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거된 노량진 컵밥지난 23일 새벽 동작구청 측은 컵밥 노점 4곳을 철거했다.
이규정
지난 23일 서울 노량진역 앞 '컵밥' 노점상 임성희(49)씨는 새벽 출근길에 자기 노점을 철거 중인 구청 직원들을 만났다. 동작구청 건설관리과 직원들 10명은 임씨의 가스레인지, 식자재, 일회용 그릇 등을 모조리 트럭에 실었다.
임씨는 자신의 노점을 철거하는 구청 직원들을 제지하려고 했다. 컵밥을 만드는 데 필요한 가재도구를 빼앗긴 임씨는 노점 안으로 들어갔다. 4개의 쫄대와 천막 지붕으로 이루어진 노점 안에서 임씨가 버티자 구청 직원들은 가재도구만 트럭에 싣고 돌아갔다.
23일 오전 5시 30분께 총 4개의 컵밥 노점이 철거됐다. 그날 밤 기자가 만난 임씨는 지붕만 간신히 남아 있는 노점 안에서 전기난로에 몸을 녹이고 있었다. 그는 그날 새벽 구청 직원들의 철거를 막느라 윗도리가 반 뼘만큼 찢어지기도 했다. 공시생(공무원시험 준비생)들로부터 큰 인기를 얻은 길거리 음식인 '컵밥'(일회용 용기에 볶음밥과 소시지, 달걀프라이 등의 고명을 얹어주는 노량진의 대표적인 길거리 음식)이 존폐 위기에 놓였다.
컵밥 노점, 왜 철거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