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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명래
토건개발을 국정의 최우선 과제로 추진하기 위해 MB정부는 퇴장시켜야 할 토건부서(건교부)를 오히려 거대 공룡부처(국토부)로 만들어 놓았다. 이렇게 태어난 국토부는 스스로의 존립을 위해 수요와 무관한 공급주의 정책을 지속적으로 쏟아냈고 과개발은 이의 소산물이 되고 있다.
매매수요가 급감했음에도 유(有)주택자와 건설업자를 위한 18차례의 부동산대책을 쏟아낸 것은 그 비근한 예다. MB정부 5년간 국토부의 연평균 예산은 23.7조 원으로 참여정부 건교부 연평균 예산 17.6조 원의 135%가 늘어난 액수다. 국토부의 예산은 대부분 SOC개발 예산이다.
탈토건 사회로의 이행 조건토건개발주의를 이대로 둔 상태로 한국사회의 미래는 없다. 경제민주화도, 생태복지화도, 자치분권화도 모두 퇴행적인 토건개발주의를 타고 넘어설 때 비로소 가능하다. 토건개발주의로부터 탈피, 즉 '탈토건'은 한국사회의 질적 전환을 원하는 국민이라면 누구라도 함께 하면서 쟁취하고 실현해야 할 시대의 보편과제다.
국가의 녹색화: 국토부의 해체와 개발법의 정비탈토건 국가로의 전환에서 핵심은 국토부의 해체다. 국토부의 핵심 업무인 국토계획(건설포함), 주택, 교통관련 업무는 대부분 수요가 줄었거나 변화를 필요로 한다. 국토부의 계획기능은 환경부로 이관해서 국토환경계획 혹은 지속가능발전계획으로 추진되어야 한다. 국토부가 관장하는 토지개발 업무는 지방정부로 이관돼야 한다. 주택보급율이 100%를 넘어선 지금, 남은 주택정책기능은 주거복지(임대주택의 공급과 관리) 뿐이다.
따라서 민간부문의 주택건설 인허가 등의 업무는 지방정부로 이관하고, 주거복지기능은 보건복지부로 이관하거나 주거복지청을 신설하여 전담하도록 해야 한다. 교통관련 업무는 도시권 확장 등에 맞춰 교통청과 같은 전문기구를 신설해서 담당하도록 해야 한다.
개발공사도 대부분 해체하거나 기능전환을 통해 통폐합해야 한다. 국토부 과제를 대행하거나 수익성 우선의 주택 및 도시개발사업(예, 보금자리주택공급사업, 도시재개발사업)을 LH가 계속 담당할 이유가 없다. LH식 임대주택의 공급은 지방정부(혹은 지방공사)가 맡아서 하면 된다.
미래의 업역(業域)으로 여기는 도시재생사업은 더욱 지방정부의 몫이다. 제2의 LH로 전락하고 있는 수자원 공사 역시 이미 기반시설을 과잉 건설한 상태다. 불필요한 하천개발사업(4대강 정비, 수변구역개발 등)을 멈추게 하기 위해서라도 공사는 해체돼야 한다. 필요한 기능은 수질관리와 묶어 새롭게 편재해야 한다.
120여 개에 달하는 토지개발 관련법들도 통폐합한 뒤, '국토기본법'과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을 중심으로 하는 계획법 체계를 재확립해야 한다. 아울러 참여정부를 거치면서 급속하게 생겨난 개발특별법들(계획법)도 대부분 일반법으로 되돌려야 한다.
토건경제의 축소: 건설업의 구조조정저성장으로 인한 토건개발의 수요가 급감하고 있지만, 과거 성장기에 과대 팽창한 건설업은 스스로의 존립을 위해 지속적으로 공급주의 정책을 요구하고 있다. 또한 국민 소비자로 하여금 토건개발의 상품(예, 토지, 주택 등)을 소비하도록 부추기고 있다.
가령, MB정부의 부동산대책 중 핵심인 거래활성화는 부동산건설업을 되살려야 한다는 업계의 민원 해결을 위한 정책이다. 서민주거안정을 명분으로 내세웠지만, 전국 24시간 편의점 수의 4배가 되는 부동산중개업소, 2000년에 비해 45%나 증가한 건설업체의 부양이 MB식 부동산 대책의 속내다. 국토부(의 관료)가 토건세력에 의해 포획된 상황에서 이러한 정책의 선택은 필연적이다.
공급주의 개발정책의 생산을 지속적으로 압박하는 토건세력의 영향력을 줄이기 위해 토건경제 전반에 대한 축소 지향적 구조조정이 대대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우선 GDP에서 차지하는 건설업의 비중을 OECD 평균 수준으로 낮추는 것을 전제로 건설업 자체를 점진적으로 축소시켜가야 한다.
이를 위해 자발적 구조조정, 업종전환, 부실업체 퇴출 등의 정책이 강도 높게 추진돼야 한다. 동시에 소득향상에 따라 생겨나는 고부가치 건설수요에 부응할 수 있는 건설업 전반(건설기술, 생산방식, 개발기법, 고용관계, 하도급관계 등)이 선진화되록 해야 한다. 이렇게 해서 토건 중에서 '좋은 토건'을 신산업화하도록 해야 한다.
시민사회의 탈토건화: 공동체운동과 공민적 시민 만들기한국에서 개인 부의 대부분은 고도 성장기의 토건개발을 통해 창출된 부동산 부다. 토건국가와 토건경제가 지탱되는 것은 토건개발의 부에 대한 시민들의 강한 집착 때문이다. 이러한 집착을 깨기 위해서는 시민사회 전반에서 자발 공동체 운동이 다양하게 조직되어야 한다. 더불어 살아가는 삶의 관계가 복원되고, 호혜경제 혹은 협동경제가 대안경제로 떠올라야 한다. 이를 주민 스스로 관리해가는 공동체 자치(예, 근린자치)가 활성화되는 게 곧 자발 공동체 운동이 지향하는 바다.
서울 마포 성미산 공동체 운동이 이의 적절한 예가 된다. 자발 공동체 운동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이점은 사익추구에 속한 토건개발에 대한 시민들의 인식과 태도를 근본적으로 바꾸는 것이다. 즉, 공동체 삶을 통해 얻게 되는 대안가치가 사익우선의 토건개발을 통해 얻는 것보다 더 값지고 보람차다는 것을 인식할 때 시민들은 토건개발의 욕망에 갇힌 스스로를 되돌아본다. 또한 그 상태를 벗어나고자 하는 대안적 삶을 찾으려 할 것이다.
서울 박원순 시장이 펼치는 '공유도시'는 사적욕망에 사로잡힌 시민들을 공공영역으로 끌어들여 더불어 살아가는 미덕을 배우고 실천하는 '공민적 시민'으로 거듭나도록 하는 것을 겨냥하고 있다. 탈토건과 관련하여 시사하는 바가 참으로 크다.
2012 대선은 탈토건의 시험대2012년 대선에서 과거와 같은 선심성 토건개발공약이 난무하지 않고 있는 것은 일단 다행이다. 경제민주화나 보편복지 논쟁을 거치는 동안 토건개발에 관한 정책비전이나 정책공약에 대한 관심이 현저하게 줄어든 결과다. 2012 대선이 한국사회를 지속가능한 탈토건 사회로 바꾸는 역사적인 계기가 될 수 있다는 뜻이다.
따라서 적극적인 초록 유권자 운동을 펼쳐, 탈토건으로의 이행을 위한 국가나 시장의 녹색화(예, 국토부 해체, 과개발의 정리, 4대강 복원, 탈핵에너지로의 전환, 건설산업의 구조조정 등)에 관한 공약을 요구한다. 그리고 이를 통해 탈토건 리더십이 선택 받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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