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K 흔드는 20대... 문재인에게 '20%+α' 선물할까

대구·경북에서 20대 지지율 50% 넘어... 낮은 투표율이 변수

등록 2012.12.01 11:24수정 2012.12.12 1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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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후보가 30일 오후 대구 동성로 대구백화점 앞 유세에서 지지자들의 폰카 세례에 손 인사로 화답하고 있다.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후보가 30일 오후 대구 동성로 대구백화점 앞 유세에서 지지자들의 폰카 세례에 손 인사로 화답하고 있다. ⓒ 남소연


a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후보가 30일 오후 울산대학교 앞을 방문해 대학생들에게 귀마개를 선물받고 있다.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후보가 30일 오후 울산대학교 앞을 방문해 대학생들에게 귀마개를 선물받고 있다. ⓒ 남소연


a  문재인 후보 유세장에 모인 대구시민들.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후보가 30일 오후 대구 동성로 대구백화점 앞에서 유세를 펼치자 수많은 인파가 몰려 문 후보의 연설을 지켜보고 있다.

문재인 후보 유세장에 모인 대구시민들.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후보가 30일 오후 대구 동성로 대구백화점 앞에서 유세를 펼치자 수많은 인파가 몰려 문 후보의 연설을 지켜보고 있다. ⓒ 남소연


경북대학교 학생인 김아무개(22)씨는 서둘러 학교 북문 앞으로 뛰어갔다. 이곳에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가 온다는 소식을 듣고서다. 김씨가 북문 앞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1000여 명의 학생들이 문 후보가 올라탄 5톤 트럭 유세차를 둘러싸고 있었다.

오후 6시. 해는 이미 졌지만 경북대 북문 앞은 유세차 조명과 카메라 플래시 때문에 밝았다. 김씨는 한쪽 구석에서 문 후보의 연설에 귀 기울였다. 문 후보는 '지역 의무고용 할당제'와 '청년 블라인드 채용 제도' 등의 시행을 약속했다. 연설을 듣던 학생들은 환호하며 "문재인"을 외쳤다. 김씨도 함께했다.

대통령 후보 얼굴을 보겠다는 호기심에 뛰어갔던 김씨는 문 후보가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보다 더 낫다는 판단을 내렸다. "청년 일자리 창출을 위한 대책을 박 후보보다 구체적으로 생각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보수의 아성이자 새누리당 텃밭으로 불리는 대구·경북(TK) 지역에서 자라온 김씨. 그는 야권지지자다.   

TK 20대 지지율, 문재인 50.8%... 박근혜 보다 앞서

TK가 흔들리고 있다. 8대 지역 언론사들이 지난 11월 27~28일 리얼미터에 의뢰해 19세 이상 TK 지역 주민 194명을 대상으로 한 4차 여론조사에서(유선전화 80%·휴대전화 20% 자동응답 방식, 표본오차 95%, 신뢰수준 ±7%포인트), 문 후보가 25.1%의 지지율을 기록했다. 지난 17대 대선 때 민주당 후보인 정동영 후보는 득표율 6%를 넘지 못했다. 2002년 대선 당시 노무현 후보는 20.0%를 득표했다. 여론조사 지지율만 놓고 보자면 문 후보는 역대 어느 민주당 대선 후보보다 선전하고 있다.

물론 TK 지역의 40대 이상 기성 세대들의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 지지도는 어느 지역보다 굳건하다. 하지만 20대 등 젊은 세대들에서는 변화의 흐름이 뚜렸한 것도 사실이다. TK를 흔드는 핵심 동력은 20대다. 앞서 언급한 여론조사에서 문 후보는 20대에서 50.8%의 지지율을 보였다. 박 후보(29.3%)보다 21.5% 포인트 앞섰다.

문 후보 역시 이러한 틈새시장을 적극 파고들고 있다. 그는 11월 30일 경북대·영남대 등 TK 지역 대학들을 찾아 블라인드 채용재 등 20대 맞춤형 공약을 내놓았다. 문 후보 측 관계자는 "2030 젊은 층을 중심으로 지지를 넓혀가는 것이 TK 지역 주요 전략"이라고 귀띔했다. 문 후보 측은 이번 대선에서 TK에서 20% 이상 득표를 목표로 하고 있다.


지난 4·11 총선에서 대구 수성갑에 출마해 비록 낙선했지만 40.2%를 득표했던 김부겸 전 의원은 "그동안 이 지역에서는 박근혜 후보를 지지하지 않으면 안되는 분위기였지만 대구만 보자면 (다른 선택을 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없어졌다"며 "이번 대선에서는 30% 이상 득표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구 동성로 가득 채운 젊은 세대... "이번 대선 변화 생길 것"


a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후보가 30일 오후 울산대학교 앞을 방문해 수화동아리 대학생들에게 귀마개와 장갑을 선물받고 있다.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후보가 30일 오후 울산대학교 앞을 방문해 수화동아리 대학생들에게 귀마개와 장갑을 선물받고 있다. ⓒ 남소연


a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후보가 30일 오전 울산 태화장터에서 유세를 마친뒤 상인들과 인사하고 있다.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후보가 30일 오전 울산 태화장터에서 유세를 마친뒤 상인들과 인사하고 있다. ⓒ 남소연


a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후보가 30일 오후 포항 죽도시장 유세장에 도착하자 한 지지자가 문 후보를 향해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고 있다.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후보가 30일 오후 포항 죽도시장 유세장에 도착하자 한 지지자가 문 후보를 향해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고 있다. ⓒ 남소연


실제로 이날 경북대 유세 현장에 온 대학생들의 반응은 호의적이었다. 학생들은 문 후보의 연설을 경청했고, 일부는 스마트폰으로 그의 모습을 촬영하기도 했다. 문 후보가 유세차에서 내려오자 학생들이 일제히 그쪽으로 몰려들어 악수를 요청했다.

문 후보를 향한 반응이 좋은 건 대학가뿐만이 아니었다. 앞서 대구 동성로 대구백화점 앞 유세 현장에는 3000명이 넘는 시민들이 모였고, 대부분 젊은 층이었다.

박성철(29)씨는 "인권변호사 활동 등 문재인의 삶의 궤적을 보면 신뢰가 간다"며 "지난 총선 때 김부겸 전 의원이 수성갑에서 40% 이상 표를 얻었으니 이번 대선 때도 변화가 생기지 않을까"라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지난 번 총선 때 김 전 의원을 지지했다는 김찬호(24)씨는 "민주당 말대로 MB 정부가 잘한 게 거의 없다"며 "새누리당 스스로 정신 차리기는 힘들다, 선거에서 뜨거운 맛을 봐야 변화하려는 노력을 하지 않겠는가"라고 강조했다.

안철수 무소속 전 예비후보를 지지했던 20대 중 문 후보를 지지하는 경우도 있었다. 박우영(26)씨는 "안철수가 사퇴해 아쉽긴 하지만 단일후보가 된 문재인을 찍으려 한다"며 "박근혜는 새로운 느낌이 없다, 이제는 새로운 사람을 찍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또 "그동안 대구는 무조건 새누리당을 지지하는 경향이었는데, 젊은 사람들 분위기는 다르다"며 "젊은 층 사이에서는 민주당에 대한 거부감이 많지 않다"고 덧붙였다.

낮은 투표율이 변수... 문재인 '20%+α' 가능할까

하지만 젊은 층 중심의 문 후보 지지 성향이 전부 득표로 연결될 수 있을 지는 미지수다. 지난 4·11 총선 당시 TK 지역의 20대 투표율은 전국 평균에 비해 낮았다. 이날 만난 학생 대부분도 그를 100% 지지하는 것은 아니라고 답했다.

이아무개(25)씨는 "박근혜보다 문재인이 낫다는 것이지 문재인을 전폭 지지하지는 않는다"며 "문재인이 이번 대선에서 이기려면 안철수가 젊은 층의 지지를 받은 이유를 고민하고 실현해야 한다"고 잘라 말했다. 김근주(21)씨는 "야권이 당선될 것처럼 반응이 뜨거워도 막상 이 지역 20대 투표율 보면 낮다, 어른들은 전동휠체어까지 타고 가서 투표하는데 젊은 친구들은 투표를 잘 안 한다"고 우려했다.

TK를 흔들고 있는 20대, 과연 그들은 문 후보에게 득표율 '20%+α(알파)'를 안겨줄까. 관건은 문 후보가 20대를 투표장으로 나오게 할 동기부여를 제대로 하느냐다. 

민주당 대구시당 관계자는 "그동안 이 지역 젊은 층들은 새누리당 독점 구도 속에서 야당을 지지해도 모두 사표가 되기 때문에 투표장에 나갈 이유를 찾지 못했다"며 "하지만 지난 총선에서 김부겸 전 의원을 통해 변화의 가능성을 봤기 때문에 젊은 층들의 요구를 적극적으로 받아안소 소통한다면 이번 대선에서는 분명 다른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문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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