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 해체" "과격"... 문재인, 안철수 비판 속내는?

[오마이공약] 문-안 '계열분리명령제' 논쟁... 안도 '삼성 빵집'은 유보

등록 2012.11.22 21:43수정 2012.11.22 2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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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후보와 안철수 무소속 대선후보가 21일 오후 서울 용산구 효창동 백범김구기념관에서 열린 '2012 후보 단일화 토론회'에 참석해 인사나누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아무런 실효성이 없으면서 국민들에게 재벌 해체라는 과격한 인상을 준다." (문재인)
"내가 말하는 계열분리명령제는 삼성전자에서 빵집을 하지 말자는 것이다." (안철수)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와 안철수 무소속 후보가 '싱크로율 80%'라던 재벌개혁 정책을 놓고 맞붙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문 "재벌 해체 과격한 인상"... 안 "삼성 빵집 막자는데"

문재인 후보는 21일 밤 방송3사로 생중계된 단일화 TV토론에서 안철수 무소속 후보의 계열분리명령제에 대해 "미국에서 지난 100년간 2건 시행됐고 30년간 한 번도 시행되지 않았다"고 실효성 문제를 거론하며 "재벌 해체 같은 과격한 인상을 준다"고 비판했다. 이에 안철수 후보는 '삼성 빵집' 사례를 들어 "그건 분리해도 국민적 동의를 얻을 수 있다"고 자신했다.

계열분리명령제란 재벌 계열사가 시장 지배력을 남용하거나 독점 폐해가 나타날 경우 해당 계열사 지분 매각을 명령해 재벌 집단에서 분리하는 제도다. 문 후보가 제안한 출자총액제한제도(출총제)나 순환 출자 규제가 경제력 집중을 예방하는 사전적 규제라면 계열분리명령제는 사후적 규제에 해당한다. 올해 초 '골목상권 침해' 논란을 일으켰던 삼성 계열 호텔신라 빵집 '아티제' 사례에 적용할 수 있는 제도다. 

지금까지 계열분리명령제는 미국 '기업분할명령제'처럼 거대한 단일 독점기업을 여러 개로 쪼개 독점을 막는 데 주로 활용됐다. 그나마 문 후보 지적처럼 미국에서도 지난 100년간 실행한 사례는 1911년 스탠더드오일과 1982년 AT&T 사례가 유일하다. 우리나라에서도 지난 2003년 참여정부 인수위에서 재벌 금융계열사에 한해 도입하려다 좌절됐고 민주통합당도 지난 4월 총선 공약으로 채택했지만 문 후보 대선 공약에선 빠졌다.

계열분리명령제 도입을 약속한 건 안철수 후보가 유일하다. 안철수 캠프 국민정책본부장인 장하성 고려대 교수는 지난달 18일 MBC <손석희의 시선집중>에서 "삼성그룹이 빵집, 골프장, 백화점, 급식 사업하는 것이 오히려 삼성전자의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것"이라면서 "이런 엉뚱한 사업 안 하고 삼성전자에 더 많은 투자를 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 가는 것이 계열분리명령제"라고 밝혔다.


앞서 시민단체와 전문가들이 모인 '경제민주화와 재벌개혁을 위한 국민운동본부'에서도 재벌이 중소기업 업종에 진출해 사후적으로 시장점유율이 5%를 넘을 경우 계열분리나 기업분리 명령을 통해 해당 사업에서 철수하도록 하는 방식을 제안했다.

안 캠프 "논쟁거리 안돼"... 문 캠프 "정책 차별성 없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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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후보와 안철수 무소속 대선후보가 21일 오후 서울 용산구 효창동 백범기념관에서 열린 '2012 후보 단일화 토론회'에 참석해 토론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하지만 경실련 재벌개혁위원장 출신인 문재인 캠프 홍종학 민주통합당 의원은 22일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 통화에서 "계열분리 명령을 하게 되면 강력 반발한 기업이 소송을 걸어 몇 년씩 갈 수밖에 없다"면서 "도입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처벌이 너무 강력해 실효성이 없다"고 지적했다. 

홍 교수는 문 후보 대선 공약에서 계열분리명령제가 빠진 이유에 대해 "이미 경제력 집중을 차단할 다른 방법들이 있는데 실효성 없으면서 '재벌 해체' 논란만 불러일으킬 필요가 없다는 판단에서 빠졌을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안철수 캠프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과 교수는 이날 전화 통화에서 "계열분리명령제는 사전적 규제보다 신축성 있고 다양한 가능성을 가진 구조조정수단"이라면서 "(대상 재벌이 제한적인) 순환 출자뿐 아니라 지배 구조가 거미줄처럼 얽힌 경우나 지주회사 등에도 적용할 수 있어 유통 재벌의 골목상권 침해를 막는 데 효과적"이라고 반박했다.

다만 전 교수는 "현실적으로 기존 순환출자 해소나 계열분리명령제 간에 큰 차이는 없다"면서 "기존 순환 출자를 그냥 둘 순 없고 먼저 고칠 기회를 주느냐 마느냐의 문제로 단일화 정책 협상에서도 이미 공감대가 형성돼 있는데 (문 후보 지적은) 논쟁을 위한 논쟁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홍 의원 역시 "(계열분리명령제가) 인위적인 재벌 해체란 반론이 있지만 우리가 그렇게까지 주장하는 건 아니다"라면서 "큰 문제는 아닌데 양쪽 경제민주화 정책에 큰 차별성이 없다 보니 (TV토론에서) 얘기가 나온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안철수도 빵집 적용은 유보... 문도 '재벌 해체' 공격에 한발 빼

실제 안철수 후보는 계열분리명령제를 재벌 금융계열사에 대해선 1단계 적용을 검토하되 정작 '빵집, 골프장, 백화점, 급식사업' 같은 일반 계열사는 기업의 자발성에 맡긴 뒤 2단계로 검토하겠다는 유보적 입장이다. 문재인 후보의 기존 순환출자 해소 역시 해당 기업들에 3년간 유예 기간을 주기 때문에 임기 말 실현을 장담하기 어렵다.

경제개혁연대 소장인 김상조 한성대 무역학과 교수는 지난 14일 민교협 주최 대선후보 경제 정책 비교 토론회에서 "출총제 부활, 기존 순환출자 해소, 계열분리 명령제 도입 등 여부로 문재인·안철수 후보 사이의 재벌 개혁 의지와 우열을 따지는 것은 무의미하고 위험하기까지 하다"면서 "두 후보 모두 '재벌 해체 하자는 거냐'는 재계의 이데올로기 공격에 시달릴까봐 선거 국면의 정무적 판단에서 계열분리명령제 도입 여부를 사고했을 뿐"이라고 지적했다.
#계열분리명령제 #경제민주화 #재벌개혁 #안철수 #문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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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회부에서 팩트체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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