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일 앞쪽에서 손을 흔들며 포즈를 취하고 있는 친구.
지금은 고인이 됐다.
이경모
친구하고 약속한 그 다음 날 나는 곧바로 여행사에 예약을 했기 때문에 일정대로 추진할 수밖에 없었다. 제주도에서 첫날 밤. 식당에서 친구의 명복을 비는 순서도 있었다. 잠시 침묵이 흐를 즈음 한 친구가 일어서더니 이렇게 말을 하며 건배를 제의했다.
"이 친구는 아마도 우릴 따라와 우리 위에서 다 보고 좋아할 거니까. 즐겁게 보내자. 우리 모두를 위하여~" 한순간에 분위기는 반전되었다. 맘대로 생각하고 행동할 수 있는 것이 살아있는 사람의 특권인가보다.
처음에 졸업생 가운데 제주도 여행을 함께 가겠다는 동창은 17명이었지만, 중간에 5명이 사정이 생겨서 동행하지 못했다. 제주도 공항에서 만난 동창들은 공교롭게도 남자 여섯, 여자 여섯 12명이다. 공항에 나온 여행사 직원이 부부모임에서 온 줄 알았다며 웃었다. 에코랜드, 아트랜드, 유리의 성, 산방산 유람선, 감귤농원, 카멜리아 힐, 서커스월드, 일출랜드, 승마, 성읍민속마을, 선녀와 나무꾼 관광지를 2박3일로 여행했다. 여행하는 동안 내내 재밌는 일이 많아서 참 많이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