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영정 든 용산참사 유가족... "외면 말라"

[현장] 경찰에 둘러싸인 용산참사 기자회견... 과잉 대응 논란

등록 2013.01.07 15:52수정 2013.01.08 21:43
0
원고료로 응원
a

용산참사 유가족인 전재숙, 유영숙, 권명숙, 김영덕씨(오른쪽부터)가 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국금융연수원 내에 마련된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앞에서 고인들의 영정사진과 검은 상복을 입고 용산참사 진상규명과 구속철거민 사면에 대한 박근혜 당선인의 입장을 밝힐 것을 요구하고 있다. ⓒ 유성호


검은 상복 차림의 용산참사 유가족 다섯 명(전재숙·유영숙·김영덕·권명숙·신숙자)이 남편의 영정을 들고 있었다. 영정 속 얼굴들은 굳어 있었다. 그들을 대신해 유가족들이 "사회통합 말하려면, 용산참사 외면 말라"고 구호를 외쳤다.

7일 오전 18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마련된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국금융연수원 앞에서는 유가족과 용산참사 4주기 범국민추모위원회(추모위) 회원 30여 명이 기자회견을 열어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을 향해 용산참사 진상규명과 구속 철거민 사면을 요구했다.

추모위는 지난 2009년 1월 20일 경찰의 과잉 진압 속에 경찰 1명과 철거민 5명이 숨진 참사를 기억하기 위해 결성됐다. 추모위는 용산참사 진상규명위원회를 비롯해 참여연대, 전국철거민연합, 홈리스행동, 빈민해방실천연대 등의 단체로 구성됐다.

취재진·유가족 둘러싼 경찰... 과잉 대응 논란

a

용산참사 희생자 고 이상림씨 부인 전재숙씨와 4주기 범국민추모위원회 회원들이 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국금융연수원 내 마련된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앞에서 용산참사 진상규명과 구속철거민 사면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려하자, 경찰들이 이를 에워싸고 저지하고 있다. ⓒ 유성호


a

용산참사 유가족과 용산참사 4주기 범국민추모위원회 회원들이 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국금융연수원 내 마련된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용산참사 진상규명과 구속철거민 사면에 대한 박근혜 당선인의 입장을 밝힐 것을 요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유성호


이날 기자회견은 시작부터 삐걱거렸다. 경찰이 기자회견 공간을 제대로 보장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경찰은 "좁은 정문에서 기자회견을 진행하면 사람은 물론 차량 통행에 방해가 된다"며 정문 왼편으로 취재진과 기자회견 참가자들을 몰고가 경찰에 둘러싸인 기자회견이 됐다. 여기에 경찰력 2개 중대 100여 명이 동원됐다.

인수위 앞은 취재진과 유가족, 기자회견 참가자, 경찰이 뒤엉키면서 한 때 소동이 벌어졌다. 용산참사 유가족들은 '철거민 죽인 경찰, 이제는 말도 못하게 막는다'며 흥분하면서 경찰과 몸싸움을 벌였다. 참사 당시 과잉 진압했다는 비판을 받았던 경찰이 이번에는 기자회견까지 막는다는 볼멘소리까지 나왔다.

15분 지연 끝에 시작된 기자회견에서 고 이상림씨의 부인 전재숙씨는 "이명박 대통령이 못 푼 용산참사, 박근혜 당선인이라도 책임을 져야 한다"며 "만나서 우리 얘기 좀 들어 달라고 하는데, 눈과 귀를 막고 있다, 이게 무슨 국민 통합인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연대발언에 나선 장영희 전국철거민연합 의장은 "그날 우리 동지들이 망루에 올라간 것은 협상을 끌어내기 위한 목적 말고는 아무것도 없었다"며 "살려달라고 외친 그들에게 경찰은 강제 진압으로 대응했다"고 말했다. 이어 장 의장은 "이 과거를 뼈저리게 반성하지 않으면 박근혜 정부의 대통합, 국민행복이라는 구호는 모두 공허할 수밖에 없다"며 "더 이상 아픈 가슴 파헤치지 말고 유가족들의 말에 귀기울여 달라"고 말했다.

이들은 기자회견문을 통해 "국민 대통합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는 박근혜 당선자가 지금까지 용산참사에 대해 단 한마디 언급도 없었다는 것에 실망을 금할 수 없다"며 "유가족들과 철거민들은 '국민대통합'의 대상에도 포함되지 않는 존재인가, 국민 통합의 의지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기자회견을 마친 후 추모위는 정오께 인수위 측 직원을 만나 박 당선인과의 면담을 공식 요청했다. 추모위는 면담이 성사될 때까지 인수위 앞에서 1인시위를 이어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14일부터 추모주간... 19일 서울역서 대규모 추모 집회 예정

한편, 추모위는 이날 기자회견을 시작으로 20일까지 추모행사를 진행한다. 먼저 추모위는 오는 17일까지 추모위원을 모집한다. 추모위원에 참가를 희망하는 사람은 후원계좌로 납부(단체는 10만원 이상, 개인은 1만원)하면 된다. 후원금은 추모사업과 용산참사로 구속된 사람과 사고를 당한 부상자들을 지원하는 데에 사용된다.

추모위는 오는 14일부터 20일까지를 추모주간으로 정해 집중 추모행사를 벌일 계획이다. 14일에는 참사 현장인 용산 남일당터에서 추모주간 선포 기자회견을 연다. 16일 오후 7시에는 방송인 김미화씨의 사회로 추모콘서트가 서울 종로구 견지동 조계사에서 열리며, 19일 오후 3시에는 서울역 광장에서 대규모 추모집회가 열린다. 추모위는 4주기인 20일, 경기 남양주시 화도읍에 위치한 마석 모란공원에서 용산참사 희생자들의 묘역을 참배할 예정이다.
#용산참사 #박근혜 당선인 #인수위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오마이뉴스 사진기자. 진심의 무게처럼 묵직한 카메라로 담는 한 컷 한 컷이 외로운 섬처럼 떠 있는 사람들 사이에 징검다리가 되길 바라며 오늘도 묵묵히 셔터를 누릅니다.

AD

AD

AD

인기기사

  1. 1 금반지 찾아준 사람이 뽑힐 줄이야, 500분의 1 기적
  2. 2 검찰의 돌변... 특수활동비가 아킬레스건인 이유
  3. 3 '조중동 논리' 읊어대던 민주당 의원들, 왜 반성 안 하나
  4. 4 '윤석열 안방' 무너지나... 박근혜보다 안 좋은 징후
  5. 5 "미국·일본에게 '호구' 된 윤 정부... 3년 진짜 길다"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