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진당 사태, 원칙 버린 정치논리 탓... 혁신 지켜봐달라"

[진보의 갈 길을 묻다②] 통합진보당 안동섭 사무총장

등록 2013.01.22 20:18수정 2013.01.22 2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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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19일 대선 결과는 정권교체를 열망했던 많은 이들에게 충격을 안겨줬다. 대선이 끝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멘붕(멘탈붕괴)'를 호소하는 목소리 또한 여전하다. 박근혜 시대 5년, 이 사회에서 진보를 고민하는 이들은 무엇을 해야 할까. <오마이뉴스>는 정치, 사회 각계의 다양한 목소리를 통해 진보의 길을 모색하는 기획을 수차례에 걸쳐 소개한다. [편집자말]
2012년은 소수정당이라는 굴레를 좀처럼 벗어나지 못했던 진보정당이 원내교섭단체를 달성해 실질적인 영향력을 갖춘 정치세력으로 거듭나기 위해 벼르고 벼르던 해였다. 2008년 분당 주체인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은 물론, 운동권 정당이라는 이미지를 벗어나기 위해 집권 경험이 있는 인사들이 포진한 국민참여당과도 통합을 시도했다. 통합과정에서 진보신당의 재분열을 포함해 몇몇 당원이 개별적으로 탈당하는 등 잡음이 있었지만, 어쨌든 통합진보당으로 통합됐다. 원내교섭단체라는 목표에는 못 미쳤지만 4.11총선에서 13석을 얻었다. 

그러나 이 통합의 역사가 그토록 짧은 순간에 막을 내릴 것으로 예상했던 사람이 있었을까? 2012년 5월 여론을 강타한 소위 '통합진보당 사태'는 한국 진보정치가 한단계 도약을 위해 오르던 사다리를 산산이 분해시켜 진보정당 12년의 역사를 끝없이 추락시켰다. 당만이 아니라 진보진영 전반의 균열이 뒤따랐다.

어디에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과연 진보정치는 부활할 수 있을까? '진보의 갈 길을 묻다' 두 번째 인터뷰 대상은 통합진보당 안동섭 사무총장이다. 안 사무총장은 지난 통합진보당 사태에서 유명세를 떨친 소위 '경기동부연합'으로 분류되는 인사다.

그의 활동이력은 진보정당 활동가의 전형을 보여준다. 학생운동 뒤 학교를 그만두고 수원지역 현장으로 들어가 노동운동에 매진하다 지방선거 출마를 계기로 진보정당운동에 합류했다. 그 후 지역위원회 위원장과 시당위원장을 거쳐 지난해 통합진보당 사태가 끝날 무렵까지 경기도당 위원장을 역임했다. 낙선이 예상되어도 선거에 출마하는 것이 곧 당 홍보로 여겨질 무렵, 총 6번의 출마로 자칭·타칭 '후보전문'으로 불리기도 했다.

"대선은 분명한 패배... 이정희 책임론은 동의하기 힘들어"

안동섭 통합진보당 사무총장 진보정당의 전형적인 활동가 경력을 지닌 안동섭 총장은 분당 이후 통합진보당의 사무총장을 맡았다.
안동섭 통합진보당 사무총장진보정당의 전형적인 활동가 경력을 지닌 안동섭 총장은 분당 이후 통합진보당의 사무총장을 맡았다. 손우정

그에게 듣고 싶은 것은 두 가지. 통합진보당의 재기 가능성과 소위 '경기동부연합'에 대한 이야기다. 지난 15일 통합진보당 중앙당에서 그를 만났다.

- 어느 때보다, 어느 당보다 어려운 조건에서 대선을 치렀다. 대선 결과를 보는 시선도 남다를 것 같다. 통합진보당이 애초에 2012년 목표로 내세운 진보적 정권교체는 물론 그냥 정권교체에도 실패했다. 어떻게 평가하고 있나?
"소위 '통합진보당 사태' 이후 대선에 임하는 목표는 두 가지였다. 첫째는 통합진보당을 지켜내고 강화시키는 것, 둘째는 진보적 정권교체다. 민주노동당 시절에 진보신당과의 분당에도 당을 지키던 당원들이 굳건히 남아 있었기 때문에 내부 목표는 어느 정도 달성했다.


하지만 가장 큰 목표였던 진보적 정권교체에는 실패했다. 절반의 승리라고 보기에는 너무 큰 패배다. 다만, 성과가 있다면 패배를 딛고 일어설 수 있다는 의지를 확인한 것이다. 대선 이후 다른 정당이나 세력에 비해 상대적으로 통합진보당 당원들은 실망감과 절망감을 덜 느끼는 것 같다. 이번 선거를 통해 정말 어려웠던 상황을 딛고 일어섰기 때문이다."

- 내부 목표를 달성했다고 평가할 수 있었던 것에는 이정희 후보의 역할이 컸다. 젊은 층을 중심으로 상당한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대선 패배의 원인으로 이정희 후보의 책임론을 제기하기도 한다. 이정희 후보의 공세가 50대를 보수적으로 결집시켜 패배했다는 것이다. 어떻게 보나? 
"한마디로 정치공세에 불과하다. 과학적 근거가 없다. 그런 주장을 펴는 분들은 여론조사에서 이정희 후보 책임론에 대해 동의하는 비율이 56%정도 되는 것을 근거로 삼는데, 박근혜 후보 지지층을 포함한 찬성율이라 큰 의미를 두기 힘들다. 박근혜 후보를 지지하는 사람들은 원래 이정희 후보에 대한 감정의 골이 깊다.


객관적 근거를 가지려면 부동층이나 야당을 지지했던 사람들 중에서 이정희 후보의 토론 때문에 마음을 바꿨다는 것이 확인되어야 한다. 우리들이 조사한 결과에서는 1차 토론회가 끝나고 문재인 후보 지지층에서 이정희 후보에 대한 호감도가 30%수준에서 60%수준으로 높아졌다. 증가율은 2차 토론회가 끝나고 더 높았다. 이런 점을 봤을 때 이정희 후보 책임론은 과학적 근거가 없다. 그럼에도 이정희 후보의 책임론을 거론하는 정당과 세력은 선거 패배의 원인을 자기에게서 찾지 않으려는, 남 탓 하면서 내부의 문제를 회피하려는 것으로 밖에 볼 수 없다."

- 대선후보 토론과정에서 이정희 후보가 박근혜 당선자를 매섭게 몰아 세웠다.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박근혜 정부에서 이정희 후보가 살아남을 수 있을지 우려하기도 한다. 실제로 대선 직후 공안사건이 줄줄이 터지고 있다. 
"대단히 어려운 문제다. 대선 기간 호남에 내려갔을 때, 60대 여성 당원들이 이정희 후보를 반기시면서 '야무지고 속시원하다'고 좋아하셨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혹시 박근혜 후보가 당선되면 이정희 후보가 살아남을 수 있을지 정말 심각하게 걱정하셨다.

특히 유신정권에서 군사정권까지 겪어봤던 분들은 이정희 후보에 대한 걱정이 많은 것 같다. 사실 당에서도 그 부분을 걱정하고 있다. 인수위가 출범하면서부터 의원들의 재판이 정치재판 되고 있다. 통합진보당 의원 6명 중에 4명이 재판에 계류 중이다."

- 4명이나 재판 중인가?
"김미희 의원은 선거법 위반으로 1심에서 당선무효형이 나왔다. 재판 과정에서 혐의가 없다고 밝혀진 부분도 유죄로 판결했다. 그리고 김선동 의원은 한미FTA법안 처리를 막는 과정에서 최루탄을 터뜨린 것과 사무총장 시절 회계처리 건이 기소됐다. 오병윤 의원 역시 사무총장 시절 회계처리 건으로 기소됐다. 김선동, 오병윤 의원의 경우 사무총장을 했던 2008년~2009년 때 일을 지난해 통합진보당 사태 이후 기소한 것이다. 이석기 의원은 이 의원이 관여했던 선거기획사(CNP)관련 건이다.

여기에 지난해 통합진보당 사태와 관련해 검찰이 총 460명의 당원을 기소했다. 가족이나 친지의 투표를 대리했다는 혐의인데, 묵비권을 행사하면서 검찰 조사에 응하지 않은 당원은 다 기소했다.

- 이 정도라면 견뎌내기가 쉽지 않겠다.
"확실한 것은 박근혜 당선자가 말하는 국민통합 100%에 통합진보당과 당원들은 포함되어 있지 않다는 점이다. 집권 초반부터 통합진보당을 고립, 배제, 궤멸시키기 위해 종북공세를 포함한 대대적인 공세를 펼칠 것으로 보인다. 보수단체에서 대선후보 국고보조금 27억과 관련해 계속 비방 중인데, 이것도 사실 국고보조금 때문만이 아니라 통합진보당을 고사시키기 위한 여론 만들기 작업으로 보인다. 대선 이후 통합진보당의 상징처럼 되고 있는 이정희 후보에 대한 공세 역시 지난해보다 더욱 가속화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우려스러운 점이다."

"통합진보당 사태, 정치논리가 사건 키웠다"

 통합진보당 강병기 비상대책위원장을 비롯한 비대위원들이 지난 2012년 9월1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통합진보당 의정지원단에서 비상대책위원회 1차 비대위 회의를 열고 "노동자와 민중권력의 탄생을 위해 대선 논의에 박차를 가하겠다"고 발표하고 있다.(사진 왼쪽부터 민병렬 대변인, 안동섭 비대위원, 오병윤 원내대표, 강병기 비대위원장, 유선희 비대위원, 심문희 비대위원, 이혜선 비대위원).
통합진보당 강병기 비상대책위원장을 비롯한 비대위원들이 지난 2012년 9월1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통합진보당 의정지원단에서 비상대책위원회 1차 비대위 회의를 열고 "노동자와 민중권력의 탄생을 위해 대선 논의에 박차를 가하겠다"고 발표하고 있다.(사진 왼쪽부터 민병렬 대변인, 안동섭 비대위원, 오병윤 원내대표, 강병기 비대위원장, 유선희 비대위원, 심문희 비대위원, 이혜선 비대위원).유성호

- 지난해 통합진보당 사태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다. 앞으로도 이 사건은 계속 통합진보당의 발목을 잡게 될 것 같다. 그동안 사건의 진실이 무엇인지에 대해 많은 공방이 있었다. 좀 더 근본적으로 들여다봤을 때, 원인이 무엇이었다고 생각하나?
"민감한 내용이다. 흔히 원인으로 제기되는 것은 두 가지다. 첫째는 3주체의 통합 자체가 잘못되었다는 것이고, 둘째는 통합은 옳았지만 통합과정에서 화학적인 결합을 하지 못한 게 문제라는 것이다. 내부 합의과정의 부족이나 패권문제가 바로 그것이다. 통합의 방향과 노선이었던 진보민주개혁진영의 단결은 옳았다. 그것은 지금도, 앞으로도 추구해야할 노선이다. 과정상의 문제는 통합 추진 주체들의 준비정도가 부족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

그러나 모든 문제의 원인을 내부에서만 찾기는 힘들다.  통합진보당 분열 사태의 바탕에는 2010년 6.2지방선거에서 야권연대로 괄목할 만한 지지를 받은 민주노동당의 성과와 통합진보당의 창당으로 의원 13명을 배출한 것에 대한 수구보수세력, 공안기관 등의 의도가 작용했다고 본다. 이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이런 요인들이 내부의 준비가 부족했던 것, 화학적 결합을 못했던 틈을 비집고 들어왔다."

- 거론한 외부 요인들은 상수라고 봐야 하지 않나? 보수세력이나 공안기관은 항상 진보정당을 노리고 있다. 그런 상수에 기회를 준 내부의 문제가 큰 것 아닌가?
"물론 외압은 상수다. 그러나 내부에 있는 다양한 세력들 간의 문화적 차이, 생각의 차이 역시 상수다. 문제는 이런 내·외적인 상수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내부의 단결을 통해 극복했어야 했다는 점이다. 그렇지만 외압이 비집고 들어올 틈을 막지 못했다."

- 그 '틈'을 만든 건 무엇이었나?
"욕심이다. 통합을 하고 얻을 것이 많아지면서 자기 것에 연연하는 욕심이 외부 공격을 제대로 보지 못하게 만들었다."

- 그런 욕심을 막을 수 없었나? 비례후보 선출 과정만이 아니라 각 지역에서 치러진 경선에서도 잡음이 많았다.
"진보정당의 원리는 진실을 추구하고 사실에 기초해서 행동하는 것이다. 통합 이전에 각 주체가 합의했던 통합의 정신과 원칙이 있다. 다른 한편으로는 이것과 다른 정치논리가 있다. 당사태가 일어날 때 문제가 된 것은 합의했던 원칙과 정치논리가 끊임없이 부딪혔다는 점이다.

각 지역에서 진행된 경선도 마찬가지다. 가장 덩치가 컸던 것이 민주노동당, 그 다음이 국민참여당, 그 다음이 통합연대(진보신당 탈당파)였다. 이 세 주체가 모여 함께 총선을 치러내면 다양한 부딪힘과 갈등이 있을 수밖에 없다. 그래서 통합할 때 정해 놓은 경선 원칙에 대해 최대한 합의를 보고 합의가 안 되면 여론조사 50%, 당원 지지율 50%로 결정하는 것이었다.

이대로 가면 되는데 경선과정에서 정치논리가 개입하면서 어긋나기 시작했다. 예를 들면 '우리 쪽의 대표적인 사람인데 어떻게 경선을 치르냐'는 식이었다. 처음 비례경선 과정에서 윤금순, 오옥만, 이영희, 노항래 후보 간의 문제가 발생했을 때도 정상적인 절차를 밟아 처리하면 되는데, 대표자들 사이에서 적당하게 타협하고 넘어갔다. 이정희 전 대표도 여기에 대해서는 반성한 바 있다. 정치논리를 이유로 원칙과 기준을 훼손했다. 이것이 갈등을 증폭시켰고, 문제를 만들었다."

- 어쨌거나 비례경선 과정의 부정의혹이 통합진보당 사태의 결정적 계기였다. 최근 통합진보당에서 진행한 자체조사에서는 '부정은 없었다'고 주장했는데 검찰이 460명을 기소했다. 아무런 부정이 없었다고 할 수 있나?
"460명은 검찰 조사 과정에서 묵비권을 행사한 사람들을 중심으로 기소된 것이다. 기소한 내용을 보면 가족의 투표를 위임한 혐의가 대부분이다. 우리가 확인할 수 있는 것은 1차 진상조사위원회 결과처럼 누군가의 지시에서 의해 조직적이고 의도적으로 진행된 대규모 부정선거는 최소한 통합진보당에 남아 있는 이들 중에는 없다는 것이다. 더구나 검찰이 460명의 당원을 기소한 이유로 내세운 것이 당의 업무를 방해했다는 것이다. 우리는 검찰이 기소한 사람들 때문에 업무를 방해받아본 적이 없다고 강변해도 검찰이 무리하게 기소하고 있다."

"반성 없는 정파는 사라질 수밖에 없다"

 안동섭 통합진보당 사무총장(자료사진)
안동섭 통합진보당 사무총장(자료사진) 유혜준
- 좀 민감한 질문을 던져야할 것 같다. 통합진보당 사건을 거치면서 '경기동부연합'이라 불리는 정파가 유명해 졌다. 거의 공공의 적으로 등극할 정도였다. 안 총장은 경기동부연합의 핵심 인사로 꼽힌다.
"내가 '경기동부'라 불리는 이들을 대변할 수 있는 사람은 아니다(웃음). 그러나 정확히 말하자면 '경기동부연합'은 없다. 통합진보당 내에는 민주노동당이 만들어지기 이전 재야운동시절부터 생성되어 왔던 의견그룹, 정파그룹들이 있다. 전국연합시절에 각 지역별 연합이 있었고, 연합운동부터 함께 갔던 사람들 사이의 관계, 논의구조가 유지되어 오기도 한다. 또 이것이 기초가 되어 대중적 기반을 만들기도 한다.

전국연합 산하 지역조직인 '경기동부연합'은 이미 해산한 상태다. 그러나 아직도 경기도를 중심으로 한 진보적 활동가들을 공격하기 위해 이 용어가 사용되고 있다. 최근에는 '빨갱이'처럼 매우 부정적인 어휘로 경기동부연합이라는 말이 쓰이고 있다."

- 일단 편의상 논란이 되었던 정치그룹을 '경기동부'로 지칭하자. 경선부정 사건으로 '경기동부'가 거론되고 공공의 적이 되고 있을 때 이를 방어해 준 사람들도 경기동부의 패권에 대해서는 비판적인 시각이 많다. 지나치게 은밀하게 활동하면서 정파적 이익을 위해서만 활동하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왜 많은 사람들이 '경기동부'라 지칭되는 정파를 비판하고 있다고 생각하나?
"예민한 문제다. 외부적으로는 수구언론의 공세와 낙인이 작용했다. 그러나 내부적으로 봤을 때, 민주노동당 이전에 존재했던 의견그룹들이 당을 만든 후 당적 체계와 질서에 온전히 녹아들지 못했던 측면이 있다. 온전히 녹아들지 못했던 틈을 이용해 자기의 욕구를 채우려고 했던 경향도 있었다."

- 그 욕구란 것이 구체적으로 무엇인가?
"자기 출세 욕구다. 정파에 상관없이 우리 안에 그런 욕구가 스며들지 않았는지 되돌아봐야 한다. 그런 욕구들이 확대재생산된 측면이 있었던 것 같다."

- 진보정당에 대해 항상 제기되어 온 비판이 고질적인 패권문제다. 개선의 여지가 있나?
"친목회에서부터 정당에 이르기까지 자기 내부의 문제를 스스로 반성하고 정리할 수 없는 조직은 유지될 수 없다. 그것을 못하는 운동조직은 사라진다. 어떤 정파이든 간에 내부의 패권적 경향이 강하거나 문제가 많은 조직은 내부에서부터, 대중적으로 성장해 나가는 과정에서 사라질 수밖에 없다.

내부에서 진행되는 노력들, 지켜봐 주었으면 좋겠다. 다양한 정파나 의견그룹들이 대중적으로 양성화되지 못하는 것은 국가보안법이 여전히 살아 있는 한국사회의 정치 상황 때문이다. 언젠가는 다시 진보진영의 단결을 높이기 위해 다양한 견해 차이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통합 시도가 나타날 수 있다. 이 때 갈등을 극복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당내 민주주의를 실현할 제도적 장치를 잘 만들고 지켜내는 것이다.

물론 이것만 가지고는 안 될 것이라는 건 잘 알고 있다. 정치적인 노력을 통해 시너지 효과를 발휘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다양한 정파가 차이를 모두 드러내고 실천적으로 이를 검증할 수 있는 지형이 만들어져야 한다. 그 지형이 만들어지기 전까지는 활동에 제약이 있을 수밖에 없다. 또한, 지난 통합진보당 사태를 겪으면서 일종의 '학습효과'도 있을 것이다."

- 곧 당직선거가 시작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정상적인 당 체계로 정비가 가능한가? 통합진보당 사태의 후유증이 적지 않을 것 같은데.
"이미 당원 수는 통합하기 전 민주노동당 수준으로 회복했다. 당 정상화의 가장 상징적인 표현은 지도부를 잘 구축하는 것이다. 그동안 비상대책위원회 체제였기 때문에 당원 투표로 지도부가 구축되는 만큼 안정적인 지도력이 확보될 것이라고 본다.

- 조직체계 정비하면서 2013년의 핵심과제로 세운 것은 뭔가?
"노동위원회를 통해 노동운동에 대한 당적 지원체계를 강화시키는 것을 중요한 과제로 삼고 있다."

- 노동운동에 대한 당적 지원체계를 강화하기 위해서는 민주노총과의 관계회복이 급선무일 것 같다. 민주노동당 창당의 최대 지분을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는 민주노총과의 관계가 통합진보당 사태로 많이 틀어졌다. 복원할 계획인가?
"당연하다. 다만 시간은 좀 필요할 것 같다."

- 당대표로 거론되는 인사는?
"아직 확정할 수 없지만 이정희 전 대표와 강병기 현 대표, 오병윤 의원 정도가 거론되고 있는 것으로 안다."

- 대선 이후 진보진영 전반이 혼란스러운 상황이다. 진보의 가치가 무엇이 되어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갑론을박이 나오고 있다. 통합진보당이 지도체계, 조직체계를 복원하면서 추구하려는 진보적 가치는 무엇인가?
"지난 통합과정에서 우리의 가치를 진보적 민주주의로 규정한 바 있다. 자주, 민주, 통일과 평등, 생태·환경의 가치를 추구하는 것이다. 또한, 21세기 신자유주의 체제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민생과 복지, 궁극적으로는 사람 사이의 연대, 공동체 정신을 정립해 나가야 한다. 통합과정에서 기존에 민주노동당 강령에 있던 '사회주의적 가치를 지향한다'라는 내용이 삭제되었는데, 궁극적으로는 같은 맥락으로 맞닿아 있다고 할 수 있고 또 이어 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 이를 실현하기 위한 계획은?
"각 영역별 핵심 의제를 어떻게 정책 브랜드화 할 것인가의 과제가 남아 있다. 무상교육, 무상의료가 민주당까지 동의하는 브랜드가 되었기 때문에 이제 새로운 진보정책 브랜드가 만들어져야 한다. 그렇지만, 박근혜 정권이 들어선 이후 민생 현장에서 워낙 많은 사안들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의제별 정책 브랜드를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정당으로써 현장 대응을 위한 정책기능을 제공하고 법제화 노력을 강화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통합진보당, 비빌 수 있는 언덕 되겠다"

 13일 국회 정론관에서 열린 민간인 불법사찰, 인권유린 국정원 규탄 기자회견에서 불법사찰  피해자인 이상호씨(왼쪽에서 두번째)가 이상규 통합진보당 의원 등과 함께 "국정원은 민간인 불법사찰 진상 규명과 함께 책임자를 처벌하라"고 주장하고 있다.
13일 국회 정론관에서 열린 민간인 불법사찰, 인권유린 국정원 규탄 기자회견에서 불법사찰 피해자인 이상호씨(왼쪽에서 두번째)가 이상규 통합진보당 의원 등과 함께 "국정원은 민간인 불법사찰 진상 규명과 함께 책임자를 처벌하라"고 주장하고 있다.남소연

- 바쁜 와중에도 오랜 시간 많은 이야기를 들려줬다. 대선 이후 갈피를 못 잡고 있는 분들에게 한마디 들려준다면.
"먼저 죄송하다는 말씀을 전해야겠다. 3.6%p가 부족해서 졌지만, 3.6%p만큼만 반성하고 돌아보면 안 된다. 특히 진보진영, 통합진보당이 당 사태에서 시작해 제 몫을 다하지 못했기 때문에 빚어진 결과다. 통합진보당으로써는 정말 죄송하고 뭐라 드릴 말씀이 없는 상황이다. 다시 통합진보당이 감히 희망을 드리겠다 말씀 드리기도 송구스럽다. 그렇지만 각고의 노력을 통해 민중진영에게 비빌 언덕이 되겠다. 비빌 언덕이 있으면 외롭지 않고 희망을 잃지 않는다."

안동섭 사무총장은 인터뷰 시간을 잡기가 매우 어려웠다. 계속되는 회의로 인해 통화조차 제대로 할 수 없을 정도였다. 인터뷰를 진행할 때 역시 중간 중간 오는 연락과 업무협의로 인해  몇 차례나 중단해야 했다. 이런 모습은 거대한 전투를 치르고 난 후에 느껴지는 평온함이 아니라 전투를 앞둔 시점에서 느껴지는 초조함과 긴장감에 가까웠다.

분명한 사실은 통합진보당이 어느 정당이나 단체보다 쉽지 않은 박근혜 시대를 감내해야 할 것이라는 점이다. 그리고 그 결과는 어떤 식으로든 한국 진보정당운동에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치게 될 것이다. 통합진보당은 여전히 중요한 변수다.
#통합진보당 #안동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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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보다는 공통점을 발견하는 생활속 진보를 꿈꾸는 소시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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