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 정말 춥다... 그래도 투표해야죠

정치혁신과 정권교체를 위한 광장 콘서트 '시민행동 투표로 세상을 바꿉시다!'

등록 2012.12.10 14:08수정 2012.12.10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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춥다. 정말 춥다. 정치혁신과 정권교체를 위한 광장콘서트 '시민행동 투표로 세상을 바꿉시다'를 매일매일 진행하고 있는 광화문 동화면세점 앞에서 느끼는 추위는 숫자로 나타나는 영하 10도를 훨씬 넘는다. 마이크가 얼어 붙는 느낌이 나고, 말하고 있으면서 입이 얼어 잘 안 움직인다는 것을 느낀다.


그저께는 부러진 화살, 남영동 1985 등 영화감독인 정지영 감독이 출연했다. 정지영 감독은 투표 참여를 호소하고 시민들과 인증샷을 찍었다. 시민들 반응이 참 좋았다. 지나가면서 알아보고 시민들이 몰려들었다.

어제는 가수 손병휘, 강은영 그리고 작곡가 이현관 등이 출연했다. 말하기도 어렵고 노래하기는 더욱 어렵고, 기타 치는 왼 손은 얼어서 손이 떨어져나갈 듯이 아플 텐데, 웃으면서 집회 현장 분위기를 확 바꿔주었다. 손병휘는 첫 마디로 "다들 미쳤군요. 이 추위에" 하면서 유신시절 금지곡 메들리를 불러주었다. 암울했던 유신시절을 이야기 하면서, 유신의 망령이 지금 다시 어른거리고 있음에 우리들의 투표로 막아야 한다고 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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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즈가수 강은영 백석대 교수가 12월 9일(일) 오후 영하 10도에 이르는 강추위 속에서 노래로 투표참여를 호소하고 있다. ⓒ 이원영


이현관의 반주로 노래한 강은영은 재즈가수 답게 색다른 분위기를 선사햇다. 체 게바라와 함께 가자는 노래는 외국곡 답게 모두들 못 알아듣고 있다 체 게바라 한 단어를 알아듣고 가사 분위기를 짐작했다. 음악이란 이런 것일까? 한 단어 알아듣고 모두들 그 음악이 전달하려는 내용을 공감한다. 그 다음 불러준 외국곡도 역시 마찬가지이다. 모두들 한두 단어 알아듣고 그 음악의 메시지를 이해한다.

그리고 앵콜곡으로 부른 아름다운 사람. 강은영은 이 추위에 이곳에 나온 여러분들을 보니, 정말 한 사람 한 사람 아름다운 사람이라고 느껴진다고 했다. 우리들은 환호했다. 그렇다. 이 추위에 이 곳에서 정치혁신과 정권교체를 이야기하는 우리들은 아름답게 미친 사람들이었다.

이 광화문 현장을 지키고 있는 사람들은 유명한 사람도, 직책이 높은 사람들도 아니다. 그저 정치혁신과 정권교체를 바라면서 투표로 세상을 바꾸자는 이름없는 시민들이다. 20대 후반에서 50대 중반까지 연령층도 다양하고, 직업도 회사원, 알르바이트생, 중소기업가, 자영업자, 연구원 등 다양하다. 원래부터 알고 있던 사람들도 있지만 이 자리에서 처음 본 사람들이 더욱 많다.


그나마 우리 안에서 가장 유명한 허인회는 시민들이 대통령 후보들에게 요구하는 것을 모아 전달하고 답변을 받아 오겠다는 만인소 운동을 펼치고 있다. 그가 마이크를 잡고 말하기 시작하면 웃는다. 여전히 그는 재미있는 말로 사람들에게 웃음을 주는 재주가 있다. 특히 만인소 운동을 하면서 패딩조끼, 귀마개, 발토시 등 추위를 이기는 제품을 현장 판매하면서 이 운동의 자금을 모으고 있다.

광화문에서 추위를 느끼면 떠오르는 다른 사람들이 있다. 지금 비정규직 문제나 기타 여러가지 문제로 고공 농성을 하고 있는 노동자들이 있고, 대한문 앞에서 울부짖으며 천막농성을 하는 쌍용차 해고자들과 생명평화대행진 팀들도 있다. 우리가 이렇게 추운데, 그 사람들은 얼마나 추울까 하는 생각이 든다.

나는 그 사람들의 주의주장을 전부 아는 것은 아니다. 또 그 사람들의 주장에 전부 동의하는 것도 아니다. 그렇지만 이 추위를 무릅쓰고 그렇게 외치는 절박함에 주목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 사람의 주장을 잘 경청하는 것만으로도 문제는 절반 이상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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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행동 : 투표로 세상을 바꿉시다 촛불콘서트 사회를 보고 있는 필자 ⓒ 이원영


이제 오늘 나흘째다. 오늘은 가수 이정열이 출연한다. 이 추위에 나오겠다고 해준 것만으로도 정말 감사하다. 출연료는 커녕 지하철 요금도 안주는데 선뜻 나오겠다고 한 마음이 정말 고맙다. 집사람은 여전히 뭐라고 궁시렁거린다. 그거 하면 돈이 나와 밥이 나와? 그러면서도 생강 달인 물을 보온병에 넣어준다. 고맙다.

오늘은 얼마나 사람들이 올까 걱정이 된다. 사람들이 많이 있으면 힘이 난다. 없으면 정말 힘들다. 더 춥고, 솔직히 빨리 끝내고 싶은 마음만 든다. 그래도 계속 하려고 한다. 중요한 것은 우리들의 진정성이다. 우리들의 진정성이 시민들에게 전달되기만 해도 이번 대선에 우리들은 중요한 일을 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사무실에 앉아서 할 수 있는 일들도 많았다. 왠지 표나고 티나는 일도 많았다. 후보 주위에서 소위 눈도장 찍을 수 있는 일들도 많았다. 그런 일들은 나 아니라도 할 사람들 정말 많다. 아니 서로 자기가 하려고 안달들이 났다. 이런 분위기를 보면서 나는 그냥 광화문에 서기로 했다. 누가 시켜서도 아니고 별로 빛이 나는 일도 아니지만 그냥 이렇게 하는 게 체질에 맞다. 지금 광화문에서 함께 하는 사람들이 다 그렇다.

이제 광화문으로 가기 위해 집을 나선다. 오늘은 정말 얼마나 올까?
덧붙이는 글 정치혁신과 정권교체를 위한 광장콘서트 '시민행동 투표로 세상을 바꿉시다!'는 지난 7일부터 시작하여 18일까지 광화문 동화면세점 앞에서 매일매일 진행됩니다. 평일 6시반-8시, 주말 4시-5시반.
#정치혁신 #정권교체 #시민행동 #투표 #광화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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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학자이자 사회운동가. 현재 경주대학교 조교수(휴직 중)이면서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상임이사와 한국민주주의연구소 소장을 맡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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