설하고, 손연재 등 참석한 선수들과 기념촬영을 했다. 이를 두고 일부 언론과 야당 국회의원들은 비판과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토론회 참가한 손연재, 자의인가 타의인가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가 30일 오후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이에리사 의원 주최로 열린 '체육인복지법 제정을 위한 토론회'에서 축사를 한 뒤 장미란, 손연재 선수 등 토론자로 나온 선수 및 감독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가 30일 오후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이에리사 의원 주최로 열린 '체육인복지법 제정을 위한 토론회'에서 축사를 한 뒤 장미란, 손연재 선수 등 토론자로 나온 선수 및 감독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권우성

이날 토론회에 참석하기로 예정된 선수는 올림픽 스타인 역도의 장미란, 펜싱의 신아람, 유도의 송대남, 쇼트트랙의 진선유 그리고 체조의 양학선이었다. 그런데 양학선이 31일부터 열리는 스위스 컵 취리히에 출전하는 관계로 손연재로 바뀌었다.

10월 30일 한겨레 신문은 "손연재가 급히 초청"되었으며, "손연재 어머니의 반대 뜻"이 강경했음에도 불구하고, "협회의 요청"과 새누리당 의원의 "설득" 내지는 "외압"을 거부하기 어려워서 참석한 것처럼 보도했다. 이 신문은 또한 "체조협회는 이런 선수나 부모의 생각에는 아랑곳하지 않는 것 같다"고 전하면서 문제의 초점을 대한체조협회 쪽으로 집중시켰다.

30일 KBS도 "협회가 토론회에 참석해 달라고 요청"하여 "손연재 측의 의사"를 확인한 결과 "손연재가 아직 어리고 본인과 부모가 난색을 보이고 있다'는 이유로 참석이 어렵다고 답했었다"는 IB스포츠 측 주장을 인용하면서 "이 의원 쪽에서 손연재 측에 직접 연락해 참석해줬으면 한다는 뜻을 전해 손연재는 결국 토론회에 나가게 됐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1일 입국한 대한체조협회 고위 관계자는 "손연재가 국회 토론회에 참석하는 것을 요구한 적이 없다"고 밝히면서 "10월 24일경 우리는 국제 체조연맹 총회 참석차 출국한 상태였으며, 손연재가 국회 토론회에 참석한 사실도 기사를 보고 알았다"고 전했다.

이에 한나라당 이에리사 의원 보좌관은 "손연재 선수가 외압 등에 의해 타의로 토론회에 나온 것은 아니다. 요즘 시대가 어떤 시대인데 그런 일이 가능하겠느냐"며, "선수 측에 의향을 물어보았을 때 참석하겠다는 의사를 밝혀서, 토론회에 패널로 초청한 것이다"고 밝혔다. 또한 "손연재 선수의 토론회 참석은 급하게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지난 주에 이미 결정이 난 것이다"고 덧붙였다. 


이런 정황으로 볼 때 일부 언론 보도들과는 달리 토론회에 손연재가 참석한 주된 원인은 체조협회의 요구나 강요가 아닌 새누리당 이에리사 의원 측의 요청과 선수 측의 동의였던 것으로 보인다.

체육인 복지법이 그리 급했나


 30일 오후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태릉선수촌장을 지낸 새누리당 이에리사 의원 주최로 '체육인복지법 제정을 위한 토론회'가 열리고 있다. 이 토론에는 장미란 역도선수, 손연재 체조선수, 신아람 펜싱선수, 송대남 유도선수 등이 토론자로 참여하고 있다.
30일 오후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태릉선수촌장을 지낸 새누리당 이에리사 의원 주최로 '체육인복지법 제정을 위한 토론회'가 열리고 있다. 이 토론에는 장미란 역도선수, 손연재 체조선수, 신아람 펜싱선수, 송대남 유도선수 등이 토론자로 참여하고 있다.권우성

손연재가 어떻게 토론회에 참석했나도 문제지만, 법률 제정을 위한 공청회에 초청한 것이 적절한가도 의문이다. 이날 토론회는 체육인 복지법을 제정하기 위한 공청회였다. 역도의 장미란, 펜싱의 신아람, 체조의 손연재, 유도의 송대남, 쇼트트랙의 진선유 등이 패널로 참석했으며, 이병석 국회부의장, 이한구 원내대표, 정우택 최고위원, 최수영 수석부대변인 등도 함께했다. 그리고 새누리당 박근혜 대통령후보도 참석했다ㅓ.

박근혜 후보는 이날 연설에서 "체육인의 일자리 걱정 없는 나라"를 약속하면서, "국가대표 은퇴 후에 일정 기간 교육을 거쳐서 체육교사나 생활체육지도자 자격을 부여하는 방안"이나 "장애인 생활체육지도자 육성", "스포츠강사 장애인시설파견을 확대" 그리고 "체육인 명예의 전당 등을 포함한 스포츠 콤플렉스 건립" 등의 공약을 발표했다. 이에리사 보좌관은 이날 박근혜 후보의 토론회 참석은 일부 언론보도처럼 당일 급작스럽게 이루어진 것이 아니며, "하루 전날 이미 예정된 일정이었다"고 밝혔다.

이날 토론회는 박근혜 후보가 토론회에 참석하여 정치 공약들을 발표함으로써 '정치적 색깔을 지녔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민주통합당 박용진 대변인은 10월 31일 브리핑을 통해 "훈련에 바쁜 손연재 선수를 불러다 사진 연출용으로 쓰는 것"을 지적하면서 "아직 고등학생 신분의 손연재 선수를 정치행사에 억지로 불러 박근혜 후보 옆에 세워 이미지 사진용으로 써먹겠다는 발상 자체가 국민적 분노의 대상이 아닐 수 없다"고 비판했다.

또한, 심상정 진보정의당 대선 후보 측도 31일 논평에서 "패널로 참석한 손연재 선수는 토론이라기보다는 평소 인터뷰에서 밝혀온 현역 선수로서의 힘든 점을 반복해서 전하는 수준에 그쳤다"고 평하며 "새누리당이 손연재 선수를 굳이 불러온 이유는 법 제정 토론을 위해서가 아니라 박근혜 후보와 사진을 찍게 하기 위해서"였다고 지적했다.

이에 반해 이에리사 의원 보좌관은 "손연재 선수를 패널로 초청한 것은 체조분야를 대표하는 선수로써 여러 가지 고충을 듣기 위한 것"이었으나 "여러 가지 안 좋은 이야기가 나와 손 선수 에게 미안하다"고 밝혔다.

네티즌들 사이에서도 아직 고등학생인 손연재가 국회에서 진행하는 입법 공청회에 참석한 일은 부적절했다는 평가가 많다. 손연재의 토론회 참가를 막지 못한 부분에 대해서는 체조협회도 책임이 있지만, 선수 소속사도 책임이 있다는 지적이다. 아울러 본래 의도가 좋다 하더라도 아직 고등학생이고, 기량이 완성되지 못한 현역선수를 그것도 훈련시간에 토론회에 초청한 것은 이 의원 측의 실책이라는 비판이 많다.

 국제체조연맹(FIG)이 발표한 세계 리듬체조 선수 랭킹
국제체조연맹(FIG)이 발표한 세계 리듬체조 선수 랭킹조정우

선수는 실력이 최우선이다. 실력을 쌓기 위해서 선수는 편안하게 훈련에 전념할 수 있어야 한다. 최근에 발표된 국제체조연맹 리듬체조 세계랭킹에 따르면 손연재는 공동 9위에 올라있다. 언론의 손연재에 대한 지나친 관심은 '국민 요정 손연재'라는 구호를 국민에게 강요시키는 인상마저 주고 있다.

애정 어린 충고가 담긴 보도는 찾아볼 수가 없다. 이처럼 과열된 언론 보도가 나오다 보면 오보들도 나올 수 있으며, 그것은 선수에게 독이 될 수도 있다. 진심으로 손연재 선수가 발전하기를 바란다면, 언론이나 주변에서 적당한 거리를 두고 지켜보는 것이 필요하다. 아울러 애정이 어린 충고를 하는 것도 선수의 발전을 위해서 중요해 보인다.
#손연재 #박근혜 #국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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