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확시기를 놓쳐 폭설에 파뭏여 얼어버린 콩밭. 콩밭 주인으 마음은 얼마나 아플까? 이 콩밭을 바라보면 괜히 콩밭 주인에게 미안해진다.
최오균
요즘 집 주위에 새들이 부쩍 늘어났다. 우리 집 앞과 옆쪽에 빙 둘러 있는 콩밭이 그만 수확시기를 놓치는 바람에 눈 속에 그대로 방치해 있기 때문이다. 콩밭을 볼 때마다 콩 농사를 지어 온 밭주인의 마음은 얼마나 아플까 하는 생각에 가슴이 저리고 아플 지경이다. 나도 금년에 50여 평 콩 농사를 지어 메주콩 한 말, 서리태 한 말을 수확을 해 본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처럼 가뭄이 극심할 때 그 정도의 콩 농사를 짓는 일도 기적에 가까운 일이라고 생각이 든다. 그런데 그 귀한 콩을 수확시기를 놓쳐 눈 속에 얼려버린 콩밭 주인의 마음은 오죽 아프겠는가!
예년보다 일찍 찾아 온 폭설과 강추위 때문에 콩밭 주인은 콩을 베어내지 못하고 그대로 묽히게 되어 버렸다. 눈 속에 파묻힌 콩들이 그대로 얼어버렸기 때문이다. 뒷이야기를 들어보니 벼, 깨, 고추, 율무 등을 거두어들이느라 미쳐 콩밭에 손을 쓸 새가 없었다고 한다. 농사철에는 모두가 너무나 바빠 일할 사람을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만큼 어렵다. 농사란 시기를 놓치면 이렇게 되는 것이다. 일 년 콩 농사를 망친 콩밭 주인의 마음은 얼마나 가슴이 타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