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수성구 신매역 부근에서 노접상을 하는 상인들이 지난 27일 수성구청장실을 점거하고 구청장과의 면담을 요구하고 있다.
조정훈
"할매들 손이 가장 아름답다며 손을 잡고 한 표 찍어달라고 할대는 언제고 이제 와서 잡아먹을라카는데 우리가 가만 있겠나? 하루 벌어 약 사먹고 힘들게 사는데 구청장 면담하자고 하니까 쓰레기 처리하듯 끌어내려 한다.""우리는 굶어죽게 생겼는데 하루 10만 원씩 주고 용역들 불러서 내쫓으려고만 하는 구청은 도대체 어느 나라 구청입니까? 우리가 나쁜 짓 한 것도 아니고 두부 팔고 도토리묵 팔고 콩나물 팔아서 살라고 하는건데…."대구시 수성구청이 지산동 목련시장과 상동시장 등의 노점상들을 강제 철거하려다 상인들의 반발을 산 데 이어 신매역 주변 노점상들에 대해서도 강제 단속에 나서자 상인들이 생계대책 마련을 요구하며 구청장실을 점거하고 농성을 벌였다.
도시국장이 암묵적으로 약속하고 하루도 안돼 뒤집어신매역 주변에서 노점상을 하는 20여 명은 지난달 4일 전국체전을 앞두고 수성구청의 건의를 받아들여 2개월 동안 노점상을 운영하지 않았다. 그러나 생계가 막막하다며 다시 운영에 나섰고 수성구청은 용역을 동원해 강제로 철거했다.
이에 반발한 상인들이 지난 27일 오전 8시부터 수성구청장실을 점거하고 구청장의 면담을 요구했다. 이들은 수성구청이 지난 4월부터 6개월간의 유예기간을 두고 이전을 요구했지만 당장 노점상을 그만 둘 경우 먹고 살 길이 막막하다며 구청이 나서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수성구청이 신매역 주변이 아닌 인근 지역에 노점을 할 수 있도록 대체부지를 마련해 줬지만 이곳은 손님들이 찾지 않아 하루종일 일해도 5000원도 못 번다고 노점상인들은 하소연했다.
한덕희(64)씨는 "어제 오후 5시 30분부터 물건을 팔았는데 춥고 어두워서 3000원밖에 팔지 못했다"며 "날씨가 추워 채소도 얼어서 팔지 못하는데 우리 더러 죽으라는 소리냐"고 비난했다.
상인들이 구청장실에서 농성을 벌이자 이진훈 수성구청장은 외부 행사를 이유로 이날 늦게까지 구청에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결국 도시국장은 노점상 대표와 대화를 열고 신매역 근처에서의 장사를 묵시적으로 허용하면서 생계대책을 논의하는 것으로 합의해 농성을 풀었다.
그러나 이날 도시국장과의 약속은 하루도 지나지 않아 휴지조각이 됐다. 노점상인들은 이날 도시국장의 약속을 믿고 시장에 나가 다음날 팔 물건들을 샀지만, 28일 오전 거리에 노점을 펴자마자 수성구청이 용역들을 동원해 단속에 나섰기 때문이다.
용역 직원들은 약속을 하루도 안돼 번복한 수성구청을 규탄하며 다시 구청으로 몰려들었고 일부는 구청 직원들과 몸싸움이 벌어지기도 했다. 노점상인들은 도시국장이 구의원과 경찰서 관계자 등이 지켜보고 있는 곳에서 약속을 했음에도 손바닥 뒤집듯 뒤집었다며 구청장 면담을 요구했다.
그러자 수성구청은 상인들에게 12월 중 노점상 실태조사에 무조건 응할 것과 노점상 단속 유보기간을 2013년 3월 12일까지 하기로 하고 그 이후에는 달구벌대로변 이외의 다른 장소로 무조건 이전하는 것 등의 5개안을 제시하고 단속을 유보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노점상인들은 이 안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29일 또다시 구청 앞에서 농성에 들어가는 등 구청과의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상인들은 시한을 두고 유예한다는 것은 6개월 뒤에 또다시 구청과 마찰을 빚을 수밖에 없다며 계속 노점을 하면서 구청과 대화를 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