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한도 1억인데... 자전거사고 형사처벌, 왜?

대법 "교통사고처리특례법에서 정한 '보험'에 가입해야 형사처벌 면해"

등록 2012.11.08 09:09수정 2012.11.08 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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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생활 중 타인의 신체나 재산에 손해를 가했을 경우' 받는 일반 종합보험만 가입한 사람이 자전거를 타고 가다 사고를 내 부상을 입혔을 때 비록 그 보험으로 피해자 보상이 가능한 가벼운 사고라도 형사처벌을 면제받을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쉽게 말해 종합보험에 가입해 받을 수 있는 보험금이 1억 원이나 되고 경미한 자전거 사고라도, 교통사고로 인한 손해배상금의 전액보상을 요건으로 하는 교통사고처리특례법에서 정한 '보험'에 가입해야 형사처벌을 면할 수 있다는 것이다.

검찰의 공소사실에 따르면 A(58)씨는 2010년 8월 서울 풍납동 한강시민공원 자전거도로를 올림픽대교 쪽에서 천호대교 쪽을 향해 기다가 때마침 진행방향 우측 보행자 굴다리에서 걸어 나오던 행인(63·여)과 충돌해 전치 3주의 상해를 입혔다.

그런데 위 자전거는 보험에 가입돼 있지 않은 무보험 차량이었다. 다만 A씨는 H화재보험사에 "일상생활 중 우연한 사고로 타인의 신체에 장해를 입히거나 타인의 재물을 손괴하고 부담하는 법률상 배상책임액을 1억 원의 한도 내에서 전액 배상한다"는 내용의 종합보험에 가입돼 있었다.

이 사고로 다친 행인의 피해금액은 400만 원 정도였고, 보험사는 피해보상금으로 350만 원을 지급해 원만히 합의했다.

하지만 검찰은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겼고, 1심 재판부는 유죄를 인정해 A씨에게 벌금 150만 원을 선고했다.

그러자 A씨는 "자전거전용도로에서 자전거를 타다가 쌍방 과실로 피해자와 경미하게 접촉 사고를 낸 경우에도 교통사고처리특례법에 따라 형사처벌하는 것은 부당하다"며 항소했다.


이에 대해 항소심 재판부는 "위 사고로 피해자가 입은 손해가 400만 원 정도에 불과해 피고인 A씨가 가입한 보험만으로 손해배상금 전액을 보상할 수 있으므로, 피고인이 교통사고처리특례법에서 정한 종합보험에 가입돼 있는 것으로 봐야 한다"며 "따라서 공소제기 절차가 무효인 때에 해당한다"며 공소를 기각했다.

하지만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 제3부(주심 민일영 대법관)는 자전거를 타고 가다 보행자를 친 혐의(교통사고처리특례법 위반)로 기소된 A(58)씨에 대한 상고심에서 공소 기각 결정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동부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지난 7일 밝혔다.

재판부는 "교통사고를 일으킨 차가 교통사고처리특례법에서 정한 '보험 또는 공제에 가입한 경우' 공소를 제기할 수 없도록 규정한 것은, 자동차의 폭증과 자가운전의 정착으로 자동차 운전이 국민생활의 불가결한 기본요소로 돼 가고 있는 현실에 부응한 것"이라며 "차의 운행과 관련한 보험가입을 유도함으로써 교통사고로 인한 손해의 전보를 신속하고 확실하게 담보함과 아울러 교통사고를 일으킨 운전자에 대한 형사처벌을 면제해 줌으로써 교통사고로 인한 번잡한 법적 분규와 부작용을 미리 해소하는 한편 전과자 양산을 막는 등 국민생활의 편익을 증진하고자 함에 목적이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그런데 피고인이 가입한 보험은 보상한도금액이 1억 원에 불과해, 피고인이 가입한 보험만으로는 1억 원을 초과하는 손해가 발생한 경우 피해자로서는 피고인이 가입한 보험에 의해 보상을 받을 수 없다"며 "그러므로 이러한 형태의 보험은 피보험자의 교통사고로 인한 손해배상금의 전액보상을 요건으로 하는 특례법에서 의미하는 '보험' 등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그럼에도 원심은 피고인과 피해자 사이의 합의금 등 손해액을 보험으로 지급했다는 이유만으로 특례법 적용이 있다고 판단한 것은 특례법 조항의 '보험'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판단을 그르친 것"이라며 "그러므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케 하기 위해 원심법원에 환송한다"고 판시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법률전문 인터넷신문 [로이슈](www.lawissue.co.kr)에도 실렸습니다.
#자전거 사고 #교통사고처리특례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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