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2월 서울북부지법 판사로 재직하다 퇴임할 당시 시민들이 제작해 준 '국민판사' 법복을 입은 서기호 의원
신종철
판사 출신 서기호 진보정의당 의원은 11일 이명박 대통령의 측근들에 대한 임기 말 특별사면 움직임에 대해 "선고 판결문의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대통령이 사면해 버리면 '뭐 하러 재판을 하느냐'는 문제가 생긴다"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국민판사'라는 별칭을 가진 서기호 의원은 이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 가진 인터뷰에서 "판사가 힘들게 재판을 했는데, 재판이 끝나자마자 사면해 버리면 판사는 굉장히 허탈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현재 특별사면 대상으로는 '영일대군'으로 불린 이상득 전 의원(이명박 대통령 친형), '방통대군'으로 불린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 신재민 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 고려대 동기로 최측근인 천신일 세중나모 회장, 김윤옥 여사의 사촌인 김재홍 전 KT&G복지재단 이사장등이 입에 오르내리고 있다.
이와 관련, 서기호 의원은 "기본적으로 말이 안 되는 것"이라며 "더군다나 자기 사람 챙기기 차원이다. 자기 친인척이고, 측근에 대해서 그것도 재판 중에 (무죄를 다투는 사건인데도) 상고 포기하고 이래가면서까지 굉장히 무리하고 추진하고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특히 1심 선고결과도 안 난 이상득 전 의원과 관련, 서 의원은 "보도를 보니까 1월 24일 날 1심 판결 선고가 예정이던데, 그렇게 되면 선고 후에 피고인(이상득)과 검찰이 동시에 항소를 포기해서 형을 확정시킬 것이라고 예측되는 시나리오"라고 전망했다.
그는 "이상득 전 의원과 같이 정치인들이나 비리에 연루된 사람들 대부분은 무죄를 다투고 있는데, 이 전 의원은 (1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더라도) 사면을 받기 위해 항소를 포기할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서 의원은 "그래서 이명박 대통령의 형님인 이상득 전 의원을 위한 사실상 '형님사면', 형님을 위한 사면이 계획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계속 제기되고 있었던 것"이라고 의혹을 제기했다.
그는 "과거에도 대통령의 사면권 남용에 대해서는 계속 여러 가지 문제가 많이 있었는데, 이번 같은 경우는 그 정도를 굉장히 넘어서는 거라서 특히 더 논란이 되고 있다"며 "왜냐하면 현직 대통령이 자기 사람에 대해서 직접 사면한 경우는 거의 없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보통 다음 정부에서 사면한 경우가 대부분이었고, 또한 재판 진행 중에 항소를 포기하고, 상고를 포기해 가면서까지 형을 확정시켜 사면하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고 질타했다.
김현정 앵커가 "비판이 쏟아질 걸 알면서도 (청와대가) 왜 그렇게 무리하게 (특별사면을) 검토하는 걸까요?"라고 묻자, 서 의원은 "이명박 대통령의 임기 5년 내내 보았듯이 회전문인사, 보은인사라는 표현을 통해서 알 수 있듯이 굉장히 자기 사람에 대해서는 끝까지 챙기는 특징이 있어서 이런 문제가 생기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청와대가 "사면권은 대통령의 고유권한 아니냐. 어쨌든 법으로 주어진 권한을 행사하는 것 자체를 문제 삼을 수 없지 않느냐"라는 반론에 대해서도 서기호 의원은 "현행 실정법상으로 (특별사면은) 대통령 고유권한인 건 맞는데, 그렇다고 하더라도 헌법에 내재적인 한계가 있다"고 반박했다.
그는 "헌법학자들이 대체로 이야기하는 내용은 헌법의 기본원칙이 권력분립원칙이고, 그 다음에 국민의 기본권 최대보장이 기본원칙인데, 이 권력분립 원칙에 비추어봤을 때 법원에서 기껏 재판을 해서 형을 선고를 했는데, 선고 판결문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이렇게 대통령이 사면해 버리면 '뭐 하러 재판을 하느냐'는 문제가 생기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김현정 앵커가 "자신이 판결한 것에 대해서 특사로써 사면이 돼버리면, 판사들 심경은 어떠냐?"라는 질문에, 서울북부지법 판사로 근무하다 작년 2월 퇴임한 서기호 의원은 "굉장히 허탈하다"고 말했다.
그 이유에 대해 "왜냐하면 이런 (정치권력) 사건들은 무죄를 다투고 사회적으로 이목이 집중되기 때문에 굉장히 어려운 사건들이어서, 사건기록도 굉장히 두껍고 재판과정도 10~20차례 굉장히 오랫동안 진행되면서 증거수사도 많이 해야 돼 (유무죄) 결론을 도출하는 것도 참 어렵다"며 "그래서 많이 공부도 하고, 판결문도 보통 100장을 넘어가는 경우도 많다"고 설명했다.
서 의원은 "이런 사건은 1건이지만 다른 사건의 10~20건과 맞먹는 그런 비중이 있는 사건이어서 재판을 하면 굉장히 힘든데, (판사가) 그렇게 힘들게 재판을 했는데 딱 재판이 끝나자마자 사면해 버리면 '이거 뭐 하러 재판을 했느냐' 굉장히 허탈하다"고 전직 판사로서 판사들의 입장을 대신 전했다.
그는 또 이명박 대통령의 BBK 연루 의혹을 제기했다가 징역 1년을 꽉 채우고 출소한 정봉주 전 의원의 사례를 들며 "국민의 기본권 중에 가장 중요한 것이 평등원칙인데 쉽게 말해 법 앞에 평등해야 되는데, 돈 있고 권력 있는 사람들은 쉽게 사면해서 나와 버리고, 돈 없고 권력 없는 사람들은 일벌백계해서 형기를 꽉꽉 채우는 것은 평등원칙이 굉장히 침해된 사안"이라고 지적했다.
사회적 대통합을 위해 특별사면이 필요하다는 일부 주장에 대해서도 서 의원은 "대통합이라고 하려면 말 그대로 반대세력에 대한 통합을 위해서 해야 되는 것"이라며 "자기편을 풀어주는 것은 대통합과 관계가 없다"고 일축했다.
그는 외국의 특별사면에 대한 사례도 제시했다. 서 의원은 "프랑스의 경우 부정부패 공직자들에 대해서 원칙적으로 사면을 금지하고 있고, 미국은 실형 선고 받은 사람들의 경우에 석방 후에 5년 지나야 사면할 수 있는 식으로 굉장히 엄격하게 제한이 돼 있다"며 "선진국일수록 대통령의 사면권을 점점 제한하고 있는 추세"라고 말했다.
아울러 "여당이나 야당이나, 여당일 때는 사면권에 대해서 방어하고 야당일 때는 사면권을 제한해야 한다고 어떤 이해관계에 따라서 달라지는데, 이런 정략적인 목적보다는 국민의 이익을 위해서 사면권을 제한해야 한다"며 "저희 의원실에서 사면권을 제한할 수 있는 사면법 개정안을 마련 중"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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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기호 "판결 잉크 마르기 전 사면, 판사들 허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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