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적인 20대인 나, 난 왜 투표장에 나갔을까?

합리적 보수를 분노케 한 두가지...2013년에 대한 기대

등록 2012.12.22 18:48수정 2012.12.22 1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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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새로운 희망을 바란 것은 아니었다. 사실 나는 보수적 성향이 강하다. 엄밀히 말하면 '합리적인 보수주의자'가 되고 싶다. 이런 가치에 대한 믿음은 이번 JTBC에서 방영한 표창원 교수님의 토론 장면을 보고 더욱 커졌다.

사실 내게 있어 이번 대선은 크게 의미가 없었다. 여와 야를 가리지 않고 비슷한 정책이 나오고, 비슷한 정책을 약속하는 것이 여간 마음에 들지 않았다. 특히 재원마련에 대한 구체적인 청사진을 뒤로한 채 무분별하게 쏟아내는 복지공약들에 대한 거부감은 상상을 초월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를 투표장으로 이끈 직접적인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① "전교조와의 관계를 지속하시겠습니까?"

이 말은 3차 대선토론 당시 박근혜 후보가 문재인 후보에게 한 질문이다. 질문의 내용도 내용이거니와 통합을 강조한 후보가 한 말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이다. 무엇이 문제일까? 아직도 이념적 배타성을 이용한 편가르기를 유도한다는 것이 문제다. 민주주의란 대통령 직선제를 한다고 해서 민주주의가 아니다. 최장집 교수의 말처럼 이는 민주주의를 매우 협애하게 해석한 것이다. 민주주의의 가장 기본적인 요소는 갈등과 경쟁 그리고 타협을 용인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안에서 대통령은 현명한 중재자가 되어야 한다.

(관련글-http://blog.naver.com/woooo322/130154479302?copen=1&focusingCommentNo=8280044 관련 글에 반공이라는 단어를 썼다고 빨갱이라고 생각하지 않길 바란다. 반공이 나쁘다는 것이 아니라 반공을 제일로 내세우며, 또 다른 가치들을 인정하지 않는 것이 문제라는 것이다. 이를테면 복지와 반공은 다른 분야이기 때문에 복지를 외치는 사람이 빨갱이 소리를 들을 이유는 없다).

그런데 저 한 마디에는 무서운 말이 내포되어 있다. '전교조가 위험한 가치를 가지고, 위험한 일을 해왔는데 계속 함께 할 것입니까'라는 말이다. 그렇다면 박근혜 후보가 당선이 된다면 혹은 당선이 되지 않아도 전교조와는 담을 쌓을 것인가. 아니다. 박근혜 후보 당선여부와 상관없이 전교조 또한 대한민국 국민이고 그들 스스로가 이민을 가지 않는 이상 이 사실은 변함없다. 박근혜 당선자는 48%의 국민을 분명히 '안고 간다'고 말했다. 대통령이라면 당연히 그래야 하고, 그것이 바로 당선자가 약속한 '국민통합'이다.

② 대선토론 한 시간 후 국정원 여직원 관련 경찰 수사 발표


사실 박근혜 당선자가 토론에 약하다는 것은 비밀이 아니다. 토론 이전부터 야권지지자들은 토론에서 지지율 역전을 기대했는지도 모르겠다. 역시나 였다. 특히 3차 토론의 경우 양자토론으로 진행되었기 때문에 그 격차는 눈에 띄었다.

그런데 정말 놀라운 것은 3차토론 이후 일어난다. 저녁 11시에 느닷없는 국정원 여직원에 대한 경찰 수사 발표가 있었다. 팩트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생략하겠다. 그것보다 아래 동영상을 보면 팩트에 대한 사실여부는 확실히 알 수 있을 것이다. 동영상을 보면서 확실히 말할 수 있는 팩트는 국정원 여직원은 피의자였다는 사실이고, 불법선거운동에 대한 의혹을 받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대의민주주의 안에서 불법선거운동에 대한 의혹을 받고 있다는 것은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중대한 행위이다. 국민의 뜻을 왜곡 할 수 있는 중대한 행위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표창원 교수의 '즉시강제'는 불가피 했다.


(표창원 교수 jtbc 토론- http://www.youtube.com/watch?v=C1RbQ3x2OLE)

더욱 문제인 것은 경찰이 대선에 개입하고 있다는 의혹이다. 국가기관이 특정정당과 야합을 하고, 특정권력의 창출을 위해 노력했다는 것 자체만으로 이는 민주주의 국가에 대한 중대한 위협이 된다. 그리고 이것이 나를 투표장으로 이끈 원동력이었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나와 비슷한 생각을 공유했을 거라 생각한다.

대선이 끝난 이후에도 이것은 유야무야 끝나서는 안 될 중대한 일이다. 이렇게 국가의 민주주의를 논하는 와중에 수사중인 피의자의 인권을 우선시하고(인권에 무지해서 그런지 국정원 여직원이라는 사람이 어떤 인권 침해를 당했는지 사실 모르겠다, 표창원 교수의 말처럼 잠금이라는데 동의한다, 더불어 민주당 당직자들의 행위에 위법적인 일이 있다면 분명히 처벌받아야 한다), 피의자를 옹호하는 모습은 참 안타까운 일이다.

새로운 2013년 기약하며

보수적 성향의 사람임을 자처하는 나도 실의가 매우 컸다. 정부기관의 권력과 여당이 야합했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언론 또한 마찬가지다. 48% 국민의 의사는 뒤로한 채, 대한민국은 마치 보수공화국이 된 듯하다(합리적인 보수인지는 잘 모르겠다). 이런 식으로는 민주주의를 말할 수 없고, 통합을 말할 수 없다.

다시한번 말하지만 대통령 직선제가 민주주의의 전부는 아니다. 진보를 말한다고 해서 빨갱이로 매도되고, 지역에 따라서 종북좌파로 매도한다면 한국은 민주주의를 구현하는 사회라고 말할 수 없다. 또 다른 가치와 이념 간 갈등이 있을지언정, 서로 존중해야 한다. 그리고 대통령은 중재하고 함께 걸을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문 전 후보가 말했듯이 박근혜 당선자를 도와 다 같이 함께 나아가야 한다. 물론 상실감은 어쩔 수 없지만, 48%의 지지자들도 기억해야 한다. 대한민국의 51%의 국민이 박근혜 당선자를 지지했고, 이를 인정해야 하는 것은 엄연한 현실이다. 비난보다는 건전한 토론이 필요하고, 견제가 필요하다. 무엇보다 48%의 지지자들이 정책이나 현안 그리고 역사 등 전 분야 걸쳐서 문제의식을 느끼고 있다면 견제하고, 비판하고, 때로는 협력해야 그만이다.

다행히 복지정책이나 경제민주화 등 정책에서 박근혜 당선자와 문재인 후보는 크게 차별성을 보이지 않았다. 그렇다면 이 부분에 대한 합의는 가능할 것이다. 48% 지지자들에 의해 끊임없이 지적된 역사인식, 과거문제 등의 팩트는 인정하고 반성하되, 이를 담보로 정책 실행을 위협해서는 안 된다.
#20대의 고민 #민주주의 #18대 대선 #국민통합 #국정원 여직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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