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 배추 속 좀 보세요"... 올해 김치도 맛있겠다

속이 꽉 찬 배추, 올 김장 준비 '끝~'

등록 2012.12.06 10:57수정 2012.12.06 1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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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와 아내가 배추를 뽑고 있습니다 ⓒ 김동수


"따르릉 따르릉!"


아침마다 울리는 우리 집 전화벨소리. 어머니가 며느리에게 안부 전화를 합니다. 오늘(5일)은 안부만이 아니라 김장 때문입니다.

"오늘 배추 뽑으러 올 수 있나?"
"예."
"그럼 아이들 학교 보내놓고 오이라."


아이들을 보내고 부리나케 달려갔습니다. 마음 바쁜 어머니는 벌써 배추를 뽑고 계셨습니다. 하루에 10번은 허리가 아파 죽겠다는 분입니다. 그런데도 옛날 버릇이 남아 오늘 할 일을 앞에 두고 쉬는 분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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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가 뽑은 배추를 옮기고 있습니다. 허리가 아프다고 하시면서도 일하는 모습을 볼 때마다 마음이 아픕니다. ⓒ 김동수


"어머니 그냥 쉬세요."
"이 많은 배추를 보고 어떻게 쉬노."
"하루에도 몇 번씩 허리 아프다고 하시잖아요. 그럼 쉬세요."
"허리가 아파도 우짜노. 해야지."
"며칠 전에도 갑자기 편찮아서 병원 가셨잖아요."
"그래도 배추만 뽑고."

지난 일요일 갑자기 복통이 와 병원에 가신 분이 또 일입니다. 정말 못말리는 분입니다. 여든한 살에도 이렇게 일을 하시니 젊었을 때는 상상을 초월했습니다. 억척도 그런 억척이 없지요. 물론 요즘은 일을 많이 하시는 것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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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내조카가 탔던 유모차가 배추 옮기고 있습니다. ⓒ 김동수


"우리가 뽑은 배추 저리 갖다놔라."
"예설이(막내조카)가 탔던 유모차가 쓸모가 있네요."
"하모, 이게 얼마나 좋은데. 속이 꽉 찬 배추하고, 안 찬 배추는 따로 따로 둬야 한다. 알겠나?"

시골 어른들에게 유모차는 굉장히 유익한 이동보조(?) 수단입니다. 지팡이 대신 유모차를 이용하면 훨씬 편안합니다. 요즘은 아예 어르신용 유모차가 따로 나옵니다. 당연히 우리 어머니도 유모차 한 대를 가지고 있습니다. 어머니도 유모차에 배추를 한가득 싣고 다녔습니다.


"어머니 올해는 배추가 지난해보다 못한 것 같아요."
"맞다. 아무리 비료를 하라고 해도 안 했다 아이가."
"비료 너무 많이 하는 것도 안 좋아요."
"비료를 많이 하라는 것이 아니라 조금 올라왔을 때 한 번은 뿌려야 한다. 그런데 하경이 아빠는 안 그랬다."
"속 찬 것이 지난해보다는 못하지만 이만하면 잘 찼어요."

아내가 칼로 잘랐는데 생각보다 속이 많이 찼습니다. 아내는 정말 힘이 셉니다. 못하는 것이 없습니다. 아내가 배추 한 포기 한 포기를 자르는 모습을 보면서 '나보다 낫네'라는 생각이 저절로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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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추를 두 조각내는 아내. 아내는 힘이 셉니다. ⓒ 김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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꽉찬 배추속. 벌써 입안에 침이 고입니다. ⓒ 김동수


"와! 꽉 찬 속 좀 보세요."
"올 김장김치도 맛있겠어요."
"사실 겨울은 김장김치만 있어도 되잖아요."
"또 저 말. 당신이 김치만 가지고 겨울 난다고요?"
"어림없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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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와 아내가 배추를 다 절였습니다. 물론 저도 절이는 데 함께 했습니다. ⓒ 김동수


배추를 다 절이고 나니 큰 통 3개, 작은 통 2개입니다. 엄청난 양입니다. 어머니와 우리가 먹을 김장입니다. 물론 누나와 여동생이 조금씩 가져가지만 대부분 우리 집에서 먹습니다. 아이들이 김치를 굉장히 좋아합니다.

이제 겨우내 먹을 무를 땅에 묻는 일만 남았습니다. 지금은 그렇지 않지만 옛날에는 긴긴 겨울밤 땅에 묻었던 무를 하나씩 꺼내 먹었습니다. 정말 맛있었습니다. 땅에 잘 묻어야 합니다. 무에 공기가 들어가면 쓸모없는 무가 됩니다. 아내가 무가 먹고 싶은 모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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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우내내 먹을 무를 땅에 묻었습니다. ⓒ 김동수


"무 하나 깎아 먹을까요?"
"맵지 않을까?"
"한번 깎아볼 것이니까 먹어보세요. 맛있죠?"
"와 생각보다 맛있네. 맵지도 않고."
"옛날에는 따뜻한 구들방에서 많이 깎아 먹었잖아요. 고구마도 구워 먹고. 동치미 생각이 나네."

절인 배추를 건져내면 김장 준비는 다 끝났습니다. 토요일 올 겨울 내내 먹을 김장을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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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를 깎아 먹었는데 '꿀맛'이었습니다. ⓒ 김동수


#김장 #배추 #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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