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흡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청와대 제공
이명박 대통령은 3일 이동흡 전 헌법재판관을 새 헌법재판소장 후보자로 지명했다. 이 후보자는 각종 헌재결정에서 이명박 정권에 유리한 의견을 내왔고,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의중이 반영된 결과라는 점에서 '이명박근혜 코드인사'라는 비판에 직면할 것으로 보인다.
이동흡 헌재소장 후보자는 1978년 판사 임용이래 각급 법원 판사와 대법원 재판연구관 헌법재판소 헌법연구부장, 사법연수원 교수, 수원지방법원장 등을 역임했다. 이 후보자는 특히 지난 2006년 9월 당시 한나라당 추천으로 헌법재판관으로 임명돼 지난해 9월까지 6년간 헌법재판관으로 재직했다.
청와대는 이 후보자를 지명하면서 "우리나라 최초의 헌법재판관 출신 헌법재판소장 후보자로서, 외부 출신 인사가 수장으로 취임하였던 관행을 깨고 올해로 24년의 역사를 가진 헌법재판소가 명실상부하게 독자적 전문성을 갖춘 사법기관으로서 자리매김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또 지명 이유 중의 하나로 "헌법재판관으로 근무하는 동안 자유민주적 헌법질서에 대한 확고한 수호의지와 법과 원칙에 대한 강한 소신을 바탕으로 안정감 있는 판결을 해 왔으며, 뛰어난 식견과 경험으로 헌법재판소를 이끌면서 국민의 기본권을 지키고 법치주의를 확고히 구현할 수 있는 적임자"라는 평가도 내놨다.
청와대가 이런 평가를 내놓는 건 이동흡 후보자가 헌법재판관 재직 당시 중요 헌재 결정마다 내 온 의견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이 후보자는 BBK 특검법, 미국산 쇠고기 촛불시위, 미네르바 사건과 관련된 각각의 헌법재판에서 정권에 유리한 내용의 의견을 내왔다.
BBK특검법 위헌, 야간집회금지 합헌, 미네르바 처벌 합헌지난 2008년 1월엔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 이명박의 주가조작 등 범죄혐의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 즉 BBK 특검법이 참고인 동행명령제 관련 조항을 제외한 나머지에 대해 합헌 결정을 내릴 당시 이 후보자는 위헌 의견을 냈다.
지난 2009년 9월 야간 옥외집회를 원칙적으로 금지한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조항에 대해 헌법재판소가 헌법불합치 결정(위헌 5명, 헌법불합치 2명, 합헌 2명)을 내릴 당시에도 이 후보자는 합헌 의견을 냈다. 당시 헌재의 결정은 미국산 쇠고기 수입반대 촛불집회를 주도한 혐의로 기소된 안진걸 당시 국민대책위 조직팀장의 위헌법률심판 제정신청을 서울중앙지법이 받아들여 제청한 위헌법률심판에 따른 것이었다.
2010년 12월 헌법재판소가 인터넷에 허위 사실을 유포한 이를 처벌할 수 있도록 한 전기통신기본법 조항에 대한 헌법소원에서 위헌(위헌 7명, 합헌 2명) 결정을 내릴 때 이 후보자는 합헌 의견을 냈다. 이 헌법소원은 이명박 정부의 경제정책을 비판하는 글을 인터넷에 올리다가 구속된 일명 미네르바 박대성씨 등이 재판과정에서 낸 것이었다.
이명박 정권에 유리한 의견을 내 온 헌법재판관 출신이라는 점에서 임기를 두달도 남겨놓지 않은 이명박 대통령의 보은인사라는 지적이 따를 것으로 보인다.
대통합과는 멀어지는 '박근혜 인사'... 민주당 "기본권 암울해질 것"그러나 이번 인사에는 취임을 앞둔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의중이 반영됐다. 박정하 청와대 대변인은 "박근혜 당선인 측과 조율해 이뤄진 것"이라고 밝혔다. 이 후보자가 보여준 보수적인 성향이 박 당선인의 성향과 잘 맞는 것 아니냐는 추측이 가능하다.
그러나 이 후보자는 지난 2008년 10월 간통죄에 합헌 결정이 내려질 때 위헌 의견을 냈다. 일관되게 보수진영을 대변한 의견을 내온 것은 아닌 셈이다. 결국 '보수정권에 협력적인 성향'으로 분류가능하고, 이명박 정권이 박근혜 정권으로 연장되는 상황의 '코드인사'로 평가할 만하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의 첫 인사였던 인수위 대변인에 야권과 진보진영에 대해 막말을 일삼은 윤창중 대변인을 임명한 데 이어 또다시 정권 협력적 인사를 헌재소장이라는 중직에 앉힌 것. 박근혜 정권의 인사가 대통합과는 자꾸만 거리가 멀어지고 있는 셈이다.
새누리당에서는 공식논평이 나오지 않는 가운데, 야권은 '유감'이라는 반응을 보이며 '까칠한 인사청문회'를 예고했다. 우원식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는 이 후보자가 낸 전기통신기본법과 집시법 관련 의견을 예로 들며 "헌법재판소는 국민의 헌법적 권리를 잘 지켜나가기 위한 최후의 수단인데, 이를 지키는 데에 문제가 있는 분이 추천돼 유감"이라며 "후보자가 국민의 권리를 지켜나가는데 적절한지 인사청문회 과정을 통해 철저히 검증하겠다'고 말했다.
인사청문회를 맡을 법제사법위원회의 박범계 의원도 "헌법재판소의 결정은 국민을 통합시키는데에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하는데, 이 분이 여기에 적절한지 의문"이라며 "그동안의 이 분이 내 온 의견들을 보면 수구적인 입장이고, 굉장히 강성인 분이다. 큰 반대가 있을 것"이라고 예고했다. 박 의원은 "앞으로 박근혜 정부의 언론자유, 집회결사의 자유가 암울해지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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