곶감 빼먹듯 읽다보면 마음 편안해져

[서평] 습관과 홀가분하게 이별하기 <나로부터 자유로워지는 즐거움>

등록 2012.12.29 15:39수정 2012.12.30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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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렬한 햇살은 오래 쐴 수 없지만 간접으로 쐬는 햇살은 더 오래 쐬어도 질리지 않고 푸근하듯이 <나로부터 자유로워지는 즐거움>에서는 '명상'을 강조하지 않지만 햇살을 느끼듯 명상을 알 게 해줍니다. ⓒ 임윤수


작은 딸이 어렸을 때, 편식이 심한 편이었습니다. 김치도 먹지 않고, 콩도 먹지 않았습니다. 곶감도 먹지 않았습니다. 김치는 아예 먹으려고도 하지 않았고, 콩밥을 주면 콩알을 하나하나 골라내 한쪽으로 밀쳐내며 먹었습니다. 그러다보니 밥을 먹을 때마다 김치 좀 먹이려는 엄마의 성화와 먹지 않겠다는 아이의 투정이 실랑이가 되곤 하였습니다.

그런 실랑이가 반복되다보니 작은 딸은 식구들과 함께하는 식사가 피하고 싶었을 겁니다. 아이는 엄마 몰래 뚝딱 먹어 치우거나 아예 굶으려 했습니다. 김치와 콩이 왜 싫으냐고 물으면 그냥 싫다고 했습니다. 맛도 별로고, 씹히는 느낌도 그렇고, 콩은 보기에 토끼 똥 같아서 싫다고 했습니다. 곶감은 달긴 하지만 쫀득거리거나 물컹거리는 느낌이 기분 나빠서 싫다고 했습니다.


김치와 콩을 싫어하는 아이에게 김치와 콩을 먹인 방법

대신 또래의 아이들처럼 피자나 햄버거, 샌드위치와 같은 패스트푸드는 보기에 딱 할 만큼 좋아했습니다. 튀김 종류도 좋아하는 편이었습니다. 식사시간을 계속 전쟁터로 만들 수가 없었던지, 아내는 어느 날부터 작은 딸에게 싫어하는 음식을 먹이기 위해 반칙 아닌 반칙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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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딸은 곶감은 달긴 하지만 쫀득거리거나 물컹거리는 느낌이 기분 나빠서 싫다고 했습니다. ⓒ 임윤수


김치나 콩을 그대로 내놓는 게 아니라 아이가 좋아하는 음식에 넉넉하게 넣어서 조리하는 방식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김치는 물에 빨아 새콤달콤하게 버무려주는 야채샐러드에 넣거나 종종 썰어 피자를 만들 때 섞어주는 방식이었습니다. 번거롭지만 아이의 밥그릇에 들어가 있는 콩은 미리 골라서 동글동글한 모양을 으깨서 주었습니다.   

김치와 콩을 그렇게 싫어하던 아이였지만 그렇게 해주는 음식은 정말 맛나게 잘 먹었습니다. 그렇게 먹인 김치와 콩 덕분인지 아이는 남들이 부러워할 만큼 늘씬하고 건강한 아이로 잘 자랐습니다.  

김치와 콩이 제아무리 건강에 좋은 음식이라고 해도 싫어하는 아이에게 억지로 먹이려했다면 아이는 김치나 콩을 더 싫어했을 겁니다. 다른 부작용을 일으켰을 겁니다. 하지만 김치의 식감과 콩 모양을 쏙 뺀 반찬이나 간식으로 만들어 주었기에 김치나 콩에서 섭취할 수 있는 양분들을 젖는지도 모르게 스며드는 가랑비처럼 흡수 할 수 있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명상, 그렇게 거창한 게 아니란 거 알 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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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로부터 자유로워지는 즐거움> 표지 ⓒ 불광출판사

심리학자 김정호 지음, 불광출판사 출판의 <나로부터 자유로워지는 즐거움>은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는 명상에 관한 내용입니다. '명상'이라는 단어가 김치나 콩 그대로의 식감이나 모습이라면 <나로부터 자유로워지는 즐거움>은 김치나 콩은 보이지 않으나 김치나 콩에 든 양분을 고스란히 갖고 있던 음식, 작은 딸에게 김치와 콩에 든 양분을 충실하게 공급해 줄 수 있었던 야채샐러드나 피자처럼 마음을 편안하게 해줄 수 있는 명상이 골고루 들어가 있어 넉넉하게 챙길 수 있을 내용입니다.    


로또복권 1등에 당첨된 주부가 있었다. 갑자기 부자가 된 그녀는 살던 집을 팔고 좋은 저택으로 이사를 갔다. 그런데 남편이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새로 사업을 하겠다고 하며 당첨금을 전부 가져가 몽땅 날려 버렸다. 게다가 남편이 바람을 피워서 결국 이혼까지 하게 됐다. 결국 그녀는 예전에 살던 동네로 다시 돌아올 수밖에 없었다. -<나로부터 자유로워지는 즐거움> 052쪽-

명상을 접해보지 않은 이 에겐 '명상'이라는 말 자체가 생소할 수도 있고, 너무 거창하게 생각돼 어렵게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심리학자인 김정호 교수가 <나로부터 자유로워지는 즐거움>을 통해서 보여주는 명상은 한권의 에세이집 같은 구성입니다. 우리들 주변에서 얼마든지 들을 수 있는 소소한 이야기, 누구나가 고개를 끄덕거리며 읽을 수 있는 내용들입니다.

누구나 경험 할 수 있고, 어느 집에서나 있을 수 있어서 충분히 공감 할 수 있는 내용들입니다. 일상에서 빈틈이나 자투리처럼 남아있는 여유만으로도 오아시스 같은 행복과 편안함을 느낄 수 있다는 것에 충분히 동감하게 될 내용이며 구성입니다.   

예를 들어 보자. 한 여성이 남자 친구와 영화를 보기 위해 약속 시간에 맞춰 나갔다. 그런데 남자 친구가 늦게 오는 바람에 영화표를 날리게 된다면 이것은 1차 스트레스가 생긴 것이다. 남자 친구가 백배사죄하지만 화가 풀리지 않아 싸운다면 2차 스트레스가 따라온다. 기분 나뿐 상태로 집으로 돌아와서 동생에게 화풀이하다가 다투면 3차 스트레스가, 동생과 싸운다고 어머니에게 야단맞으면 4차 스트레스가 발생한다. -중략-

"두 번째 화살을 맞지 말라." 아함경에 나오는 붓다의 말이다. 슬면서 누구도 첫 번째(1차) 화살(스트레스)을 피할 수는 없다. 그러나 스스로 만들어 쏘는 두 번째(2차), 세 번째(3차) 화살은 피할 수 있다. 고통은 첫 번째 화살만으로도 충분하다. -<나로부터 자유로워지는 즐거움> 079쪽-

곶감 빼먹듯 읽다보면 어느새 명상에 젖어들어

'명상'이라는 말이 부담스럽다면 저자나 저자의 주변에서 펼쳐지는 '사는 이야기' 정도로 생각해도 좋을 겁니다. 사회에서, 직장에서, 집에서, 출퇴근길에서, 데이트에서 있을 수 있는 상황들, 벌어질 수 있는 갈등에서 무엇이 마음을 불편하게 하고, 어떻게 하는 것이 마음을 편안하게 할 수 있는지를 표시나지 않게 반복하고, 드러나지 않게 에두르며 일깨워주고 있습니다.

자신을 삼자의 입장, 멀리서 객관적으로 바라 볼 수 있는 안목, 그동안 느껴보지 못했던 자신과 자신의 마음을 구석구석 입체적으로 훑어 볼 수 있는 균혐감을 확보하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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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고기가 아프면 사람도 아프다'는 글을 통해 연기법을 설명하고 있습니다. ⓒ 임윤수


명상은 휴식이다. 생각을 쉬는 것이다. 멈추는 것이다. 전기 스위치를 끄듯이 생각의 스위치를 잠시 끄는 것이다. 그러나 의식은 또렷이 깨어 있어야 한다. 잠에 빠지거나 졸도를 하여 의식을 잃은 상태가 아니라 또렷이 깨어 있되 생각은 내려놓은 것이다. 이러한 상태를 성성적적(惺惺寂寂)이라고 표현한다. 성성적적의 상태에서 온전한 휴식을 경험하게 된다. 생각해 보라. 마음에 아무런 생각이 없는데, 과거에 대해서도 미래에 대해서도 아무런 생각이 없는데 어떻게 불안을, 화를, 짜증을 느낄 수 있겠는가. -<나로부터 자유로워지는 즐거움> 178쪽-

아무리 몸에 좋아도 먹기에 고약한 음식은 피하게 되고, 제아무리 내용이 좋아도 읽기에 지루한 책은 멀어지게 마련입니다. 맛은 있으나 건강에 해로운 음식, 재미는 있으나 내용이 별로인 책 또한 도움도 되지 않고 소용도 없을 겁니다. 

자극적이지 않지만 먹다보면 보약이 되는 음식, 선정적이지 않지만 읽다보면 뭔가가 느껴지거나 깨닫게 되는 책이 있다면 그런 음식과 책이야 말로 찾아서 먹고, 구해서 읽어야 할 할 책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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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렁주렁 달린 곶감을 빼먹듯 한 꼭지 한 꼭지의 에세이를 읽다보면 어느새 명상을 알게 됩니다. ⓒ 임윤수


편식이 심하던 작은 딸을 위해 엄마가 해 주던 간식이나 반찬에서 김치나 콩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작은 딸이 맛나게 먹던 음식에는 김치와 콩에 들어있을 양분이 그대로 들어 있었습니다.

심리학자인 김정호는 <나로부터 자유로워지는 즐거움>에서 '명상'을 강조하지 않습니다. 여느 책에서처럼 이러쿵저러쿵 주장하지도 않습니다. 하지만 에세이집을 읽듯이 재미있게 읽다보면 '마음 챙김 명상'이 고스란히 다 들어 있습니다.

지루하지 않게, 한 꼭지 한 꼭지의 글을 곶감 빼먹듯 읽다보면 마음은 이미 편안해지고, 마음을 편안하게 해줄 수 있는 방법이 펼쳐진 멍석처럼 이미 내 마음에 깔려있다는 것을 확인하게 될 것입니다.
덧붙이는 글 <나로부터 자유로워지는 즐거움>┃지은이 김정호┃펴낸곳 불광출판사┃2012.12.28┃값 1만 3000원

나로부터 자유로워지는 즐거움 - 마음을 힘들게 하는 생각의 습관과 홀가분하게 이별하기

김정호 지음,
불광출판사, 2012


#나로부터 자유로워지는 즐거움 #김정호 #불광출판사 #마음챙김 명상 #연기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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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들이 좋아하는 거 다 좋아하는 두 딸 아빠. 살아 가는 날 만큼 살아 갈 날이 줄어든다는 것 정도는 자각하고 있는 사람. '生也一片浮雲起 死也一片浮雲滅 浮雲自體本無實 生死去來亦如是'란 말을 자주 중얼 거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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