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흘 밤낮 달려 투표하러 왔습니다"

미국 휴스턴에서 만난 세계일주 자전거여행자 김성원씨

등록 2012.12.07 15:22수정 2012.12.07 1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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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가한 휴스턴 총영사관 재외 국민 투표소
한가한 휴스턴 총영사관 재외 국민 투표소이상훈

재외국민 투표가 시작된 지 이틀 째, 평일이라 그런지 아직 재외 국민 투표소는 한가하다. 하지만 휴스턴 총 영사관 재외국민 투표소에서 우연히 자전거로 세계여행 중인 김성원씨(30)를 만날 수 있었다.

대구에 사는 김성원(30)씨. 군대에서 장교 복무 후 세계 일주를 꿈꿨다. 세계일주는 하고 싶은데 여행 경비 마련에 어려움을 느끼고 자전거로 여행을 시작했다. 하지만 자전거로 여행하며 길에서 느끼는 매력에 빠져 계속 자전거 세계 일주를 고집하고 있다.

그의 세계일주는 2010년 4월 1일, 중국 칭다오에서 시작됐다. 칭다오에서 홍콩까지 7개월, 동남아 5개월, 서호주 지역에서 1년을 보냈다. 그리고 다시 동남아로 돌아와 한달 반 여행한 후 한국에서 3개월간 머물며 체력을 재충전했다. 여행중 태국에서는 뺑소니 사고를 당해 목숨을 잃을 뻔하기도 했단다.

휴식 후 다시 길을 떠난 그는 85일 전, 캐나다 밴쿠버를 통해 북미주로 들어왔다. 85일간 북미주 대륙에서만 달린 거리는 4019km.

미국 시애틀에서 우연히 만난 영사관 직원을 통해 국외자 투표를 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여행 일정에 맞춰 휴스턴 영사관에서 투표를 하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예상 보다 늦어진 일정 때문에, 샌디에이고에서 그레이하운드(미국 고속버스)를 타고 휴스턴으로 오기로 결정했다.

세계 여행 중인 그, 투표를 안 하고 넘어가는 게 편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20만 원이 넘는 돈을 들여 버스를 타고 사흘 밤낮을 자전거 타고와서까지 꼭 투표를 해야 했던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투표소 앞 자전거와 함께 세계일주를 위한 자전거와 함께 포즈를 취한 김성원씨 (휴스턴 한인회관 앞)
투표소 앞 자전거와 함께세계일주를 위한 자전거와 함께 포즈를 취한 김성원씨 (휴스턴 한인회관 앞)이상훈

대구 토박이, 보수가 무엇인지 진보가 무엇인지도 몰랐다 


"기존 언론을 통해 접할 수 없었던 정보를 오마이뉴스같은 인터넷 신문이나 팟캐스트를 통해 알 수 있어서 다행이었어요."

그는 지난 대선 때는 군대 안에서 투표를 했다. 옛날처럼 강제적인 투표를 한 건 아니었지만, 제한된 매체의 영향 때문에 객관적인 정보를 얻을 수 없었다고 한다. 하지만 호주 여행 중 우연히 듣게된 팟캐스트는 김성원씨의 모든 선입견을 깨주었다.


그는 태어나서 대학을 졸업할 때까지 대구에만 있었기 때문에 진보적인 매체나 소식을 접해본 적이 단 한 번도 없다고 했다. 대구의 보수적인 분위기 속에 자라며 그 분위기가 보수라는 것도, 진보가 어떤 것이라는 것도 모르고 자랐다. 그러다 우연히 팟캐스트를 접하게 되었고, 인터넷과 각종 매체를 통해 거짓말과 진실을 구분할 수 있게 됐다고 한다.

지난 5년간 현정부의 실정과 각종 비리를 보며 '나라의 녹을 먹는 사람들이 어떻게 저럴 수가 있는지'라는 배신감을 느꼈고, 5년 전 아무 것도 모르고 했던 투표를 뼈저리게 후회했다고 한다. 그리고 반드시 투표를 해야 겠다는 다짐도 했다. 

 자전거로 세계 일주 중인 김성원(30)씨.
자전거로 세계 일주 중인 김성원(30)씨.이상훈

그런 이유로 200불이 넘는 돈을 들여 버스를 탔지만 휴스턴까지 표를 끊을 수 없어 중간에 내려야만 했고, 사흘동안 밤새 자전거를 달려 휴스턴에 도착했다. 그 자신도 이렇게 투표를 하는데, 집에서 몇십 분만 걸어가면 투표할 수 있는 곳에 계신 분들은 제발 투표 좀 하시라고 자극을 주고 싶단다.

"국민 여러분 제발 투표 좀 하세요."

"대선 결과는 멕시코에서 들을 수 있을 것 같은데 한국에서 좋은 소식이 들렸으면 좋겠다"는 기대와 함께 김씨는 자전거 체인을 돌리며 길을 떠났다.
#재외선거 #투표 #자전거 #세계일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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