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털에 제 기사가 뜨면, 학생 반응은 느낌표"

[찜!e시민기자] 아이들과 자연의 미소 담는 박병춘 시민기자

등록 2012.12.06 20:20수정 2012.12.06 20:20
0
원고료로 응원
【오마이뉴스는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생활글도 뉴스로 채택하고 있습니다. 개인의 경험을 통해 뉴스를 좀더 생생하고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습니다. 당신의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찜! e시민기자'는 한 주간 <오마이뉴스>에 기사를 올린 시민기자 중 인상적인 사람을 찾아 짧게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인상적'이라는 게 무슨 말이냐고요? 편집부를 울리거나 웃기거나 열 받게(?) 하거나, 어떤 식으로든 편집부의 뇌리에 '쏘옥' 들어오는 게 인상적인 겁니다. 꼭 기사를 잘 써야 하는 건 아닙니다. 경력이 독특하거나 열정이 있거나... 여하튼 뭐든 눈에 들면 편집부는 바로 '찜' 합니다. [편집자말]
바야흐로 '정치의 계절'이다. <오마이뉴스>뿐만 아니라 각종 매체 그리고 포털까지도 '정치 일색'이다. 뉴스 매체는 1번부터 7번까지 번호표를 단 사람들이 열을 올리고 있는 풍경을 앞다퉈 보도하고 있다. 덕분에 타의적으로 우리 삶은 정치의 한복판에 놓이게 됐다.


무수히 쏟아지는 정치 기사를 편집하다 보면 내 시야도 시나브로 '정치'에 갇혀 버리기 마련. 그래도 다행인 것은 이따금 눈을 시원하게 정화해주고, 묻혀버린 감수성에 수분을 공급해주는 기사들이 있다는 점이다.

그래서, 찜했다. 2003년부터 <오마이뉴스>에 시의성 있는 교육 기사를, 사람 냄새 물씬 풍기는 사는이야기 기사를 쏘아 올리고 있는 박병춘(hayam) 시민기자를. 수능을 앞둔 아이들의 긴장과 설렘을 감각적으로 담아내고(관련기사), 무심코 지나칠 수 있는 자연의 아름다움을 읽는 이에게 선물하는(관련기사) 그를 말이다. 다음은 그와 나눈 일문일답.

"공부해서 남 주자, 이게 제 철학입니다"

a

"매일 '공부해서 남 주자'라는 철학으로 공동체의 가치를 중시하며 교실에 들어간다"는 박병춘 시민기자 ⓒ 박병춘 제공


-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합니다.
"저는 대전의 한 고등학교에서 24년째 국어 교사로 재직 중입니다. 매일 '공부해서 남 주자'라는 철학으로 공동체의 가치를 중시하며 교실에 들어갑니다. 내놓을 만한 성과물 없이 문학에 빠져 살고요. 주변의 어떤 교사는 저에게 '감수성 성주'라고 얘기할 만큼 감성이 풍부하여 작은 일에도 감동하고 걸핏하면 웁니다. 제자 주례 스물네 번 섰고, 아주 가끔 폭음을 즐깁니다."

- 2003년부터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로 활동하기 시작하셨네요. 어떤 계기로 시민기자가 되셨나요?
"제 인생의 운동장이 필요했어요. 클릭만 하면 제 삶의 자취를 알 수 있는 공간으로 <오마이뉴스>를 선택했습니다. 특히 교육계에 만연한 비교육적 세태를 세상에 알리고 좋은 울림이 돼 교육이 변하는 데 일조하고 싶었어요. 지금은 기운이 좀 빠져 있는데요. 시민기자 출발 당시 열정을 생각하면 웃음이 나오고 기분도 좋아집니다."


- 활동 이력을 보니, 한해 평균 41개가량의 기사를 송고하셨어요. 근데 2005년에는 무려 101개의 기사를 작성하셨더군요. 이때 무슨 일이 있었나요?
"뭐 달리 특별한 이유는 없었고요. 누구나 무슨 일을 하든 열정이 최고조에 달하는 때가 있는 듯해요. 아마 그때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부끄러움 없이 닥치는 대로 썼어요. 지금 생각하면 살짝 부끄럽습니다."

"제 기사요? 수업에 활용하기도 한답니다"

a

"<오마이뉴스>에 교육 관련 유능한 시민기자들이 많이 있지만 교육 현안을 보다 심층적으로 취재하고 비판하는 전문기자는 아직 없다"는 박병춘 시민기자 ⓒ 박병춘 제공


- 시민기자 활동 초반, 교육 현안에 관한 주장성 기사를 쓰셨어요. 이후에는 주변의 일상을 담고 계십니다.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예리하시네요. 교육 현안 주장을 하려면 준비를 많이 해야 합니다. 사실과 의견을 구분해 논리정연하게 주장해야 하기 때문에 글쓰기가 힘든 것도 사실입니다. 제 주장이 많은 분들의 공감을 이끌어 낼 때도 있지만, 자칫 알량한 훈화나 계몽에 빠져 밋밋하게 흘러가는 게 싫었어요. 교육에 정답이 없다는 게 한계이기도 하고요. 교육 현안은 정치의 틀 안에서 신음하거나 생각을 바꾸지 않는 거대 집단의 손아귀에서 벗어나지 않아요.

주변의 일상을 기사화하면 수업 시간에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큽니다. 여행을 좋아하다 보니 혼자 보기에 아까운 내용을 많이 접합니다. 교사로서 겪는 일, 시민 정신으로 다가서야 할 이야기, 소박한 일상의 기록 등 세 분야로 나눌 수 있겠습니다. 고교 시절부터 사진에 관심이 많았는데, <오마이뉴스> 원고료로 전문가용 카메라를 장만했어요. 카메라 덕에 소재를 보는 눈이 커지고 제 일상의 기록도 자연스럽게 엮어지는 듯합니다."

- 다른 시민기자들에게 '일상에서 기삿거리 잡아 취재하는 법' 좀 알려주세요.
"조금만 더 다가서면 안 보이는 게 보입니다. 시인 도종환이 시 <담쟁이>를 쓸 때도 그랬답니다. 우리가 거대한 담장을 보고 넘을 수 없는 절망의 벽이라고 느낄 때 한발 더 다가서서 바라보니 담쟁이가 수천수 만의 잎을 이끌고 담을 넘고 있더라는 거죠. 주변의 사람·자연·대상에 조금만 더 다가서면 아주 의미 있는 내용이 가득 들어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좋은 글을 많이 읽어야 좋은 글을 쓸 수 있겠지요."

- 요새 기사를 보면 사진이 눈에 확 들어옵니다. 따로 배우신 건가요?
"사진은 어린 시절부터 관심이 있었습니다. 아버지 주변인들이 카메라를 들고 저희 집에 놀러 오곤 했어요. 몇 차례 눌러보고 뷰파인더 들여다보며 꼭 해야겠다고 다짐했어요. 그 꿈이 서서히 이뤄지고 있습니다. 방학을 이용해 사진 연수를 받은 거 빼곤 따로 배우지 않았습니다. 거의 독학 수준입니다. 사진 이론을 경험으로 치환하려면 아직 멀었습니다. 더 치열하게 찍겠습니다."

세월이 흘러도 함께 공유할 수 있는 것은 '기록'뿐

a

"교사의 존재 이유는 학생이 있기 때문이잖아요. 훗날을 위한 기록을 남기고 있습니다" ⓒ 박병춘


- 학교 현장에서 일하시면서 시민기자도 하고 계십니다. 활동상 어려운 점이 있나요?
"교장 선생님께서도 적극 응원해주십니다. 다만 일과를 마치고 취재를 해야 한다는 점에서 어렵긴 합니다. 지금까지 세 차례 대전광역시 교육감 선거 취재를 전담했고, 교육감 선거 공중파 토론회에 패널로 참여한 적도 있습니다. 현장 교사로서 교육 현안을 놓고 시교육감과 심층적인 대화를 하고 건의를 할 수 있어서 좋습니다. 동시대를 사는 시민으로서 치열하게 공부하고 좋은 울림이 될 수 있게 더욱 노력해야겠죠."

- 기사들을 보면 학생들에 대한 기록이 담긴 기사도 많습니다. 어떤 의미를 설정하고 작성하시는 건지요?
"제 교육 활동이 딱히 특별하다고 보지 않습니다. 저보다 훨씬 즐겁고 유익한 교육 활동을 하며 묵묵히 교단을 지키고 계신 분들이 절대다수입니다. 다만 저와 상호작용하는 제자들에게 훗날 추억이 되고 술안주가 될 수 있도록 기록으로 남겨두는 것이죠. 교사의 존재 이유는 학생이 있기 때문이잖아요. 그런 기록을 통해서 저를 담금질합니다. 열정과 사랑이 식으면 교사로서 생명은 끝이라고 봅니다. 제자들과 함께하는 시간이 가장 행복합니다."

- 학생들이 선생님 기사를 읽고 평을 하기도 하나요?
"물론입니다. 포털 메인에 제 기사가 오르는 날엔 학생들의 인사가 감탄사로 이어집니다. 기분 좋지요. 가끔은 수업 시간에 제 기사를 놓고 평가를 하기도 하고, 학생들에게 같은 상황에서 어떻게 쓸 것인지 글쓰기 기회도 가져봅니다."

- <오마이뉴스>에 바라는 게 있다면 말씀해주십시오.
"교육 관련 전문기자를 채용해 주세요. <오마이뉴스>에 교육 관련 유능한 시민기자들이 많이 있지만 교육 현안을 보다 심층적으로 취재하고 비판하는 전문기자가 아직 없잖아요. <오마이뉴스>에 현직 교사 시민기자가 많은데, 그분들을 모두 모아 교육 현안에 생산적인 목소리를 내는 창구 역할을 잘해주셨으면 합니다. 또, <오마이뉴스>의 특산품이라고 했던 '사는이야기' 지면을 보다 눈에 띄게 넓혀주시고, 좋은 기사 쓰는 분들을 우대해 주세요."

☞ 박병춘 시민기자가 쓴 기사 보러가기
#박병춘 #HAYAM #찜!E시민기자 #오마이뉴스 #사는이야기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오마이뉴스 기획편집부 기자입니다. 조용한 걸 좋아해요.

AD

AD

AD

인기기사

  1. 1 금반지 찾아준 사람이 뽑힐 줄이야, 500분의 1 기적
  2. 2 '윤석열 안방' 무너지나... 박근혜보다 안 좋은 징후
  3. 3 '조중동 논리' 읊어대던 민주당 의원들, 왜 반성 안 하나
  4. 4 검찰의 돌변... 특수활동비가 아킬레스건인 이유
  5. 5 "미국·일본에게 '호구' 된 윤 정부... 3년 진짜 길다"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