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갑, 지역주의 망령 잊었나

라디오 인터뷰서 "전라도는 민주당의 식민지" 발언

등록 2012.12.07 14:11수정 2012.12.07 1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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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중'

내가 그에게 해준 것 1997년 12월 15대 대통령 선거 때 투표용지 김대중 이름 옆에 도장을 꾹 찍어준 것 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요즘도 '김대중'이란 이름 석자를 부를 때마다 가슴이 뭉클합니다. 왜 그런지 이유를 모르겠습니다. 그냥 한 번씩 이름을 떠올릴 때마다 눈물이 주루룩할 때도 있습니다.

15년이 지난 지금 대통령에 도전하는 이들은 전혀 새로운 이들입니다. 물론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는 잘 알려졌지만 1997년 박근혜는 국회의원 '배지'도 달지 못했습니다. 문재인 후보는 이름조차 몰랐습니다. 안철수 전 후보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이정희-심상정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 옛말이 하나도 틀리지 않았음을 박근혜-문재인-안철수-이정희-심상정은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리고 정치인들 지형 변화가 눈에 띕니다. 무엇보다 김대중 전 대통령을 모셨던 이들이 박근혜 후보를 지지하고 있습니다. 김대중 정부 대통령 비서실장을 지낸 한광옥씨와 '리틀DJ'로 잘 알려진 한화갑 전 민주당 대표가 '박근혜 지지'를 선언했습니다.

김대중 전 대통령도 박정희 군사반란 주역이었던 김종필과 DJP연합을 했습니다. 그러므로 한 전 대표가 박근혜 후보를 지지했다는 이유로 '배신자' 딱지를 덧씌우는 것은 무리가 있습니다.

그런데 한화갑 전 대표가 7일 오전 평화방송 라디오 <열린세상 오늘 서종빈입니다>에 출연해 "민주당이 과거에 우리가 몸 담고 정치적 이상을 추구했던 그런 민주당이 아니"라며 문재인 후보는 정통민주당이 아니라고 했습니다. 특히 그는 "지금 이 민주당은 전라도에선 표만 필요로 하지 전라도에 베푼 것이 없다"면서 "전라도민들은 민주당 지지하는 한 민주당의 식민지"라고 했습니다.

충격입니다. 문재인 후보에 대한 개인적인 호불호와 섭섭함은 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문 후보는 국민경선단 100만명이 투표로 뽑았습니다. 이것보다 더 정통성이 있습니까? 정통성은 특정 정파와 세력이 아니라 '국민'이 세웁니다. 그러므로 한 전 대표가 문재인 후보를 정통민주당이 아니라고 비판한 것은 100만명을 무시한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그리고 "전라도 식민지"라는 말은 대통령으로 모셨던 김대중 전 대통령이 정치인생 동안 고통 당했던 '지역주의' 망령을 망각한 발언입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지역주의로 가장 큰 피해를 입었고, 한 전 대표 역시 전라도가 아니라 경상도 출신이었다면 더 큰 꿈을 이룰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전라도 식민지"라는 말을 언론과 인터뷰에서 했다는 것은 돌아가신 김 전 대통령에 대한 엄청난 결례이자, 오히려 전라도민들을 모독하는 일입니다.

거듭 말하지만 한화갑 전 대표가 배신자이거나 변절자라는 생각은 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적어도 지역주의 망령을 누구보다 잘 아는 이가, 지역주의를 부활시키는 발언은 누가봐도 적절하지 않습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바라는 일도 전라도민이 바라는 일도 그리고 정권교체를 바라는 수많은 국민들이 바라는 일이 아닙니다. 정말 안타깝습니다.
#한화갑 #지역주의 #전라도 #박근혜 #김대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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