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를 위한 명예인가

[서평] 명예살인

등록 2012.11.16 17:16수정 2012.11.16 1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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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예살인 표지명예살인 표지민음사
<명예살인>은 수아드라는 여성의 입으로 들려주는 이슬람 문화권의 여성들의 삶을 조명한 글입니다. 이미 많은 이들에게 유명한 무크타르 마이의 고백이나 술타나와 비슷한 류의 책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인류의 역사에 있어 그 주도권이 모계에서 부계로 넘어간 이후, 여성들의 역사는 철저히 무시된 것이 사실입니다. 무척이나 놀라운 사실은 남녀평등이 비교적 잘 이루어지고 있다는 유럽에서조차 여성이 선거권을 얻은 것은 그리 오래 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역사시간에 배운 시민혁명에서조차 여성의 권리는 애초에 빠져 있었다는 사실, 알고 계셨습니까? 그러나 이 책이 다루는 것은 앞서 말한 여성의 권리 문제가 아니라 생존권, 인간으로서의 기본 존엄이라는 부분입니다.


사람이 살아가는데 있어 종교, 그것도 생활 전반과 밀접히 관련되어 있는 종교라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대부분의 종교가 남성 위주로 돌아가기에 여성의 처우가 대단히 낮은 이슬람교를 폄하하자는 것은 아닙니다. 우리의 눈으로 보기에는 부당한 교리일지라도 그러한 교리가 만들어질 당시에는 타당한 이유와 역사가 존재했을 것입니다.

또 교리라는 게 해석에 따라서 얼마든지 다르게 적용이 될 소지도 있으니까 말입니다. 그러나 이미 수백년이 흘러 상황 자체가 바뀐 지금까지도 인류의 반에 해당하는 여성의 기본적인 인권이 지켜지지 못하고 있다는 것은 현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많은 생각을 하게 해 주는 부분입니다.

"만약 내가 살아 있다는 것이 알려지면 가족들이 나를 죽이러 올지도 모른다."
수아드가 17살 됐을 때 첫사랑을 하게 된다. 그리고 임신하고 버림받는다.
그녀의 마을에서는 결혼하기 전 남자와 정을 통하는 것은 죽임을 당해야 마땅한 가문의 수치이다.
수아드는 그래서 죄인이 된다. 언니의 남편이 처벌을 맡는다. 그날 아침, 수아드가 빨래를 하고 있을 때, 그는 집안으로 숨어 들어와 그녀의 몸에 석유를 붓고 불을 댕긴다.
'가문의 명예를 더럽힌 죄'에 대한 벌을 집행하는 것은 성스러운 의무이고 누구도 비난 못한다. - 소개글 중

비단 소개글에서 나타나는 부분만이 아니라 그 전의 성장과정을 보면 여자가 아닌 한 인간으로서 분노가 느껴질 정도입니다. 오로지 여자라는 이유만으로 쏟아지는 부당함은 우리네 현실과도 무척이나 닮아있기에 더더욱 안타깝습니다. 여자라서 교육을 받지 못하는 건 관대하게 보일 정도입니다.

여자라서 제대로 된 잠자리를 가지지 못하고, 여자라서 옷조차 제대로 선택해서 입지 못하고, 여자라서 제대로 먹을 것도 먹지 못하고, 여자라서 어린 나이에서 부터 시집을 갈 때까지 집안을 위해 노동을 해야 하고, 여자라서 아버지께 대들기는커녕 말 한 마디 붙이지 못하고, 여자라서 매질과 욕설을 참고 견뎌야 합니다.


이런 정해진 틀에서 벗어나는 것은 여자의 수치이자 집안의 수치이고, 나아가서는 아버지와 남자 형제의 불명예가 되며, 마을의 수치가 되기 때문에 한 치의 어긋남만 있어도 여자들은 손쉽게 죽임을 당합니다. 이런 모습이 우리네 과거와 너무 닮아있기에 더욱 가슴에 와닿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명예라는 것을 위해 죽을 뻔했다가 살아난 여자의 이야기로만 치부하기에는 많은 것을 던져주는 책입니다. 비록 삶에서 죽음, 거기서 새로운 삶을 찾기까지의 과정에 글쓴이 스스로의 의지가 그리 느껴지지 않는다 해도 그러한 이야기를 사람들에게 한다는 것 자체가 대단한 용기라 말하고 싶습니다.

명예살인 - 개정신판

수아드 지음, 김명식 옮김,
울림사, 2010


#명예살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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