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막눈으로 육 남매 키우신 '울 엄니'가 생각난다

부광노인대학 졸업사진을 찍다가 '백일장' 수상작 읽고...

등록 2012.11.07 12:10수정 2012.11.07 1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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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광노인대학 백일장 수상작 어르신들이 장성훈 학장님과 기념 사진을 찍었다. ⓒ 윤도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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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업사진 이야기 부광노인대학교와 대학원 졸업생 어르신들 졸업 사진을 찍어 드린 어르신들 모습과 어르신들 백일장 작품을 동영상으로 만들어 소개를 합니다. ⓒ 윤도균


지난 5일 부광노인대학 교무실에서 전화가 왔다. 이곳은 내가 사진 봉사를 하는 곳이다. 이 봉사는 노인대학에서 진행하는 각종 행사와 교육 이수 과정 등을 사진과 기록으로 남기는 것이다.


"실장님, 내일 시간 있으세요?"
"네, 오후에 잠깐 볼 일 있고 오전은 괜찮습니다."
"그럼, 내일 오전 11시에 올해 대학 및 대학원 졸업하시는 할아버지, 할머니 졸업 사진 좀 찍어 주세요."

그리고 6일(화) 오전 11시에 맞춰서 부광노인대학에 도착하니, 비가 내리는 가운데도 많은 수의 할아버지 할머니께서 고운 옷차림으로 졸업 사진을 찍으려고 2층으로 올라오신다. 그 모습을 보니, 내가 전문 사진사도 아닌데... 평생에 단 한 번뿐인 대학과 대학원 졸업 사진을 내가 찍는다는 것에 다소 부담을 느낀다.

노인대학 및 대학원 졸업하신 어르신들... 졸업 사진을 내가 찍다니

하지만, 돌이켜 생각하면 부광노인대학이 대학이나 대학원에서 공부하시는 어르신들께 수업료를 받아 노인대학을 운영하는 것이 아니라서 한 푼이라도 절약고자 나에게 도움을 요청한 것이라는 생각이 드니 내 능력을 다해서 '예쁘게', '멋지게' 찍어 드리자는 다짐을 하게 된다.

졸업을 앞두신 할아버지, 할머님께서 검은색 가운을 입고 사각모를 쓰고, 내가 자리 잡은 카메라 앞에 포즈를 취하신다. 한 분 한 분 모두 만면에 화색이 돌고, 생기가 도는지 할아버지 할머니 졸업 사진을 찍는 나 또한 저절로 싱글벙글 기분이 좋다.


고운 모습으로 사진을 찍고, 가는 몇몇 할아버지·할머니들은 "선생님! 사진 예쁘게 뽑아주세요"라며 연방 고맙다는 인사를 한다. 그런 어르신의 모습을 보니 존경스럽고 아름답다.

노인대 졸업사진 찍으며 돌아가신 어머니를 생각하다

사진을 찍으러 오시는 어르신들을 보면서 지금은 하늘에 계신 울 엄니가 생각난다. 만약, 생존해 계시면 평생을 까막눈으로 답답하게 살며 우리 육남매를 키우느라 고생하신 울 엄니도 이곳에서 한글을 깨우치시게 해 드릴 수 있었을 텐데…하며 뒤돌아섰다. 잠시 휴식을 취하며 얼마 전에 개최한 부광노인대학 '백일장' 수상작 작품들을 하나하나 읽다가 감동하여 나도 모르게 갑자기 눈물이 나기도 했다. 사진을 찍으려고 대기하고 계신 어르신들께 추책없는 모습을 보이기도...

백일장에서 수상하신 할아버지·할머니도 처음에는 다 우리 엄니처럼 까맣눈이셨는데, 3년 동안 한글 공부를 하셔서 한글을 깨우쳐 이제는 '단골 가게 간판 글도 읽을 수 있고, 신문도 읽을 수 있고, 편지도 쓸 수 있고, 성경도' 읽을 수 있어 세상 살맛 난다는 내용의 글을 읽으니 감동이 밀물처럼 밀려와 또 울컥했다.

아래에 부광노인대학 한글학과에서 한글 공부를 하신 어르신의 '백일장' 수상작. 금상인 최종대 어르신의 글을 '토씨' 하나 틀리지 않게 그대로 옮겨 본다.

부광노인대학은 학생 수 1800여 명으로 [어문학부] - 한글학과, 영어학과, 중국어학과, 일본어학과 [예술학부] - 풍물학과, 합창학과, 노래교실학과, 서예학과, 지공 예학과 하모니카학과, 우리 춤 체조학과 [건강학부] - 건강체조학과, 게이트볼학과. 수지침학과, 배드민턴학과. 스포츠댄스학과 (2반), 지압경락학과, 생활요가학과, 탁구학과, 리크레이션학과 [교양학부] - 컴퓨터학과(초 중), 바둑 장기학과, 꽃꽂이학과 등에서 어르신들께서 공부하신다.

생활문 쓰기 (금상)
부광노인대학 한글 (중급반)
이름 최종대

어렵고 가난한 때 태어나 이 나이 되도록 학교 문전에를 가본 일이 업서 한글을 모르고 살다가 부광노인대학을 만나 한글 중급반을 올해로 3년 단 여 교수님들이 어질고 착한 마음으로 한글을 열심히 가르치신 덕분에 한글을 잘 배워 선경도 읽고 퇘레비젼에 나오는 글씨도 다 일 씁니다. 노인대학 덕분에 이 사람은 학교에 대한 소원을 풀어 보인 듯 마음이 청결하고 세상 살아가되 고마운 마음으로 사라갑니다. 이것이 하나님의 은혜입니다.

아래는 어르신의 작품을 사진으로 찍었다. 글씨도 얼마나 예쁘게 쓰셨는지, 감동 그 자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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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광노인대학 백일장에서 금상을 받으신 최종대 어르신의 작품이다 ⓒ 윤도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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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광노인대학 백일장에서 금상을 받으신 최월선 어르신의 작품이다 ⓒ 윤도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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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광노인대학 백일장에서 동상을 받으신 신영희 어르신의 작품이다 ⓒ 윤도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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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광노인대학 백일장에서 은상을 받으신 조옥희 어르신의 작품이다 ⓒ 윤도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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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광노인대학 백일장에서 금상을 받으신 이윤옥 어르신의 작품이다 ⓒ 윤도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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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광노인대학 백일장에서 은상을 받으신 구재선 어르신의 작품이다 ⓒ 윤도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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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광노인대학 백일장에서 은상을 받으신 한덕순 어르신의 작품이다 ⓒ 윤도균


덧붙이는 글 부광노인대학 www.bukwang1004.org
#부광노인대학 #(사)부광웰페어 #백일장 #수상작 #졸업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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