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왜 문재인은 철탑 농성장을 찾지 않았을까

[취재수첩] 문재인, 안철수 후보 대선 행보 복기

등록 2012.12.25 16:09수정 2012.12.25 1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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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차 비정규직 3지회(울산, 아산, 전주공장)가 25일 오후 1시 30분 현대차 울산공장 명촌정문 앞 송전탑 농성장에서 대선 후보들에게 공개 질의서 를 전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현대차 비정규직 3지회(울산, 아산, 전주공장)가 25일 오후 1시 30분 현대차 울산공장 명촌정문 앞 송전탑 농성장에서 대선 후보들에게 공개 질의서 를 전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현대차 비정규직지회

제18대 대선 열기가 후끈 달아오른던 10월 22일, 평소 알고 지내던 안철수 무소속 예비후보 지지 측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안 후보가 조만간 울산을 방문해 노동자 혹은 서민들과 만날 계획인데, 울산에서는 어디가 우선 순위인지, 약속은 잡을 수 있는지, 연락처를 알 수 있는지 등을 도와달라는 것이었다.

문의한 측은 내가 <오마이뉴스>를 통해 지역 노동계와 현안들을 다룬 기사를 눈여겨 봐왔고, 내가 지난 10여 년간 노동계 문제를 주로 다루어온 터라 안 후보 일정을 잡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판단한 것 같았다.

안철수 후보는 찾은 철탑농성장, 문재인 후보는?

알다시피 울산은 영남권 특유의 보수성향이 강해 새누리당이 강세를 보이면서도 노동자의 도시답게 노동운동과 이에 따른 진보정치가 활발한 곳이다. 하지만 어찌된 일인지 민주당의 인기는 바닥을 치는 곳이기도 하다. 그에 비례해 뭔가 변화를 바라는 시민들 사이에서는 대선을 앞두고 안철수 후보에 대한 관심이 많았다.

당시 울산에서는 대법 판결을 이끈 당사자인 최병승씨와 비정규직노조 사무장인 천의봉씨가 현대차 울산공장 앞 송전철탑 위에서 "정규직화"를 요구하며 6일째 고공 농성을 벌이면서 전국적인 관심사로 떠올랐다. 중소상인을 보호하기 위해 대형마트 허가를 불허한 북구청장이 기소당하는 일이 생겼다. 후쿠시마 원전사고 후 원전에 대한 시민들의 불안이 가중됐다.

나는 안철수 후보 지지 측에 울산의 최고 현안 및 장소로 현대차 고공농성장과 중소상인들이 농성중인 코스트코 울산점, 울산이 원전에 둘러싸여 월성1호기와 고리1호기 폐쇄 등을 요구하며 활동 중이던 울산환경운동연합, 금속노조의 핵심이자 비정규직노조를 가장 잘 도울 수 있는 현대차노조를 정하고 그들의 의사를 알아본 뒤 안 후보 지지측에 연락처를 전해줬다.


그리고 3일 뒤인 10월 25일 안철수 후보는 현대차 철탑농성장을 방문해 최병승, 천의봉씨와 통화하고 비정규직노조와 간담회도 가지는 등 비정규직을 보듬었다. 나는 덕택에 방문 이틀 앞선 10월 23일 안철수 후보가 현대차 철탑농성장을 찾는다는 기사를 올릴 수 있었다. (관련기사: 안철수, 송전탑 농성 현대차 비정규노동자 만난다)

10월 19일 심상정 , 24일 이정희, 25일 안철수 후보의 발길이 현대차 철탑농성장으로 이어졌다. 뒤늦게 대선 후보에 합류한 김소연, 김순자 후보도 후일 같은 노동자이자 비정규직인 이들을 찾았다.


하지만 문재인, 박근혜 후보의 철탑농성장 방문은 끝내 이뤄지지 않았다. 단지, 민주통합당 한명숙 전 총리를 비롯해 은수미, 전순옥 의원 등 여러 명의 민주당 의원들이 문재인 후보를 대신해 철탑농성장을 방문했다.

한 전 총리는 대선이 끝난 3일 뒤인 12월 22일 다시 현대차 철탑농성장을 찾아 비정규직 조합원들에게 "정권교체를 해서 (문재인)당선자를 꼭 철탑에 오시게 하고 싶었는데, 그렇지 못하고 제가 찾아서 죄송하다"며 "희망을 잃지 말아달라"고 위로했다.

듣기로는 문재인 후보도 대선 기간 철탑농성장을 방문하기로 했으나 "이벤트로 보일까봐 발길을 돌려 인근 현대차 울산공장 앞에서 출근인사로 대신했다"고 한다.

여기서, 왜 안철수 후보는 결단하고 문재인 후보는 발길을 돌렸을까에 대한 궁금증이 남는다.

대선 후보의 일정은 후보 본인이 다 짤 수가 없다. 또한 유세 혹은 방문 장소도 후보 본인이 정하리라고 보지는 않는다. 하지만, 결국 최종 결정은 후보자 본인의 몫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문재인 후보가 철탑농성장을 방문해 절규하는 비정규직들을 포옹해 줬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현대차 비정규직 해결하겠다던 후보들이지만...

대신, 문재인 후보는 박근혜 후보를 뺀 나머지 후보들과 함께 현대차 비정규직노조가 전달한 질의서에 전향적인 답을 내놨다. 현대차 비정규직노조는 대선후보들에게 "2004년 노동부 불법파견 판정과 2010년, 2012년 대법원 불법파견이 이행되지 않는데 따른 해결책 등을 물었다.

이에 문재인 후보는 "현대차는 대법원 판결을 존중하고 그 취지에 맞게 즉각 사내하청 노동자들의 정규직 고용의제를 이행해야 할 것"이라며 "기업의 소권남용을 제한하기 위해 일정한 요건 하에서 해고된 근로자를 우선 복직시키도록 하는 이른바 '최병승법'을 입법하고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산업현장에서 적용·시행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답했다.

또한 "현대차 불법파견이 지속되는 것은 어떤 이유로도 정당화 될 수 없다"며 "불법적 상태를 제거하기 위해 지금이라도 정부의 적극적인 조치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그의 낙마로 이런 답변도 이제 허공에 날아간 셈이다.

부연하자면, 안철수 후보에게도 아쉬운 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당시 안철수 후보와의 간담 여부를 묻는 내 질문에 예정된 일정마저 변경하고 어렵사리 응해준 울산중소상인연합회와 울산환경운동연합, 현대차노조와의 간담회는 결국 성사되지 않았다. 최종 일정은 안철수 후보 캠프에서 결정하기에 그들은 현대차비정규직 철탑농성장만 채택했다고 한다.

결국 나를 믿고 10월 25일 일정을 변경하면서까지 시간을 내준 울산중소상인연합회와 울산환경운동연합, 현대차노조에게 나는 실없는 사람이 된 꼴이다. 비록 안철수 후보측에서 10월 24일 사전에 내가 잡은 일정이 취소되는 데 대해 사과하고 양해를 구했다고 한다.

안철수 후보는 이들 3개 단체와 면담하는 대신 그 시간 젊은이들이 많이 모이는 울산대학교 앞 '바보사거리'에서 젊은이들과 거리미팅을 했다.

이 때문에 간담회가 불발된 측으로부터 "안철수 후보는 가고 싶은 곳만 간다"는 말이 나온 것도 어쩔 수 없는 일이 되버렸다.
덧붙이는 글 박석철 기자는 2012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대선특별취재팀입니다.
#18대 대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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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지역 일간지 노조위원장을 지냄. 2005년 인터넷신문 <시사울산> 창간과 동시에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활동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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