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요한의 지리산 별장, 계속 유지될까

"선교사 유적으로 문화재로 보존해야" vs "별장 유지하겠다는 특권적 발상"

등록 2012.12.31 20:30수정 2013.01.25 1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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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후보의 선거유세에 동행한 인요한 국민통합위원회 부위원장(오른쪽) ⓒ 유성호


지난 27일 1차로 발표된 박근혜 당선자의 인수위원회 명단에서 '인요한'이란 이름을 보는 순간 제일 먼저 떠오른 것은 지리산이었다. 지리산 지역 환경단체 관계자도 "인수위원회 명단에 인요한 씨의 이름을 보는 순간 지리산 왕시루봉 별장이 생각났다"고 말했다. 인요한씨는 국립공원 지역인 지리산에 일반인으로는 유일하게 오래된 별장을 관리하고 있다.

인요한 박사는 선거운동 도중 기자들과의 간담회 자리에서 "새누리에 가서 얻을 게 없다. 대선이 끝나면 원래 일하던 곳으로 돌아갈 것"이라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외적으로는 새누리당에서 얻을 게 없다고 생각하는지 모르겠으나, 지금 그가 얻고 싶어 하는 것이 하나 있다. 바로 지리산 왕시루봉에 있는 별장이다.

국립공원 생태보존 지역에서 별장 활용하고 있는 인요한 박사

지리산 왕시루봉 별장을 설명하려면 우선 1920년대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1900년대 조선에 들어온 외국 선교사들 중에는 풍토병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생겨났다. 어린 아이들이나 가족들이 질병에 감염돼 죽는 경우가 종종 발생했기 때문이다.

결국 이들을 파견한 선교기관은 조선에서 철수하라는 지시를 내렸으나 선교사들은 철수하는 대신 조선총독부와의 협의를 거쳐 지리산 노고단에 휴양지를 만들었다. 해발 1000m 고지에 있을 경우 풍토병에 감염되지 않는다는 조건을 활용한 것이었다.

숙박시설과 함께 테니스장, 수영장 등과 발전시설이 마련됐고, 풍토병 예방을 목적으로 조선인들의 출입도 철저히 가로막았다. 1940년 외국인 선교사들이 강제 출국당하면서 휴양시설은 해방 후 적산 처리됐다. 이후 한국전쟁을 전후해 모두 파괴됐다. 지금도 지리산 노고단 주변에는 그 흔적이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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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노고단의 외국인 선교사 별장 흔적 ⓒ 지리산기독교선교유적지보존연합


1950년대 인요한 박사의 부친인 휴 린튼 선교사 등은 지리산 노고단에서 여름휴가를 보내며 대체 부지를 물색했다. 1962년 왕시루봉에 있는 서울대 학술림 안에 외국인 선교사들을 위한 별장이 마련됐는데, 건물 소유권은 서울대가 갖는 대신 관리 권한은 선교사들이 맡는 조건이었다. 옛 노고단처럼 숙소 외에 교회와 수영장, 테니스장 등이 마련됐다. 실질적인 관리 책임자는 휴 린튼 선교사였으나 1984년 그의 사망 후 인요한 박사가 책임을 맡아 이 별장을 관리하고 있다.

문제는 현재 지리산 왕시루봉은 국립공원지역으로 자연환경보전지역이기에 일반인들의 입산이 금지된 곳이라는 점이다. 만일 일반인들이 국립공원관리공단의 허락 없이 입산할 경우 과태료를 물어야 하는 곳이다. 자연안식년제 기간이 오랜 기간 적용되고 있는 지역이다.

2003년 감사원은 토지 소유주인 서울대 측에 '사용허가 기간이 만료되는 2004년 2월까지 국유재산 유상사용 허가를 하지 않을 것이므로 휴양소 건물을 철거하라'고 통보한다. 하지만 인요한 박사가 선교사들의 유적이라며 개신교 단체들과 함께 보존 대책을 모색하면서 지금까지 철거가 유보되고 있는 상황이다.

인 박사 측은 최근 몇 년 사이 이를 보존하기 위해 공청회나 토론회 등을 열어 문화재 지정을 요구하고 있다. 이를 위해 2007년부터 '지리산기독교선교유적지보존연합'(이하 보존연합)을 만들어 활동하고 있는 중이다. 인요한 박사는 현재 이 단체의 공동이사장을 맡고 있다. 지난 5월에는 관련단체 회원과 교계 인사 등 100여 명이 왕시루봉에 올라가 설립 50주년 예배를 드리며 올해 안에 문화재 등록 신청을 하겠다는 의지를 다졌다. 

환경단체 "지리산 별장 보존요구는 특권적 발상에 불과"

인요한 박사와 보존연합 등은 노고단과 왕시루봉의 별장이 선교사들의 역사가 깃든 곳이므로 이유로 근대문화유산으로서 복원과 보존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노고단의 경우 조계종 화엄사와 맞닿아 있어 종교 간 갈등으로 번질 수도 있어 복원에 부정적인 의견이 많은 게 현실이다.

지난 1999년 기독교계가 정부부처에 청원해 복원을 꾀했지만 서울대와 국립공원관리공단의 반대에 가로 막혔다. 당시 서울대 측은 "자연환경복원 시험과 생태계보존연구가 진행되고 있는 생태계 보호지역으로, 산림보호를 하고 있어 복원은 불가하다"는 방침을 내놨다. 이 과정을 거치면서 2003년 감사원이 철거 통보를 하기에 이르렀다. 이명박 정권 들어선 이후 다시금 복원하려는 움직임이 있었으나 '장로 대통령의 종교 편향 논란'이 생기면서 힘을 얻지 못했다. 그래서 최근에는 복원 대신 보존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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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왕시루봉의 외국인 선교사 별장 ⓒ 국립공원관리공단


하지만 보존 주장 역시 보는 각도에 따라 시선이 엇갈린다. 노고단 수양관의 경우 선교 유적지로서 역사적 가치가 있다고 볼 수 있으나 이미 흔적만 남아 있을 뿐 모두 소실된 상태다. 따라서 복원이 아닌 보존의 의미는 약하다고 할 수 있다. 흉물과 같은 것을 남겨두고 기독교의 유적지로 활용하겠다는 것에 대해 지역 주민들의 생각 역시 긍정적이지 않다. 1920년대 노고단 수양관이 지어졌을 때 선교사들이 산을 직접 걸어서 오른 것이 아닌 지역 주민들의 가마나 지게를 타고 올라 다닌 것도 안 좋은 이미지로 남아 있다. 

종교 간 갈등을 우려해 간단한 기념 표식 정도만 설치하는 게 낫다는 것이 보존에 공감하는 일부 인사들의 의견이기도 하다.

핵심은 왕시루봉 별장인데, 이곳의 경우 1962년 만들어졌고 선교사들의 휴양지로 이용돼 왔을 뿐 특별한 역사적 가치를 부여하기는 힘들어 보인다. 여름휴가철 일반인들의 출입은 철저히 제한하는 곳임에도 외국인 가족들만 특혜를 입은 듯 입산을 허용해 휴양지로 활용하는 것에 대해 지역 산악인들의 불만도 크다. 인요한 박사가 어린 시절 자라 추억은 있을지 몰라도 문화재로서의 가치를 말하기에는 무리가 있어 보이는 것이다.

인 박사와 보존연합 측은 '건물의 건축양식이 특별하다'는 등 보존의 이유를 내세우고 있다. 이에 대해 환경단체들은 "보존이 필요하면 다른 곳으로 옮겨서 하면 될 것"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굳이 자연보전지역 내에 흉물과 같이 방치된 건물을 보존하겠다는 것은 지리산 별장을 계속 유지해 활용하겠다는 특권적 발상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국립공원을 지키는 시민모임의 관계자는 "일반인들도 허가 없이 접근할 수 없는 법정 탐방 금지 구역인 곳을 외국인들이 이용하고 있는 것은 엄연히 불법이며 생태 보존 지역을 훼손하고 있는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기독교 유적이라면 차라리 많은 사람이 찾을 수 있는 산 아래쪽으로 옮기는 것이 낫다"고 덧붙였다.

또한 "그 시기 비슷한 건축물들이 다른 곳에도 많이 있다. 만일 왕시루봉 별장이 문화재로 보존 가치가 있다면 이전이 마땅하며, 그곳에 있는 시설물들은 생태복원을 위해서라도 속히 철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화재 등록 여부와 관련해 문화재청 관계자는 "왕시루봉 외국인 별장의 경우 2007년 등록문화재 신청이 있었으나 소유주의 반대로 무산됐다"고 말했다. 등록문화재로 조건을 갖추고 있다 하더라도 건물 소유주인 서울대의 허락 없이는 문화재 등록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문화재로 인정될 경우 보존을 위한 예산도 집행된다"면서 "최근에 문화재 지정신청이 접수된 것은 없다"고 덧붙였다.

감사원 지적에도 철거 유보한 서울대, 문화재 지정 원하는 인요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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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왕시루봉의 외국인 선교사 별장 모습 ⓒ 국립공원관리공단


따라서 현재 인요한 박사와 보존연합 측은 서울대 측의 입장 변화가 절실한 상황이다. 서울대 측의 결심에 따라 왕시루봉 별장이 헐릴 수 있는 반면, 기존 입장을 바꿀 경우 문화재 등록을 통한 유지와 활용이 가능해 지는 것이다.

이미 오래 전 감사원의 지적을 받았음에도 서울대 측은 철거냐 보존이냐에 대한 명확한 방침을 내놓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학술림을 관리하고 있는 서울대 실무관계자는 "말하기 조심스런 부분이라면서 간단히 언급하기 힘든 복잡한 사안"이라고 말했다. 최종적인 결정은 학술림의 관리주체인 단과대학장이나 총장 선에서 결정해야 할 문제라는 것이다.

소유권은 가지고 있지만 관리권은 인요한 박사가 맡고 있는 데 따른 부담도 있어 보인다. 자연보존지역에 들어서 있는 건축물을 허물고 생태환경을 복원해야한다는 환경단체의 주장과 문화재로서 보존을 요구하는 인 박사 측의 요구에 서울대 측이 줄타기를 하고 있는 모습이다.

국립공원관리공단 관계자는 "자연환경보존을 위해 헐리는 것이 마땅하다"면서도 "서울대 측이 결정해야 할 사안"이라고 말했다. 다만 "인요한 박사가 인수위원회에 참여하기에 어떤 방향으로 전개될지는 모르겠다"는 반응을 나타냈다.

대선을 열흘 정도 앞두고 지난 12월 7일 한국교회언론회 주관으로 열린 종교평화법 관련 포럼행사에서 기독교계는 불교계가 최근 정치권에 제안한 종교평화법과 관련해 반대 입장을 나타냈다. 이들은 "이명박 정부에서 기독교가 역차별을 받고 있다"면서 최근 10년간 종교문화재 예산의 96%를 불교계가 받아간 것과 함께 지리산 왕시루봉 별장이 문화재 지정을 받지 못하고 있음을 지적했다. 한국교회언론회는 '지리산외국인선교유적지보존연합'를 돕고 있는 단체다.

지리산 왕시루봉의 별장이 철거되고 생태환경이 복원될지, 아니면 서울대가 기존 방침을 바꿔 문화재 지정에 동의해 이를 보존시킬지 주시하며 지켜봐야 할 이유다.

정정 및 반론

본지는 지난 2012년 12월 31일자 사회면에 '인요한의 지리산 별장, 계속 유지될까' 제하의 기사에서 지리산 왕시루봉에 위치한 선교사 건물이 인수위원회 인요한 부위원장 소유의 별장인 것처럼 보이도록 하고, 유적지 보존사업이 지리산 별장을 계속 유지해 활용하겠다는 특권적 발상에 불과하다는 취지의 내용을 보도하였습니다. 그러나 사실확인결과 지리산 선교사 건물은 인요한 부위원장 개인 별장이 아니며, (사)지리산기독교선교유적지보존연합에서 관리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한편 (사)지리산기독교선교유적지보존연합 측은 "왕시루봉 선교사 유적 건물은 별장이 아니라 수양관 건물로, 한국의 토속건축자재를 이용한 독특한 건축양식으로 지어졌다는 점에서 문화재적 가치가 크다"는 입장을 밝혀왔습니다. 이 기사는 언론중재위원회의 조정에 따른 것입니다.


#지리산 #기독교유적지? #왕시루봉 #인요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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