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번째 인터뷰의 주인공 이재원(23)씨
박슬기
- 아르바이트 하느라 바쁘네?"응. 오늘은 방문지도 하는 날이거든. 근데 방문지도 과외비는 소개료 빼고 60% 이상이 내 수입이야. 그래서 좋지."
- 어떤 아르바이트를 하는거야?"미술학원인데, 아동 미술 강사로 일하고 있어. 학원에서 수업도 하고 직접 집에 방문해서 가르치기도 하고. 처음에 아는 언니 소개로 토요일 하루만 하는 정도로 시작했는데 일당이 7만 원이었어. 시급이 굉장하지. ^^"
- 너 동양화 전공이잖아. 근데 왜 아동 미술학원? "그냥, 생활비가 필요하니까. 서양화 실기도 가르쳐준다고 해서 계속 일하고 있어. 나 서양화 배우고 있어. 그리고 학원에 학습 시간표가 다 짜여져 있어서 애들이 동양화도 간간히 배우고, 다양한 걸 해."
- 서양화는 왜 배워?"학원에서 일하려면 동양화보다는 서양화가 더 유리하니까. 근데 학원 강사들 중에 동양화 전공자들도 많아."
- 그럼 진로는 이쪽으로 정한거야?"일단은 그렇게 하려고. 뭔가 더 배우고 싶긴 한데… 시간을 잘 못 쓰고 있다고 해야 하나. 동아리 선배 중에 얼마 전에 취직한 오빠가 있는데, 11월 11일 날 빼빼로 데이라고 주변 선후배들한테 빼빼로에 편지까지 써서 일일이 다 챙겨주더라. 그런 걸 보면 시간은 자기가 쓰기 나름인 것 같긴 해."
- 학원 보수는 어때?"나름 괜찮은 것 같아. 남들이랑 비교했을 때는 뭐 잘 모르겠지만… 솔직한 심정으로 나는 초봉 3000만 원 받았으면 좋겠어."
- 이야… 너 꿈 크다. 나는 취업하기 전에 교수님이랑 상담한 적이 있었는데, 초봉으로 2800만 원 받고 싶다 했더니 교수님이 그것도 꿈이 너무 큰 거라 그러시더라. "그래 현실은 그런거지."
- 얼마 전에 수능이었잖아, 기분이 이상하더라. 넌 어땠어?"맞아. 너무 새로워. 내 나이가 벌써 수능을 4번이나 지나간 나이라니! 예전에는 공부를 워낙 못해서, 대학을 가야되니까 미술을 선택했던 때가 생각나네."
- 동양화과는 어떻게 선택하게 된 거야?"그때 한창 드라마 <바람의 화원>이 인기였던 시기였지.(웃음) 이모가 아는 사람 중에 화실을 하는 사람이 있었는데 한 번 따라갔다가 동양화의 그 먹 냄새에 반했어. 그때는 뭐가 뭔지 잘 몰랐던 때였는데도 작품들이 참 멋있게 느껴졌어. 그러면서 동양화를 시작한 거지. 동기들 중엔 어렸을 때부터 그림을 그려오던 애들도 있고, 예고를 나온 애들도 많아. 그에 비하면 난 늦게 시작한 건데, 걔네들처럼 어렸을 적부터 진로를 정할 수 있다는 건 신기한 일이지 않아? 난 정말 어려웠거든."
- 그림을 시작했던 그때와 지금을 비교해보면 어때?"결국엔 미술이 하고 싶어서 동양화과를 선택한 건데 지금은 좀 달라진 것 같아. 잘 모르겠어. 내가 하고 싶은 것과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다르니까 언제나 선택의 문제가 발생하지. 그게 괴로워."
- 과 동기들도 그래?"다들 비슷해. '졸업해서 뭐하지?' 이런 경우가 많아."
- 그래도 넌 졸업하고 학원에 바로 취업할 수 있으니 나름 잘된 케이스 아닐까?"나는 내가 정말 이 일이 좋아서 하기로 한 건지 스스로도 잘 모르겠어. 집안사정에 맞춰서 바로 취업해야 하는 거니까. 그래서 취업을 준비하는 후배들에게 해줄 말이 없어. 해줄 수 있는 말이 없으니까 슬퍼."
- 그럼 뭔가 다른 것을 하고 싶다고 말해본 적 있어?"대학 준비할 때 미술하고 싶다고 한 것 말고는 없어. 하고 싶은 것이 생기더라도 부모님께 '다른 것을 하고 싶다'라고 말하는 건, 생각만 해도 힘들고 괴로운 일이야. 멋진 말로 포장하면 '도전'이 되겠지만, 집안사정이 넉넉지 않으니 그건 내 욕심인 것 같기도 하고, 철없는 일이기도 해."
- 요즘 등록금도 너무 비싸잖아. 그것도 큰 부담이겠다."등록금은 부모님께서 매번 도와주셨어. 늘 죄송하지. 친구들 중에는 매번 학자금 대출받는 애들도 많았어. 등록금이 비싸더라도 학교 환경이 좋으면 불만이 덜할텐데 말야. 얼마 전에 학교에 불이 났었거든? 경찰이랑 소방관이 와서 조사를 했는데 화재가 난 건물을 보더니 '말도 안 되는 구조'라고 했다는 거야. '한 번 불나면 끝장나는 구조'라고 했대. 게다가 그 건물이 1, 2층은 조소과랑 공예과가 쓰고 그 위층에는 동양화, 서양화과가 쓰는데 거기엔 종이랑 천이 가득한 데다 서양화는 대부분 유화니까 기름 성분이 잔뜩 있는 거잖아? 불이 제대로 났다고 하면 정말 끔찍했을 거야. 학교는 그런 건물을 그냥 방치해 둔 거야."
- 열악한 걸 넘어서, 정말 위험한 공간인데."거긴 학생들이 쓰는 공간인데도 무슨, 공사장 같은 느낌이야. 그리고 이제까지 건물에 따뜻한 물도 안 나왔어. 올해부터 따뜻한 물이 나오거든. 이제 난 졸업하는데 좀 화나기도 해 (웃음). 그런 열악한 상황인데 얼마 전에 내가 이런 뉴스를 봤어. 우리학교가 종편채널에 투자를 했다는 거야. 그것도 50억을! 나 참 정말 열 받아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