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민간서비스산업노동조합연맹 소속 회원들이 22일 오전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국금융연수원 내 마련된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마트 직원들에 대한 불법사찰과 노조탄압을 규탄하고 있다.
유성호
"노동청에서 나오면… 근데 우리 너무 크게 말했다. (목소리를 조금 낮춘 뒤) 노동청에서 나오면 OO하라고 하던데?""팀장님이 하루에 한 10번은 말하는 것 같아요. 세뇌교육처럼."21일 오후 4시경 이마트 서울 ㄱ점, 생활용품 코너 끝에서 남녀 셋이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조심스레 다가가 "지나가다 들었다"며 "요즘 이마트 뉴스도 많던데, 무슨 지침이라도 내려왔나 보다"고 말을 걸었다.
갑자기 세 사람 가운데 한 명이 황급히 자리를 떴다. 물건이 든 손수레를 몰고 구석진 곳으로 이동한 그는 서둘러 누군가에게 전화를 했다. 통화를 마친 그에게 아까 동료들과 이야기한 내용을 묻자 "(노동청 이야기는) 그냥 장난으로 말한 것"이라고 답했다. "팀장은 '열심히 해라, 임무에만 충실해라'고 했을 뿐"이라며 "세뇌교육 이런 건 웃자고 한 말"이라고 덧붙였다. 그와 짧은 대화를 마치자마자 보안요원이 다가와 "모든 취재는 홍보실을 거쳐야 한다"며 "점포 밖으로 나가달라"고 요구했다. 겨우 5분 사이에 벌어진 일이었다.
오프라인은 직원 입단속... 기자라면 "나가주세요"'이마트 사태'가 터진 이후에도 손님들의 발길은 여전했다. <오마이뉴스>는 현재 이마트의 상황을 알아보기 위해 21일 수도권 지점 8곳을 직접 찾아가봤다. 이마트는 부쩍 직원들 입단속에 나선 모습이었다. 동시에 고용노동부의 특별근로감독이나 언론 취재에 대비해 직원들을 철저히 교육하고 있었다.
ㄴ점 협력업체 소속 최아무개씨는 "최근 정규직들이 조회 설 때 '누군가 나와서 조사하고, 직원들을 살필 것'이란 (간부들) 언급이 있었다고 안다"며 "기자인지, 이마트 본사 직원이 온다는 뜻인지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는 "(낯선 사람이 물으면) 대답하지 말라고는 하지 않았지만, 저도 '언제쯤 누군가 올 것 같은데 평소처럼 대하라'는 교육을 받았다"고 했다.
이날 취재진이 각 지점에서 만난 직원들은 대부분 현재 이마트 사태의 내용을 알고 있었다. 그런데 반응은 조금씩 엇갈렸다. 협력업체 직원들은 '이마트 문제를 알고 있냐'는 물음에 "아 뉴스 나온 거요?"식의 태도를 보였다. 반면 이마트 정직원들은 말을 꺼낸 직후 표정이 굳거나 대답을 피했고, 어딘가에 전화를 걸었다.
그러면 십중팔구 보안요원이나 인사총무파트장이 곧바로 나타나 "취재는 본사 허락이 있어야 한다"며 제지했다. "(이마트 사태를 다룬) 뉴스가 나온 후에도 손님이 줄지 않았고, 직원들도 크게 신경 안 쓴다"며 "신세계 역시 (노동부가) 근로감독을 와도 겁 안 먹을 것"이라는 직원도 있었다.
협력업체 소속이든 이마트 소속이든 딱 한 가지는 공통점이 있었다. '노조'란 두 글자를 함부로 꺼내지 않는다는 것. ㄷ점 고객서비스팀 파견직 B씨는 "직원들이 이 이야기(노조)하는 것을 꺼려한다"고 말했다. 이마트 정직원으로 보이는 김아무개씨도 "(신세계가) 삼성과 분리되긴 했지만 무노조 경영이 원칙 아니냐"며 "관련 얘기만 나와도 바로 (사측이) 차단시키니까 (직원들은) 잘릴까봐 말을 꺼내지도 못한다"고 했다.
부글부글 달아오르는 온라인... "윗선 지시라지만, 우린 인간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