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타바 검문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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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에서 이집트로 넘어가는 육로는 크게 네 코스다. 가장 북쪽이 케렘 샬롬 검문소다. 이 검문소는 가자 지구에 연해 있다. 그 아래로 니차나 검문소가 있다. 이들은 시나이 반도의 북쪽에 있다. 중간 지역에는 국경을 넘는 검문소가 없고 남쪽 아카바만 근방에 두 개의 검문소가 있다. 하나가 에일라트 검문소고, 다른 하나가 타바(Taba) 검문소다.
우리는 그 중 가장 남쪽 아카바만에 연해 있는 타바 검문소를 통과한다. 검문검색이 비교적 삼엄한 편이다. 타바 검문소를 나온 다음 우리는 누에바, 다합을 거쳐 시나이 반도 남쪽 끝에 있는 샤름 알 셰이크까지 간다. 샤름 알 셰이크는 아카바만과 홍해를 끼고 있는 중요한 항구도시다. 여기서 다시 우리는 홍해변을 따라 수에즈 운하까지 올라간다. 버스를 무려 11시간이나 타고 나서야 우리는 카이로 서쪽의 기자 아라만테 호텔에 도착할 수 있었다.
다음날 우리 일행은 기자에서 북서방향으로 난 사막도로를 타고 알렉산드리아까지 간다. 알렉산드리아는 기원전 프토레마이오스 왕조의 수도로 지중해변에 있다. 이집트에서 인구가 두 번째로 많을 뿐만 아니라 유럽적인 냄새가 나는 도시다. 이곳에서 우리는 이틀 동안 프톨레마이오스 왕조와 로마시대 그리고 이슬람 시대의 문화유산을 보았다. 카타콤베, 원형극장, 폼페이의 석주, 파로스 등대, 알렉산드리아 도서관 등이 기원전 프톨레미시대와 로마시대의 흔적이다. 그리고 카이트베이 요새와 몬타자 궁전이 이슬람의 문화유산이다.
나일강을 따라 올라갈 때는 기차로, 내려올 때는 배와 비행기로

▲ 나일강의 아스완에 정박해 있는 크루즈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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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렉산드리아에서 기자로 돌아온 우리 문명교류 탐사단은 야간열차를 타고 나일강 중류의 아스완까지 간다. 그리고 나서 나일강 크루즈를 통해 이집트 문명을 제대로 볼 수 있었다. 그러므로 이번 여행에서 가장 의미 있고 재미있었던 것이 3박4일간의 나일강 크루즈다. 나일강 중류의 아스완에서 크루즈를 타고 룩소르까지 내려오면서 이집트 신왕국 시대의 문화유산을 집중적으로 탐사했기 때문이다.
아스완에서는 람세스 2세의 신전 아부심벨을 보았다. 네 개의 거상이 낫세르호를 향해 있고, 그 안에 대석주홀, 소석주홀, 지성소가 있다. 아부심벨은 람세스 2세의 업적을 기리는 신전이다. 람세스 2세는 상·하 이집트를 통일한 왕으로 이집트 역사에서 가장 유명한 파라오다. 그에 대한 이야기는 크리스티앙 자크의 소설로 유명해졌다.

▲ 콤옴보 신전의 기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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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일강을 따라 내려오면서 두 번째로 본 신전은 콤옴보 신전이다. 프톨레마이오스 왕조와 로마시대 만들어진 것으로 악어의 신 소벡(Sobek)와 새의 신 하로에리스(Haroeris)를 기리는 신전이다. 2000년이 넘는 역사를 가지고 있는 신전이어서 그런지 조각이 아주 선명하다. 콤옴보 신전에서 하류로 70㎞를 내려가면 에드푸 신전이 나온다. 이 신전 역시 프톨레마이오스 시대 만들어진 것으로 원래 이름이 에드푸의 호루스 신전이다. 호루스(Horus)는 매 모양을 한 신으로 악을 대변하는 신 세트(Seth)를 물리치는 내용이 벽면에 조각되어 있다.
에드푸에서 배는 에스나를 지나 룩소르로 내려간다. 배가 강에서 다니려면 수심이 4-8m는 되어야 한다. 그런데 에스나는 수심이 얕아 갑문을 설치, 수위를 높인 다음 배가 내려가도록 되어 있다. 야간에 에스나를 지난 다음 새벽쯤 배는 룩소르에 정박한다. 1월 23일 우리는 하루 종일 룩소르의 문화유산을 탐사했다. 룩소르는 고대 이집트 신왕국 시대의 수도로 가장 많은 문화유산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 하쳅수트 장제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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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에는 나일 서편에 있는 죽은 자들의 도시(Necropolis)를 살펴보았다. 그곳에는 왕들의 계곡, 왕비들의 계곡, 장례와 제례를 위해 만든 집인 장제전(葬祭殿)이 있다. 그리고 아멘호텝 2세의 왕궁터가 있다. 이 중 우리는 왕들의 계곡에 있는 네 왕의 무덤에 들어가 본다. 투탕카문, 람세스 3세, 메렌프타, 람세스 9세의 왕릉이다. 이 중 투탕카문의 무덤에서 가장 많은 유물이 나와 현재 카이로에 있는 이집트 박물관에 전시되어 있다. 이들 유물을 우리는 24일 이집트 박물관에서 제대로 살펴볼 수 있었다.
그리고 왕비들의 계곡을 살펴보지는 못하고, 그 입구에 있는 하쳅수트(Hatshepsut) 왕비 장제전만 살펴볼 수 있었다. 하쳅수트는 투트모시스 2세의 부인이었으나 그가 죽자 왕이 된 여장부였다. 그녀는 22년간 통치하면서 18왕조를 번성시켰던 왕으로 유명하다. 왕비들의 계곡을 나오는 길에 발굴과 복원이 진행되고 있는 람세스 2세 장제전인 라메세움을 지나 멤논의 거상을 살펴보았다. 멤논의 거상은 아멘호텝 3세의 석상으로 두 기가 나란히 서 있다. 아멘호텝은 그리스어로 표현하면 아메노피스(Amenophis)가 된다. 멤논이라는 이름은 기원전 20년 이곳을 방문한 그리스 역사학자 스트라보(Strabo)에 의해 처음 붙여졌다.

▲ 카르나크 신전의 하쳅수트 오벨리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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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에 우리는 나일 동편에 있는 카르나크 신전과 룩소를 신전을 살펴보았다. 이 두 신전은 고대 이집트 문명의 신전 건축 중 백미다. 그것은 규모가 가장 크고 건축과 조각이 다양하며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카르나크 신전은 아문(Amun)신에게 바쳐진 신전이지만, 후대에 수많은 신전들이 증축되었다. 룩소르 신전은 나일강에 연해 위치하고 있어 크루즈선에서도 바라볼 수 있다. 룩소르 신전은 카르나크 신전과 마찬가지로 아문신에게 바쳐졌으며, 카르나크 신전에 비해 규모가 작아 소신전이라 불리기도 한다.
룩소르에서 우리는 3박4일간의 크루즈 여행을 마치고 국내선 비행기인 이집트 에어를 타고 카이로로 간다. 룩소르에서 카이로까지 거리는 500㎞ 정도로 1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오전 11시에 카이로에 도착한 우리는 점심을 먹고 오후에 이집트 박물관을 집중적으로 살펴보았다. 이집트 박물관은 고고학 박물관으로는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할 수 있다. 내부 사진을 찍을 수 없는 게 유감이었지만, 그 유물들 하나하나를 눈에 담을 수 있는 것만으로도 큰 복이었다.
이날이 1월 24일이었는데 이집트 주재 한국대사관 공보관으로부터 가급적 구시가지에 진입하는 걸 삼가달라는 연락이 왔다. 현대사를 전공한 강만길 전 고려대 교수는 타흐리르 광장으로 한 번 가보기를 원한다. 그러나 가이드가 2년 전 자신의 체험을 이야기하며 극구 말린다. 그러면서 이집트 박물관이 문을 닫지 않은 것만도 천만다행이라고 우리를 위로해 준다. 아쉽지만 우리는 돌아오는 길에 정수일 문명교류연구소장이 1950년대 공부했던 카이로 대학교를 잠깐 방문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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