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값 선거비용? 안철수에 대한 불안만 키울 것"

안철수 '반값 선거비용' 공약... 제 2의 '국회의원 정수 축소' 논란 되나

등록 2012.11.11 21:09수정 2012.11.11 2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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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후보(왼쪽), 안철수 무소속 대선후보 (오른쪽)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후보(왼쪽), 안철수 무소속 대선후보 (오른쪽) ⓒ 남소연/유성호


"새로운 선거의 첫 걸음은 국민의 혈세를 아끼는 것이다. 나는 국민 세금으로 치러지는 법정 선거비용 560억 원의 절반만으로 이번 대선을 치르겠다."

안철수 무소속 대선 후보는 11일 '반값 선거비용'이라는 깜짝 공약을 내놨다. 18대 대선 공직선거 법정선거비용으로 정해진 599억 7700만 원의 절반만을 대선에서 쓰겠다는 것이다. 그는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문재인·박근혜 후보도 반값으로 대선 치를 것을 국민 앞에 함께 약속하자"고 제안했다. 그는 "두 분의 의지만 있으면 된다, 달라진 정치의 모습을 보여드릴 좋은 방안"이라며 "반값 선거운동은 기피하면서 대학교 반값 등록금을 약속하면 그것이야 말로 거짓말 선거고 낡은 정치"라고까지 했다.

'반값 선거비용'을 거부할 시 '낡은 정치 세력'이 된다고 규정해버린 것이다.

새누리당·민주당, '반값 선거비용'에 원론적 찬성...그러나

새누리당의 반응은 '원론적 찬성'이다. 안형환 중앙선대위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선거비를 아끼고 국민 눈높이에 맞추겠다는 것은 좋은 안이고, 우리 당도 가급적이면 선거비를 아끼도록 하겠다"며 "문제는 수치가 아니라 구체적으로 어떻게 실천해나갈지"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반값 선거, 좋은 이야기인데 안철수 후보가 그 말을 할 자격이 없다"며 "안 후보는 후보가 되지 못할 가능성이 절반인데 무슨 근거로 마치 후보가 된 것처럼 그 돈을 쓰지 않겠다고 하는 거냐"고 쏘아붙였다.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 후보를 필두로 한 민주당의 반응은 '고려해보겠다'이다. 이날 오후 12시 경 안철수 후보와 직접 통화한 문재인 후보는 '반값 선거비용' 제안을 듣고 "생각해보겠다"고 답변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 후보 캠프 진성준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그 취지나 뜻이 좋다"며 "앞으로 적극 협의해 실현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민주당 내부에서는 "가능하겠냐"는 회의론이 제기되고 있다. 이목희 기획본부장은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선거비용을 줄이자는 안철수 후보의 제안에 공감한다"면서도 "그러나 어느 부분을 얼마큼 줄이자는 건지 구체성이 부족하다, 구체적인 안을 두고 협의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 본부장은 "선거비용이라는 게 법에 정해진 건데, 그 비용을 줄이고도 후보를 잘 알릴 수 있다고 판단한 근거를 두고 얘기하자는 것"이라며 "그걸 점검해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값 선거비용'...구체적인 안은 담기지 않아

실제, 안 후보의 '반값 선거비용' 제안에는 구체적인 내용이 담기지 않았다. 박선숙 공동선대본부장은 "대선후보 선거비용 559억 7700만 원 가운데 필요한 부분도 있지만 정치권이 먼저 내려놓는 게 중요하다"며 "변화된 국민 생활환경을 감안할 때 불요불급한 부분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어떤 부분에서 얼마큼을 줄일 수 있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은 없었다. 다만 그는 "외부에서 유세차량의 시끄러운 소리 듣지 않게 해달라, 현수막 좀 걸지 말라는 제안이 있었다"며 "이에 캠프 내부 회의를 통해 검토하고 토론해 절반까지 줄일 수 있다는 결론에 도달했다"고만 말했다.

이에 대해 문 캠프 측의 한 고위 관계자는 "사실상 포퓰리즘 아니냐, 기존 정치를 바꿨다는 얘기를 듣고 싶은가 보다"라며 볼멘 목소리를 터트렸다.

이 관계자는 이어 "법정홍보물 2000만 부에 100억 원 정도 들고, 예비 법정홍보물까지 포함하면 130억 원 규모"라며 "여기에 유세차 비용 70~80억 원, 전국 현수막 가격 2~3억 원인데 현수막은 없앨 수 있다 쳐도 유세차 없이 어떻게 유세를 하냐"고 말했다. 그는 "선거비용의 70% 가량이 인터넷·신문·방송 광고비와 홍보비인데 이건 국민의 알권리 차원 아니냐"며 "결과적으로 광고비랑 홍보비를 줄이자는 건데 그게 과연 낭비인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반값 선거비용? 국회의원 정수 축소랑 비슷한 발상"

한귀영 한겨레사회정책연구소 연구위원 역시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어디서 고비용이 발생했으니 이걸 어떻게 줄이자고 제안해야 하는데, 오늘 안 후보의 제안은 '정치는 고비용 저효율이니 반값하자'는 걸로 읽힌다"며 "국회의원 정수 축소랑 비슷한 발상"이라고 비판했다.

안 후보는 정치 혁신 방안 중 하나로 국회의원 정수를 300석에서 200석으로 줄이는 안을 발표했고, 정치권 안팎에서 거센 비판에 직면한 바 있다.

한 연구위원은 "긍정적 여론이 일긴 하겠지만 정치 개혁의 측면에서 어떤 의미가 있는지 의문이고 정치 불신을 조장하는 측면이 있어 회의적"이라며 "국회의원 정수 축소도 여론조사 상에서 높게 나타났지만 정치 쇄신 의지를 보여주는 데 성공하지 못했고, 정치에 관심 있는 40대 이상에서 '정치 불안'을 야기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기존 정치 영역을 줄이는 방향으로의 '징벌적 대안'은 안철수에 대한 불안을 스멀스멀 확장시킬 것"이라며 "정치 혁신의 핵심은 '앞으로 정치를 어떻게 할 거냐'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안철수 #반값 선거비용 #문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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