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들에 대해 고민하는 청년부가 생겼으면"

[청춘, 청춘에게 말을 걸다 ②] 동양화를 전공하는 대학 졸업반 이재원씨

등록 2012.11.19 18:06수정 2012.11.19 1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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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5일, 청년플러스의 두 번째 인터뷰가 진행됐다. 우리가 두 번째로 말을 건 주인공은 청년플러스의 막내 임희영(23)씨의 단짝친구 이재원씨이다. 7살 때 미술학원에서 처음 만났으니, 햇수로 치면 올해로 벌써 16년 지기 친구다. 어렸을 때부터 친구였지만, 절친한 친구가 된 건 막상 고3때부터였고, 그때부터는 늘 붙어 다녔다고 한다. 단짝친구 중 한 명이 묻고, 한 명이 답하는 인터뷰라… 매일 만나서 수다를 떠는 친구사이인 둘의 인터뷰가 왠지 모르게 기대가 되었다.


이재원씨는 현재 동양화를 전공하는 대학교 4학년 졸업반 학생이다. 졸업 이후를 진지하게 고민하면서도 항상 '밝은 웃음'이 함께 하는 그녀는 지금 청년플러스가 가장 만나고 싶어하는 청춘의 모습 그대로다. 아르바이트 때문에 인터뷰 시간에 조금 늦은 재원씨가 미안해하며 자리에 앉는다. 이제 그녀의 목소리에 귀기울여보자.

 두번째 인터뷰의 주인공 이재원(23)씨
두번째 인터뷰의 주인공 이재원(23)씨박슬기

- 아르바이트 하느라 바쁘네?
"응. 오늘은 방문지도 하는 날이거든. 근데 방문지도 과외비는 소개료 빼고 60% 이상이 내 수입이야. 그래서 좋지."

- 어떤 아르바이트를 하는거야?
"미술학원인데, 아동 미술 강사로 일하고 있어. 학원에서 수업도 하고 직접 집에 방문해서 가르치기도 하고. 처음에 아는 언니 소개로 토요일 하루만 하는 정도로 시작했는데 일당이 7만 원이었어. 시급이 굉장하지. ^^"

- 너 동양화 전공이잖아. 근데 왜 아동 미술학원?
"그냥, 생활비가 필요하니까. 서양화 실기도 가르쳐준다고 해서 계속 일하고 있어. 나 서양화 배우고 있어. 그리고 학원에 학습 시간표가 다 짜여져 있어서 애들이 동양화도 간간히 배우고, 다양한 걸 해."

- 서양화는 왜 배워?
"학원에서 일하려면 동양화보다는 서양화가 더 유리하니까. 근데 학원 강사들 중에 동양화 전공자들도 많아."


- 그럼 진로는 이쪽으로 정한거야?
"일단은 그렇게 하려고. 뭔가 더 배우고 싶긴 한데… 시간을 잘 못 쓰고 있다고 해야 하나. 동아리 선배 중에 얼마 전에 취직한 오빠가 있는데, 11월 11일 날 빼빼로 데이라고 주변 선후배들한테 빼빼로에 편지까지 써서 일일이 다 챙겨주더라. 그런 걸 보면 시간은 자기가 쓰기 나름인 것 같긴 해."

- 학원 보수는 어때?
"나름 괜찮은 것 같아. 남들이랑 비교했을 때는 뭐 잘 모르겠지만… 솔직한 심정으로 나는 초봉 3000만 원 받았으면 좋겠어."


- 이야… 너 꿈 크다. 나는 취업하기 전에 교수님이랑 상담한 적이 있었는데, 초봉으로 2800만 원 받고 싶다 했더니 교수님이 그것도 꿈이 너무 큰 거라 그러시더라.
"그래 현실은 그런거지."

- 얼마 전에 수능이었잖아, 기분이 이상하더라. 넌 어땠어?
"맞아. 너무 새로워. 내 나이가 벌써 수능을 4번이나 지나간 나이라니! 예전에는 공부를 워낙 못해서, 대학을 가야되니까 미술을 선택했던 때가 생각나네."

- 동양화과는 어떻게 선택하게 된 거야?
"그때 한창 드라마 <바람의 화원>이 인기였던 시기였지.(웃음) 이모가 아는 사람 중에 화실을 하는 사람이 있었는데 한 번 따라갔다가 동양화의 그 먹 냄새에 반했어. 그때는 뭐가 뭔지 잘 몰랐던 때였는데도 작품들이 참 멋있게 느껴졌어. 그러면서 동양화를 시작한 거지. 동기들 중엔 어렸을 때부터 그림을 그려오던 애들도 있고, 예고를 나온 애들도 많아. 그에 비하면 난 늦게 시작한 건데, 걔네들처럼 어렸을 적부터 진로를 정할 수 있다는 건 신기한 일이지 않아? 난 정말 어려웠거든."

- 그림을 시작했던 그때와 지금을 비교해보면 어때?
"결국엔 미술이 하고 싶어서 동양화과를 선택한 건데 지금은 좀 달라진 것 같아. 잘 모르겠어. 내가 하고 싶은 것과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다르니까 언제나 선택의 문제가 발생하지. 그게 괴로워."

- 과 동기들도 그래?
"다들 비슷해. '졸업해서 뭐하지?' 이런 경우가 많아."

- 그래도 넌 졸업하고 학원에 바로 취업할 수 있으니 나름 잘된 케이스 아닐까?
"나는 내가 정말 이 일이 좋아서 하기로 한 건지 스스로도 잘 모르겠어. 집안사정에 맞춰서 바로 취업해야 하는 거니까. 그래서 취업을 준비하는 후배들에게 해줄 말이 없어. 해줄 수 있는 말이 없으니까 슬퍼."

- 그럼 뭔가 다른 것을 하고 싶다고 말해본 적 있어?
"대학 준비할 때 미술하고 싶다고 한 것 말고는 없어. 하고 싶은 것이 생기더라도 부모님께 '다른 것을 하고 싶다'라고 말하는 건, 생각만 해도 힘들고 괴로운 일이야. 멋진 말로 포장하면 '도전'이 되겠지만, 집안사정이 넉넉지 않으니 그건 내 욕심인 것 같기도 하고, 철없는 일이기도 해."

- 요즘 등록금도 너무 비싸잖아. 그것도 큰 부담이겠다.
"등록금은 부모님께서 매번 도와주셨어. 늘 죄송하지. 친구들 중에는 매번 학자금 대출받는 애들도 많았어. 등록금이 비싸더라도 학교 환경이 좋으면 불만이 덜할텐데 말야. 얼마 전에 학교에 불이 났었거든? 경찰이랑 소방관이 와서 조사를 했는데 화재가 난 건물을 보더니 '말도 안 되는 구조'라고 했다는 거야. '한 번 불나면 끝장나는 구조'라고 했대. 게다가 그 건물이 1, 2층은 조소과랑 공예과가 쓰고 그 위층에는 동양화, 서양화과가 쓰는데 거기엔 종이랑 천이 가득한 데다 서양화는 대부분 유화니까 기름 성분이 잔뜩 있는 거잖아? 불이 제대로 났다고 하면 정말 끔찍했을 거야. 학교는 그런 건물을 그냥 방치해 둔 거야."

- 열악한 걸 넘어서, 정말 위험한 공간인데.
"거긴 학생들이 쓰는 공간인데도 무슨, 공사장 같은 느낌이야. 그리고 이제까지 건물에 따뜻한 물도 안 나왔어. 올해부터 따뜻한 물이 나오거든. 이제 난 졸업하는데 좀 화나기도 해 (웃음). 그런 열악한 상황인데 얼마 전에 내가 이런 뉴스를 봤어. 우리학교가 종편채널에 투자를 했다는 거야. 그것도 50억을! 나 참 정말 열 받아서..."

 인터뷰를 마치고 사진을 찍자고 하니 쑥스러운 듯 웃는 이재원씨
인터뷰를 마치고 사진을 찍자고 하니 쑥스러운 듯 웃는 이재원씨박슬기

- 요즘 20대가 화두잖아. <아프니까 청춘이다> 읽어봤어?
"'아프니까 청춘이다'는 반쯤 읽다 말았는데, 기억이 잘 않나. 그만큼 별로 와 닿는 게 없었던 거 같아. 20대 관련해서는... 전에 니가 얘기해준 거, 우리나라에 '청년부'가 없다는 얘기가 되게 인상 깊었어. 머리 한방 맞은 느낌이랄까. 왠지 이상했어. 여성이나 아동, 노인을 위해 고민하는 부는 있는데, 청년부는 없다니. 아주 먼 미래일지라도, 청년은 나라를 꾸려가는 사회구성원인데 그런 우리를 위한 정책을 구상하는 곳이 없다는 게 이상하지 않아? 연말이면 맨날 보도블럭 갈아 엎는거, 그런 쓸 데 없는 데 세금 좀 쓰지 말고 잘 모아서 청년부 만드는 데 쓰면 되지 않을까."

- 그런 여러 가지들이 변할 수 있는 기회가 바로 대통령 선거일텐데, 대선에 대해서 기대하는 부분이 있어?
"없어."

- 왜?
"핑계를 대자면, 내가 바쁘니까... 대선이 피부에 와 닿지 않아. 얼마 전에 학교에서 총학생회장 선거가 있었는데 난 전혀 몰랐어. 물론 요즘엔 학교에 잘 안 나가서 그렇기도 하지만. 그래도 4년째 지켜봤는데 학생회가 공약을 잘 지킨 것 같지도 않고, 변한 걸 못 느껴봤으니까 더 무관심한 거 같아. 대통령이나 정치인 뽑는 선거도 비슷한 거 같아."

- 약속한 걸 지키지 않으니깐, 믿음이 생기지 않는 거네.
"그렇지. 그리고 요즘엔 정치인들에 대한 불신도 있지만 언론에 대한 불신도 많이 생겨. 얼마 전에 문재인이랑 박근혜가 시민들이랑 악수하는 장면을 비교 해놓은 사진을 봤어. 박근혜는 악수를 너무 많이 해서 손이 아프다고 시민이 악수하러 달려오는데 손을 뒤로 숨기는 사진이었고, 문재인은 생선가게 아주머니가 손에 냄새나서 악수를 못한다고 하는데도 손을 꼭 부여잡는 그런 사진이었어. 그렇게 비교해놓으면 누가 봐도 당연히 문재인을 좋게 볼텐데. 그래서 언론도 잘 못 믿겠어."

- 투표에 대한 무관심, 여기에 대한 문제의식은 없어?
"학생회 선거할 때 연락해서 '투표해라, 투표해라' 하는 데도 결국엔 안하는 애들이 많더라. 그런 거 보면서 '왜 이렇게 참여를 안 할까?' 라는 생각을 하긴 하는데, 그 때뿐이야. 지나면 또 다 잊어."

- 그럼 4월달에는 투표했어?
"했지. 엄마랑 누구 뽑을지 얘기도 하고, 투표한 다음에 출구조사도 했어. 근데 국회의원이 바뀌어도 뭘 해주겠나, 그런 생각이 들어. 그거 알아? 예전에 뉴질랜드의 한 와이셔츠 광고에서 우리나라 국회의원들이 몸싸움 하는 장면을 사용 했다더라. 안 찢어지고 질 좋은 셔츠라는 뜻인 거야! 이게 나라 망신이지. 제발 모두들 자기가 한말은 책임 좀 졌으면 좋겠어. 공약 좀 지키고. 싸우는 일도 정말 없었으면 좋겠다고."

인터뷰를 마치면서 미래에 대한 희망을 간단하게 이야기하고 밝게 마무리해보자고 하니 이재원씨는 한참 고민하다가 "삶을 전환할 수 있는 계기가 꼭 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것은 현재에 대한 부정이라기보다는 새롭고 다양한 것들을 더 많이 경험하고 싶은 기대감일 것이다. 우리 청춘들이 지금 보다 덜 아프고, 지금보다 더 많은 꿈을 꿀 수 있을 날들이 올 거라 믿어본다.
덧붙이는 글 청년플러스 블로그(http://chplus.tistory.com)
#청년플러스 #대통령선거 #청춘 #아프니까 청춘이다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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