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자유민종합복지원 예술단원들이 21일 오후 서울 여의도 새누리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박근혜 대선후보 지지를 선언한 뒤 기자들에게 공연을 선보이고 있다.
유성호
새누리당 여의도 당사 4층 기자실에서 때 아닌 춤 공연이 벌어졌다. 중절모를 쓰고 신사복을 입은 중년 여성 4명이 지팡이를 돌리며 춤을 췄다. 그들의 뒤에는 "박근혜 후보를 지지합니다"라고 적힌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이들은 한국 탈북자유민 종합복지원 예술단 소속이었다. 북한 교원대학 교사였던 나향희 예술단 대표는 21일 오후 당사 기자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제는 우리들도 내 꿈이 이뤄지는 나라, 대한민국에서 살고 싶다"며 "여러 북한이탈예술동포를 대표하여 저희들은 우리들의 꿈을 이루게 해 줄 준비된 여성대통령, 박근혜 후보를 지지한다"고 밝혔다. 공연은 박 후보에 대한 지지선언이 이뤄진 뒤 시작됐다. 예술단의 갑작스런 공연에 기자실 곳곳에서 웃음이 터졌다.
사실 예술단의 기자회견은 상당히 무거운 분위기에서 시작됐다. 나 대표는 "지옥보다 먼 길, 생명을 던져야만 간신히 다다를 수 있는 길, 많은 친구들의 주검을 딛고서야 이제 서울에 우리가 와 있다"며 비장한 어조로 박 후보에 대한 지지 의사를 밝혔다. 보도자료를 통해선 "북한의 실상을 직시하지 못하고 이상적인 대북정책만 나열하고 있는 야권후보에게는 절대 대한민국을 맡길 수 없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하지만 공연이 시작되면서 무거웠던 분위기가 갑자기 반전돼 버린 것. 새누리당 측에서는 "지금 기사 마감 시간이라 기자들이 집중해야 한다"며 급히 제지에 나섰다. 결국 공연은 3분여 만에 중단됐다.
그러나 공연 이후에도 지지선언은 계속됐다. 이병돈 대한안마사협회 회장 등 시각장애인단체 대표 20여 명은 공연 이후 기자회견을 열고 "자신이 약속한 것은 반드시 실천해왔던 박 후보만이 정체돼 있는 장애인 복지를 실현할 수 있다"며 박 후보에 대한 지지를 선언했다.
끝없이 이어지는 지지선언... 때론 '거짓포장'까지 나와최근 새누리당 여의도 당사 4층 기자실은 사람들로 북적이고 있다. 대선이 한 달도 채 남기지 않으면서 박 후보에 대한 지지선언 행렬이 멈추지 않고 있다. 새누리당 측은 지지선언 단체 및 시간 등을 세세히 기자들에게 알리고 있고 직능총괄본부도 일부 단체의 지지선언을 보도자료로 만들어 배포하고 있다. '세 불리기'의 일환인 셈이다.
그러나 이 같은 지지선언 행렬이 어느 정도 효과가 있을지는 의문이다. 일단, 상당수 지지선언 단체들이 보수 성향을 띠고 있어 사실상 고정된 표나 다름 없다. 지지단체들을 새로 포장해 미디어에 다시 노출시키는 것에 지나지 않는 셈이다. 결국 기존 지지층 결속에만 효과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날 오전 박 후보에 대한 지지의사를 밝힌 건설교통전문가 155명이 좋은 예다. 이들은 "박 후보야말로 건설교통인들과 함께 우리나라 제2의 도약을 이룩할 적임자임을 확신하며 지지를 선언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지지선언문을 낭독한 박성표 전 대한주택보증 사장은 18·19대 총선에서 경남 밀양·창녕 새누리당(옛 한나라당) 공천을 신청한 바 있다. 박 전 사장과 함께 이름을 올린 최재범 한진중공업 부회장은 2010년 6·5 부산시장 보궐선거 당시 한나라당 경선후보로 나선 바 있다.
'거짓포장'도 발생한다. 새누리당 인재영입위원회 측은 지난 20일 박근혜 후보 지지선언을 한 '한반도하천복원실천운동본부'에 대해 "야권성향의 환경단체가 박 후보 지지를 선언하고 5000명씩 대규모로 입당한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이라고 설명했다. "4대강 사업을 반대한 대규모 민간 환경단체로는 처음"이라는 방점도 찍혔다. '한반도하천복원실천운동본부' 역시 보도자료를 통해 "환경 분야에 뜻을 같이 한 회원들의 자발적 동참과 나라 사랑하는 마음을 결집하여 활동한 전국적인 순수 민간단체"라고 밝혔다.
그러나 한반도하천복원실천운동본부는 지난 2009년 '세종시 수정안이 담아야 할 비전 발표회'를 후원하고 현 정부의 4대강 사업에 동참하는 '낙동강 대탐사 프로젝트' 행사를 열기도 했다. 또 고엽제전우회·국민행동본부·선진화시민행동 등 보수단체들과 함께 지난 2010년 1월 애국단체총협의회 신년하례회를 공동 주최하기도 했다.
눈살 찌푸리는 '구태' 발생... 지지선언 세 불리기는 득보다 실?때론 눈살을 찌푸리는 상황까지 발생한다. 보수단체인 바른정치미래연합 회원 10여명은 지난 19일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변화무쌍한 정치현실에서 박근혜 후보님 같은 대통령 후보는 앞으로 이 땅에, 이 나라에 나올 가능성이 없기에 적극 지지한다"고 밝혔다.
문제는 바른정치미래연합 회원들이 "박근혜를 지지한다"면서 구호를 너무 크게 외치면서 발생했다. 한 출입기자가 "목소리를 좀 낮추라"고 항의하자 이들은 "좌파 기자"라고 비난하며 소동을 빚었다. 항의를 한 해당 기자의 부스까지 쫓아가 항의할 정도였다.
이들은 "여기가 우리 당사인데 소리도 못 지르냐", "우리가 쌍용차 노조도 아닌데 여기 와서 얘기도 못하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를 말리러 온 당직자에게도 "직급이 어떻게 되냐", "내가 황(우여) 대표 제자인데"라며 소동을 멈추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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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장하던' 탈북자 예술단, 박근혜 캠프에서 춤추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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