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후보의 하우스푸어 대책 보니 출구전략 없다

토지임대형 주택 전환 방식 제안

등록 2012.11.06 16:47수정 2012.11.06 1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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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말, 금융연구원이 '가계부채 미시구조 분석과 해법'을 발표했다. 가계부채 미시분석을 위해 기재부, 한국은행, 금융연구원 등 여러 단체가 TF팀을 만들어 조사한 것이라 그동안의 하후스푸어 추정치보다 한층 더 신뢰성이 높아진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연간 소득의 60% 이상을 부채상환에 쓰는 가구가 56만 9천 가구로 집계되었다. 이들 중 주택담보가치 대비 대출금비율(LTV)이 60%를 넘고 보유자산보다 빚이 더 많은 '고위험 가구'는 10만 천여 가구로 집계되었다. 각 대선후보들은 이러한 하우스푸어들에 대한 대책을 어떻게 마련해 놓았는지 확인해본다.

각 후보별 정책 평가

박근혜 : 지분매각제도

세 후보 중 가장 먼저 하우스푸어 대책을 내놓은 새누리당의 박근혜 후보의 정책은 정부가 보증하는 담보채권을 발행해서 공공기관이 하우스푸어 주택지분의 일부를 사들이고 하우스푸어는 지분을 매각한 대금으로 대출금의 일부를 갚는 '지분매각제도'이다. 하우스푸어는 지분을 사들인 공공기관에 이자 대신 지분만큼의 임대료를 납부하다 여건이 될 때 다시 지분을 재매입할 수 있도록 한다.

박근혜 후보의 하우스푸어 대책을 살펴보면 하우스푸어의 가계부채를 실질적으로 상당부분 해소하고 고율의 연체이자를 저렴한 지분사용료로 대체하여 하우스푸어의 가처분소득을 증가시키며 하우스푸어의 주거안정성을 보장할 수 있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러한 정책에는 결정적인 한계가 있다. 채권자인 은행과 채무자인 하우스푸어의 도덕적 책임이 빠져있다. 무분별한 대출로 하우스푸어를 양산한 은행 역시 하우스푸어 대책에 일정정도 책임을 져야 하며 집값상승을 기대하며 주택을 샀던 하우스푸어들 역시 투자손실에 대해 일정정도 책임을 져야 한다. 하지만 정부가 보증하는 채권 발행을 통한 지분매입 방식은 은행과 하우스푸어는 전혀 책임을 지지 않는 방식이다.


다시 말해, 정부가 나서서 은행과 하우스푸어들의 투자손실을 보전해주는 격이다. 박근혜 후보의 대책은 대한민국의 절반 가까운 무주택자들의 원성이 터져 나올 가능성이 농후하다. 은행과 하우스푸어들이 일정정도 손해를 감수하는 책임을 지는 방식이 아니고서는 하우스푸어들에 대한 정부의 개입이 정당화되기 어려워 보인다.    

문재인 : 피에타3법(공정대출법, 이자제한법, 공정채권추심법)


문재인 후보는 하우스푸어 대책으로 가계부채 해결을 위한 피에타3법(공정대출법, 이자제한법, 공정채권추심법)과 부채조정과정에서 거주권을 보장하는 방식을 언급했다. 공정대출법은 채권자가 채무자의 상환능력을 감안해서 대출을 하도록 하는 방식이다. 즉, 채권자의 책임을  강화해 무분별한 대출을 막겠다는 것이다. 또한 이자제한법을 개정해 이자율 상한을 연간 25%로 제한하겠다고 한다.

주택담보대출에 대해서는 '변동금리-일시상환'을 '고정금리-장기분할상환'으로 변경해 하우스푸어들의 원리금부담을 줄여 주며, 당장 파산을 눈앞에 둔 하우스푸어들에 대해서는 채무재조정 대상에 주택담보대출을 포함시키고 하우스푸어의 주거안정성을 보장하는 방식으로 개인회생제도를 보완하기로 하였다.   

문재인 후보의 하우스푸어 대책을 살펴보면 원리금 상환의 여력이 되는 하우스푸어 계층과 파산한 하우스푸어들에게는 어느 정도 유효한 대책이 될 수 있겠지만 원리금 상환이 어려운 하우스푸어 계층들이 파산으로 가지 않도록 막을 수 있는 출구전략이 보이지 않는다.

안철수 : 패자부활 및 장기분할상환

안철수 후보의 하우스푸어 대책 역시 문재인 후보와 유사하다. 주택담보대출 기간을 최장 20년까지 늘려 하우스푸어들의 원리금 상환 부담을 경감시켜 가계의 가처분 소득을 높이고, 개인파산제도와 개인회생절차를 합리적으로 개선하고 1인당 300만원 한도의 주택임차보증금 지원 등을 통해 파산한 하우스푸어들을 위한 지원을 강화하기로 하였다. 

문재인 후보와 안철수 후보의 하우스푸어 대책의 공통적인 한계는 원리금 상환의 부담이 무거워 하우스푸어에서 탈출하고자 하지만 주택이 팔리지 않아 고통을 겪고 있는 하우스푸어들에 대한 출구전략이 부실하다는 점이다.

시급한 하우스푸어를 위한 출구전략 - 토지임대형 주택 제안

시급한 하우스푸어들을 위한 출구전략으로 하우스푸어 주택을 토지임대형 주택으로의 전환을 제안한다. 과중한 원리금 상환이 버겁지만 주택이 팔리지 않아 어려움을 겪는 하우스푸어들이 파산에 이르지 않도록 막기 위해 하우스푸어들의 주택을 토지임대형 주택으로 전환하는 방법을 생각해 볼 수 있다(토지임대형 주택전환 방식은 '토지+자유 비평 42호(조성찬 박사)' 참조).  토지임대형 주택전환 방식의 구체적인 방법은 다음과 같다.

토지임대형 주택 원리

정부가 하우스푸어의 주택 중 토지지분을 매입한다. 다음으로 하우스푸어는 토지지분을 매각한 대금으로 원금을 청산한다. 그리고 하우스푸어는 토지사용에 대해 정부와 장기(4-50년)의 계약을 맺고 매달 토지임대료를 납부하면서 주택에 거주하는 방식이다.

토지임대형 주택 전환 효과

하우스푸어 주택을 토지임대형 주택으로 전환하게 되면 다음과 같은 효과를 예상할 수 있다. 먼저 하우스푸어 입장에서는 토지지분을 판 대금으로 주택담보대출금을 전액 혹은 일부를 갚을 수 있게 되어 가계부채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된다. 그리고 정부와 장기(4-50년)의 토지임대차 계약을 맺기 때문에 주거의 안정성을 보장받을 수 있다.

또한 정부의 입장에서는 정부가 건물을 매입하지 않기 때문에 자금 부담이 크게 줄어든다. 매달 발생하는 토지임대료 수입은 정부의 자금부담을 더욱 줄일 수 있다.

부동산 시장에 미치는 효과로는 정부가 하우스푸어와 토지임대차계약을 맺고 매달 토지임대료를 받게 되면 그동안 개인과 금융권에 귀속되었던 지대, 즉 토지불로소득을 사회가 환수하게 된다. 이렇게 토지불로소득을 개인이 가져가지 못하게 되면 주택을 투자의 개념으로 보는 사람들보다 주택을 실제로 사용하고자 하는 사람들 중심으로 주택거래가 활성화될 수 있다.

그리고 하우스푸어들이 가계부채에서 벗어나게 되면 하우스푸어들이 주택담보대출 이자비용으로 냈던 금액이 줄어들면서 하우스푸어들의 실질적인 가처분소득의 증가로 경제가 회복될 수 있는 선순환 고리를 형성할 수 있게 된다.

임대료 및 토지지분매각가격 책정

임대료 및 토지지분매각가격을 어떻게 책정할 것인가는 토지임대형 주택 전환에 있어 중요한 쟁점이다.

토지지분매각가격 책정에 있어서는 무주택자들과의 형평성 측면이나 집값상승 기대를 하며 주택을 산 하우스푸어들의 도덕적 책임 측면을 고려했을 때 하우스푸어들이 주택을 구매할 때의 토지가격대로 정부가 토지지분을 매입하기는 어려우며 거품이 충분히 제거된 가격으로 토지지분을 매입한다.

토지+자유연구소에서 연구한 하우스푸어 주택의 토지임대부 전환 관련 연구에서는 정부의 토지지분 매입가격을 하우스푸어가 주택을 구입할 시 주택가격에서 30% 하락했다고 가정한 금액에서 감가상각된 건물비용을 제외한 금액으로 책정하였다.

예를 들어 전용면적 84㎡ 아파트의 구입 시 가격이 5억이라면 현재 주택가격이 30% 하락했다고 가정했을 때 3억 5천만 원이다. 여기에서 2012년 표준건축비를 기준으로 감가상각된 건물비용을 추산하면 약 1억 2천만 원이다. 정부의 토지지분 매입가격은 고점 대비 30%하락한 주택가격인 3억 5천만 원에서 건물가격인 1억 2천만 원을 제외한 나머지 금액인 2억 3천만 원으로 산정할 수 있다.

이러한 방식으로 84, 101, 120, 133㎡ 전용면적 별로 토지지분을 매입한다고 가정했을 때 하우스푸어의 대출금액이 주택구입시 주택가격의 60%(LTV 60%)일 때는 토지지분 매각비용으로 대출금액을 완전히 다 갚지는 못하지만 대출비율이 40%일 때는 완전히 다 갚을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토지분 임대료는 정부가 재정조달 방식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테지만 적어도 현재 내고 있는 주택담보대출 이자보다는 저렴하게 디자인할 수 있다.

토지임대형 주택 전환시 재정조달 방안

토지지분 매입비용에 대한 재정조달 방안은 한국자산관리공사 기금활용이라든가 공기업을 통한 채권발행 등을 생각해 볼 수 있지만 가장 좋은 방법은 금융권과의 연계방식을 생각해 볼 수 있다. 하우스푸어 문제의 중요한 원인 중 하나로 금융권의 무분별한 대출이 있기 때문에 하우스푸어 대책에 있어 금융권도 일정정도 책임을 지는 것이 필요하다.

구체적인 방법으로는 정부가 하우스푸어의 토지를 매입하되 직접 하우스푸어에게 대금을 주는 것이 아니라 대출은행에 대한 채무를 전부 또는 일부 인수한다. 채무 인수 시 정부는 대출은행에 대한 채무를 현재 하우스푸어에 대한 대출보다 유리한 조건, 즉 장기저리로 채무를 인수하여 토지임대료 수입을 재원으로 장기적으로 이자와 원금을 갚아나간다.

이러한 방식은 정부의 재정을 들이지 않고도 하우스푸어에 대한 출구전략이 가능하며 은행권 역시 부실대출이 발생하는 것보다는 싼 이자로 전환한다 하더라도 안전한 정부가 채무를 인수해 주기 때문에 은행의 입장에서도 인센티브가 있다.  

하우스푸어 주택을 토지지분매각을 통한 토지임대형 주택으로 전환하는 방식은 자신이 주택을 샀을 때 투입한 금액을 전액 환수하겠다는 하우스푸어들에게는 받아들여지기 어려울 테지만 어느 정도 손해를 보더라도 안정된 주거를 보장받고 과도한 이자비용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하우스푸어들에게는 설득력이 있다. 다시 말해, 원리금 상환의 부담이 무거워 하우스푸어에서 탈출하고자 하지만 주택이 팔리지 않아 고통을 겪고 있는 하우스푸어들에 대한 하나의 출구전략이 될 수 있다는 말이다.

주거복지정책과 하우스푸어 정책의 유기적 해법이 필요

대선을 40여일 남겨둔 지금, 세 후보의 주거복지 및 하우스푸어 정책의 윤곽이 대략 드러났다. 세 후보 모두의 공통점은 하우스푸어 대책과 주거복지정책을 개별적으로 풀고 있다는 것이다.

주거복지의 대표적 정책인 공공임대주택의 확충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쟁점은 공공토지의 확보일 것이다. 공공토지의 확보는 공공임대주택 공급측면에서만 필요한 것이 아니라 향후 한국사회의 주거안정화를 위한 초석이다. 토지 및 주택의 재고량을 일정 정도 정부가 보유하는 것은 시장의 투기성을 어느 정도 통제할 수 있는 하나의 방법이다. 또한 토지임대형 주택 및 공공임대주택의 활성화는 주거시장을 소유자 중심에서 사용자 중심으로 전환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다.

하우스푸어 주택의 토지임대형 주택 전환 방식은 단순히 하우스푸어의 문제만을 해결하는 것만이 아니라 공공토지의 비축량을 늘리고 사용자 중심의 주거시장을 형성하여 주택을 '사는 것'이 아닌 '사는 곳'으로의 패러다임의 전환을 이룰 수 있는 혁신적인 정책이다. 국민들이 안정된 삶의 필수요건인 주거의 안정성을 보장받을 수 있도록 주거복지정책과 하우스푸어 대책의 유기적인 해법의 모색을 세 후보에게 기대해본다.
#하우스푸어 #토지임대형 주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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