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천 산천어축제, 대표축제는 못됐지만...

등록 2012.12.30 14:11수정 2012.12.30 1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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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영식 주무관, 최우수축제 4회선정은 그의 숨은 노력 때문이었다.
김영식 주무관, 최우수축제 4회선정은 그의 숨은 노력 때문이었다.신광태

"저 몸이 좀 불편해서 그러는데, 20분 정도 늦게 출근해도 될까요?"
"아니 그러지 말고, 오늘 연가처리 할 테니 하루만 쉬어라."


12월 28일 아침 8시가 조금 넘은 시각, 김영식 주무관은 내게 전화로 늦는다고 말했다. 그가 허탈해 하는 것은 누구보다 잘 안다. 그래서 하루 쉬라고 했지만, 그는 9시가 조금 넘은 시각에 출근 했다.

어떤 말을 해주고 싶었다. 그런데 무슨 말부터 꺼내야할지 망설이다 "정말 고생 많았다. 우리 산천어축제가 이렇게 발전한 게 네 노력 때문이란 걸 모르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것으로 위로가 되지 않는다는 걸 잘 안다.

2013문화체육관광부 축제
▲대표 축제(2개) : 김제지평선축제, 진주남강유등축제

▲최우수 축제(8개) : 강진청자축제, 강경젓갈축제, 무주반딧불축제, 문경찻사발축제, 양양송이축제, 이천쌀문화축제, 천안홍타령축제, 화천산천어축제

▲ 우수 축제(10개) : 가평자라섬재즈페스티벌, 광주7080충장축제, 고령대가야체험축제, 대구약령시한방축제, 담양대나무축제, 수원화성문화제, 산청지리산한방약초축제, 진도신비의바닷길축제, 풍기인삼축제, 춘천국제마임축제

▲유망 축제(22개) : 광주김치대축제, 부산광안리어방축제, 기지시줄다리기민속축제, 괴산고추축제, 목포해양문화축제, 보성다향제 녹차대축제, 부여서동연꽃축제, 봉화은어축제, 순창장류축제, 울산고래축제, 인천펜타포트축제, 정남진장흥물축제, 정선아리랑제, 제주정월대보름축제, 창원가고파국화축제, 충주세계무술축제, 통영한산대첩축제, 평창효석문화제, 포항불빛축제, 한산모시문화제, 해미읍성역사문화축제, 해운대모래축제
지난 12월 28일, '2013문화관광축제' 발표가 있었다. 문화체육관광부에서는 지자체 축제의 건전경쟁 및 축제의 질적 향상도모를 위해 매년 '문화관광축제'를 선정 발표한다.

문화관광축제로 선정되면 대표축제는 6억 원, 최우수축제 3억 원, 우수축제는 1억5천만 원의 축제발전 기금이 지원된다. 따라서 대표축제로 선정되면 축제의 격 상승을 비롯해 홍보효과는 매우 크다고 할 수 있다. 그것이 각급 자치단체에서 경쟁적으로 '문화관광축제' 중 대표축제를 갈망하는 이유이다.

지난 27일은 문화관광축제 심사가 있는 날이었다. 화천군청 직원들은 긴장하기 시작했다. 문화체육관광부 사이트를 열어 놓고 발표결과를 기다리는 사람들을 비롯해 인맥을 통해 결과가 나오는 대로 알려달라고 전화를 하는 직원들도 있었다.


"우리 이번에 산천어축제가 대표축제가 되면 최고로 잘 나가는 인기가수들 불러다 읍내 한복판에서 축하공연 할까요?"

김영식 주무관은 (대표축제가 된다는) 확신이 넘쳤다. 그런데 발표 예정시각인 오후 7시를 앞두고 갑자기 그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전화를 해도 꺼져있다는 전자음만 나온다.


문화체육관광부의 공식발표는 없었지만, 그는 지인을 통해 "산천어축제가 대표축제로 되지 않았다"는 말을 들었다. (다음날이면 모두 알게 될 일이지만) 그렇게 애태워하던 동료직원들에게 희망을 좀 더 연장해 주고 싶었던 모양이다.

그가 대표축제 선정에 집착을 보인 것은 (축제가 시작된) 2003년부터 지금까지 축제 업무를 담당해 왔기 때문이다. 축제의 시작부터 예비, 유망, 우수 축제를 거쳐 최우수축제로 될 때까지 그의 역할은 절대적이었다. 그러니 그의 대표 축제 선정에 대한 기대는 남달랐다고 할 수 있다.

축제의 질 만큼은 세계 대표축제로 만들 겁니다

 화천 산천어축제, 2013년 1월5일부터 1월27일까지 열린다.
화천 산천어축제, 2013년 1월5일부터 1월27일까지 열린다.신광태

"저 이번 인사에 다른 부서로 갈 것 같아요."
"무슨 말이야. 너 없으면 축제는 어떻게 하고, 아마 군수가 그렇게 안할 것 같은데..."

지난 3월 인사발령이 있기 전, 그는 내게 그렇게 말했었다. 예상은 적중했다. 인사발령 안을 가지고 군수실에 들어간 직원에게 군수는 "산천어축제가 대표축제로 될 때까지 얘 다른 부서로 보내면 안 돼!" 라는 말을 했다고 한다.

군수 또한 그의 노고를 누구보다 잘 안다. 따라서 대표축제로 선정되면 그 영광을 그에게 안기고 싶었다. 그러나 28일 발표결과는 산천어축제가 대표축제가 아닌 최우수축제로 재선정됐다.

인구 2만5천명 밖에 되지 않는 조그만 산촌마을 화천, 2003년 시작된 산천어축제는 예비축제(2004년도), 유망축제(2006년도), 우수축제(2008년도)에 이어 2010년도 최우수축제 선정을 시작으로 4년 연속 최우수 축제로 재선정된 것이다. 국내 겨울 축제로는 그 유례를 찾기 힘든 부분이다.

얼음나라 화천 산천어축제는 2006년부터 100만 명 이상의 관광객이 산천어축제장을 찾으면서 중국 하얼빈 빙등축제, 일본 삿포로 눈 축제, 케나다 퀘백 윈터카니발과 더불어 세계4대 밀레니엄 축제로 불린다. 지난해 12월에는 CNN에서 산천어축제를 겨울철 세계7대 불가사의로 보도하면서 지난 1월에 열린 축제에서는 미국, 영국을 비롯한 세계 70개 언론사에서 집중 조명했다.

 산천어축제는 지난해 12월 CNN에서 겨울철 세계 7대 불가사의로 소개하기도 했다.
산천어축제는 지난해 12월 CNN에서 겨울철 세계 7대 불가사의로 소개하기도 했다.신광태

화천읍내의 상가들은 산천어축제가 만들어지기 전 1년에 올릴 수 있었던 수익을 (축제기간인)20여일 만에 벌어들이는 등 축제로 인한 지역경제 파급효과는 1500억 원을 넘어선다. 이것이 4년 연속 최우수축제로 선정된 이유다.

"다른 축제보다 우월하다고 자만했던 것이 대표축제가 되지 못한 이유였던 것 같아요. 이번 도전을 계기로 앞으로 더 열심히 해야 한다는 교훈으로 생각하면 되지 않겠습니까."

김영식 주무관은 덧붙여 "대표축제로 선정이 되지 못했더라도 축제의 질을 세계 대표 급으로 만들어 가면 될 것 아니냐"라고 말했다.
#산천어축제 #최우수축제 #김영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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