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한진중공업 정리해고 사태에 반발해 시작된 '희망버스'가 최근 노동자들의 잇따른 자살을 야기한 상황에 항의하며 1년3개월만에 다시 부산으로 출발한다. 민주노총과 시민단체 관계자들이 5일 오전 서울 중구 대한문 앞에서 버스에 오르고 있다. 이들은 울산 현대차 하청노조의 송전탑 농성장을 방문한 후 부산 영도조선소로 향한다.
연합뉴스
대학생 라희찬(27)씨는 이번에 희망버스 탑승이 처음이다. 라씨는 "팟캐스트 등을 통해 노동자들의 소식을 듣고 꼭 한 번 현장을 방문해보고 싶었다"면서 홀로 대한문 앞을 찾았다. 그는 "양말 2개와 내복밖에 준비를 못했다, 처음이라 준비가 미숙했던 것 같다"고 웃어보였다.
다시 희망버스를 타게 된 이들도 있었다. 보건의료학생모임인 '다리'에서 활동하고 있는 이정연(27)씨도 그 중 하나다. 2011년 6월 처음 영도 한진중 조선소를 향했던 희망버스는 그 해 11월, 6차 희망버스를 끝으로 운행을 종료했다. 6번에 걸친 희망버스 운행은 한진중 사측의 복직약속을 이끌어냈고,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본부 지도위원은 309일간의 크레인에서 내려올 수 있었다. 하지만 1년여가 지난 현재, 복직된 한진중 노동자들은 일감이 없다는 이유로 무기한 휴직에 들어간 상황이다. 고 최강서씨 역시 복직하자마자 강제휴직 통보를 받았다.
이씨는 "어제(4일) 쌍용차 측에서 이한구 새누리당 원내대표와 만나 '단계적 복직'을 이야기하던데 그건 기만적이다"라면서 "한진중도 복직시키겠다고 해놓고 이렇게 된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이씨와 함께 한 김은지(23)씨는 "충남에서 새벽에 버스타고 왔다"면서 "희망버스는 처음 타보는데 씁쓸하다, 잘 해결이 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이날 쌍용차 대한문 농성장에서는 버스탑승을 기다리는 시민들에게 핫팩을 나눠줬다. 쌍용차 사태 국정조사 실시를 위한 서명운동도 함께 진행됐다. 쌍용차 노조에서도 15명이 울산과 부산으로 향한다.
김정욱 대외협력부장은 전날 이한구 원내대표가 "국정조사에 회의적"이라고 밝힌 것에 대해 실망감을 나타냈다. 김 부장은 "여당 환경노동위원회 위원들, 당 대표가 국정조사하겠다고 했는데 대선 끝났다고 뒤집어버리는 것은 말도 안 된다"면서 "지켜보면서 싸우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씨의 머리 위로 '박근혜 당선자는 쌍차문제 시급히 해결하라!'고 적힌 현수막이 펄럭였다.
한편, 박근혜 대통령 당선 이후 5명의 노동자가 잇따라 목숨을 끊은 가운데 민주노총과 30여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정리해고 비정규직 노조파괴 긴급대응' 비상시국회의는 이날 희망버스를 시작으로,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당선인에게 쌍용차, 한진중, 현대차, 유성기업 등 긴급 노동현안 해결을 촉구하는 투쟁에 들어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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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탑 지나 분향소로... '희망버스' 다시 시동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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