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입3년 영어회화 전문강사, 무엇이 문제인가

MB 영어몰입교육의 산물 '영전강'의 문제점 ②

등록 2012.11.07 09:57수정 2012.11.07 0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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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서나 흔하게 볼 수 있는 국영평 시험 대비반 광고 골목길을 누비는 마을 버스에서 찍은 국영평 대비반 홍보 광고이다. 도대체 어느 나라가 모든 아이들에게 영어 말하기, 듣기, 읽기, 쓰기 시험을 강요할까?
어디서나 흔하게 볼 수 있는 국영평 시험 대비반 광고골목길을 누비는 마을 버스에서 찍은 국영평 대비반 홍보 광고이다. 도대체 어느 나라가 모든 아이들에게 영어 말하기, 듣기, 읽기, 쓰기 시험을 강요할까? 한희정

5. 이미 회화중심, 활동중심 수업을 하고 있는 초등영어교육 무시

초등학교에서 영어교육은 영어에 흥미와 자신감을 갖도록 하는 것이 1차적인 목표다. 이에 따라 초등학교에 영어교육이 도입된 초기부터 영어교실은 회화와 활동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초등학교에서는 영어교과전담교사와 회화전문강사가 따로 나누어질 필요가 없다. 교대와 같은 초등교사 양성과정 역시 회화 중심 교육을 하고 있고 초등교사 임용과정에도 회화와 활동 중심의 수업 시연을 강조하고 있다.

영어를 처음 배우는 초등학생에게 영어로 영어를 가르치는 능력, 능숙한 회화 실력이 더 중요하고 필요한가? 초등학생의 경우, 제대로 된 모국어 교육을 토대로 외국 문화를 익혀가며 우리말과 비교하면서 영어에 대한 감각과 개념을 키워주는 것이 더 필요하다.

"It's a spider"를 듣고 무엇인지 우리말로 쓰라고 했더니 '스파이더'라고 쓴 초등학생이 '거미'라고 쓴 초등학생보다 2배나 많은 게 현실이다. "Touch your mouth"를 우리말로 쓰라고 했더니 "니 입을 터치해"라고 쓴 초등학생이 부지기수다.

우리말, 외국어, 영어, 외래어에 대한 아무런 개념이 없는 아이들에게 무조건 영어를 잘해야 좋다는 식의 과잉 담론이 영어에 흥미와 자신감을 갖도록 한다는 초등영어교육의 목표 도달을 요원하게 하고 있다. '솰라솰라' 영어를 잘한다고 아이들이 영어를 잘 가르치는 것이 아니다.

6. 시수 맞추려고 교육과정 무시, 1-2학년 영어 끼워넣기로 교육과정 파행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개정안 중 영전강 관련 내용 4년 근무기한 때문에 영전강의 안정성을 유지하지 못하는 것이 아니다. 본말이 전도되었다. 이들이 1년마다 계약을 갱신해야 하는 비정규직이기 때문이다. 2년 이상 계속 근무시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되어야 한다는 조항에도 예외인 존재로 만들어 놓고 이들 8년으로 연장한다는 것은 도대체 누구를 위한 시행령 개정인가!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개정안 중 영전강 관련 내용4년 근무기한 때문에 영전강의 안정성을 유지하지 못하는 것이 아니다. 본말이 전도되었다. 이들이 1년마다 계약을 갱신해야 하는 비정규직이기 때문이다. 2년 이상 계속 근무시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되어야 한다는 조항에도 예외인 존재로 만들어 놓고 이들 8년으로 연장한다는 것은 도대체 누구를 위한 시행령 개정인가!한희정

영전강은 주당 18-22시간 이상 수업을 해야 한다. 학교마다 사정은 다르지만 웬만하면 6학년 수업은 맡기지 않으려고 하고 원어민과 협력수업을 해야 하는 영어교과전담교사가 담당할 시수도 있기 때문에 작은 학교의 경우에는 주당 20시간 시수가 부족해 초등학교 1~2학년 수업도 맡기고 있다.


이는 명백한 교육과정 위반이다. 영어교과는 3학년에 처음 도입되는데 창의적 체험시간을 영전강이나 원어민을 위한 수업으로 전횡하고 있는 것이다. 초등교사라면 다른 교과를 맡을 수도 있는데 영전강은 영어만 가르칠 수 있기 때문에 이렇게 파행 운영을 하고 있다.

창의적 체험활동시간에 끼워넣기가 아니면 순회교사처럼 두세 학교를 돌면서 영어만 가르치는 식으로 운영을 하고 있다. 학교가 학원보다 못한 꼴이 되고 있다. 학교에서 교사는 놀이시간, 점심시간, 방과후 등 가능한 여러 시간에 다양한 방식으로 아이들과 소통하면서 가르친다. 그런데 이 학교 저 학교 순회하는 교사가 소속감을 갖고 이런 소통을 해 갈 수 있을까. 이는 영전강 개인이 아닌 제도가 갖고 있는 근원적인 문제이다.


7. 초등영어교육의 지역 격차 확대 재생산

 2011~2012년 영전강 비율 및 자격 여부 비교(자료: 정진후 의원실).
2011~2012년 영전강 비율 및 자격 여부 비교(자료: 정진후 의원실).한희정

2012년 정진후 의원실 국정감사 자료집에 따르면, 전국적으로 초등영어수업 담당자 중 영전강 비율은 35.2% 정도이다. 그런데 지역별로 보면 충북 24%, 전남 48.3%로 편차가 심하고, 영전강 중 자격증을 소지하지 않은 비율 역시 전국적으로는 30.3%이지만 광주 7.6%, 제주 63.7%로 편차가 심하다. 즉 낙후된 지역일수록 영전강을 채용하려고 해도 우수한 인력은커녕 희망자 자체가 없어서 수업시수나 업무가 많은 작은 학교의 교사들은 이 제도의 도입 취지와는 달리 전혀 도움을 받지 못하고 있다. 비정규직으로 채용했기 때문에 지역별 편차가 심해지는 것이다.

만약 정규직 교사로 채용했다면 아무리 산골 오지로 발령이 난다고 해도 교육자의 사명을 갖고 정해진 기간 동안 임기를 마치게 되고 그 자리는 또 다시 다른 정규직 교사로 채워질 것이다. 결국 우수한 사교육기관이 널려 있는 서울과 같은 대도시는 영전강 채용도 쉽고 영전강의 질도 높은 반면, 사교육 기관도 없고 환경도 열악한 농산어촌은 우수한 영전강은커녕 채용조차 어려운 역설이 발생하게 된 것이다. 영전강이라는 비정규직 제도는 영어교육의 지역 격차를 확대 재생산할 뿐이다.

8. 초등교사들과 영전강 간의 심각한 갈등 유발

경기도 교육청의 영전강 수요조사 공문 수요조사를 한 다음에 영전강을 확대할 것인지 축소할 것인지 논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 확대하겠다고 결정해 놓고 수요조사를 한다. 여기에 한 술 더떠서 경기도 교육청은 영전강 미배치교를 중심으로 수요조사를 실시하였다.
경기도 교육청의 영전강 수요조사 공문수요조사를 한 다음에 영전강을 확대할 것인지 축소할 것인지 논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 확대하겠다고 결정해 놓고 수요조사를 한다. 여기에 한 술 더떠서 경기도 교육청은 영전강 미배치교를 중심으로 수요조사를 실시하였다. 한희정

영전강이 초등학교 영어수업을 담당하는 비율이 전국적으로 35.2%에 이른다. 이로 인해 학교 현장에서는 영어 장기 연수(6개월 이상)나 해외 연수를 받은 교사들이 영어를 가르치고 싶어도 가르칠 수 없는 상황이다. 게다가 모든 교과목을 가르칠 수 있는 자격이 있는 초등 예비교사들의 임용은 2011년 통계에 따르면 51% 정도 밖에 되지 않는다.

영전강 확대 재생산 정책에 대해 가장 민감한 이들은 바로 학교 현장에서 이들을 관리하는 업무를 전담하고 있는 초등교사, 특히 영어교과전담교사들이다. 학교별 채용, 계약, 급여에 근태까지 관리하고, 문제가 생기면 수업까지 도맡아서 하고 있는 이들이 가장 가까이에서 영전강 제도의 문제점을 뼈저리게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교과부는 2013년 2300명의 영전강을 신규채용하겠다고 한다. 학교 현장에 어느 정도의 영전강이 필요한지, 이들이 어떻게 수업을 하고 있고, 공과 과는 무엇인지 실태조사도 없이 2300명을 증원할 계획을 세웠다는 것은 4대강 턴키공사와 다를 바가 없다. 더 이상의 학교 비정규직 확대는 안 된다. 2013년 신규채용을 백지화하고 정규직 교사를 충원할 것을 강력히 요구한다.
#영전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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