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가수 최도은, 그가 들려준 '운동 가요사'

29일 저녁 창원 강연... "노동가요 대가 끊어지지 않게 투쟁해야"

등록 2013.01.30 09:13수정 2013.01.30 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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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회 때 "불나비"를 잘 불렀던 최도은(노동가수)씨. 기타를 메고 간혹 노래를 불러 가면서 노동자들 앞에서 "노동가요로 본 해방 이후 노동운동사"를 이야기 했다. 그는 강연 처음과 끝에 "노동가요의 대가 끊어지지 않도록 함께 투쟁"할 것을 강조했다.

"TV나 라디오에는 나오지 않지만, 우리사회 노동자의 삶 속에 늘 함께 해온 '노동가요'에 대한 이야기"를 한 것이다. 최도은씨는 29일 저녁 창원노동회관 강당에서 금속노조 경남지부 초청으로 강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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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가수 최도은씨는 29일 저녁 창원노동회관 강당에서 금속노조 경남지부 초청으로 "노동가요 이야기-노동가요로 본 해방 이후 노동운동사"에 대해 강연했다. ⓒ 윤성효


해방 이후 노동자의 삶을 담아냈던 노동가요를 간추렸다. 그는 "민중․노동가요도 대가 끊어질 수 있다"며 "해방이 노래"(김순남 곡, 1946년)와 "한라산"(작자미상)을 사례로 들었다.

경성제대 간호학부 음악강사였던 김순남은 해방기 많은 노동가요를 만들었지만, 1947년 미군정청의 검거령을 피해 월북하면서 역사 속에 묻힌 비운의 작곡가다. 1980년대 우리나라 방송가에서 이름을 날린 디제이(DJ) 김세원씨가 그의 외동 딸이다.

"노동자와 농민들은 힘을 다하여 놈들에게 빼앗겼던 토지와 공장, 정의의 손으로 탈환 하여라 제 놈들의 힘이야 그 무엇이랴"라는 가사로 된 노래를, 그는 기타를 치며 부르기도 했다.

제주 4․3항쟁을 다룬 "한라산"도 불렀다. 이 노래는 "유채꽃 노란 아우성 속에 핏빛 함성이 울고, 성산포 바위틈새엔 그대 외침 들려온다, 아 어찌 물러서랴 통일 조국통일 만세, 외치다 쓰러져간 잊지 못할 그대여"라는 가사다.

최씨는 "지금의 평화는 선배들이 목숨을 건 피울음에 바탕을 두고 있다. 그 때 만들어 불리어졌던 노동·민중가요가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50년대 상황을 설명하면서 '조선방직 노동자들의 투쟁'을 소개했다. 그는 "50년대 6·25전쟁으로 인해 노동조합 운동이 있었을까 싶지만, 부산을 중심으로 '조선방직' 투쟁이 있었다"고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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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가수 최도은씨는 29일 저녁 창원노동회관 강당에서 금속노조 경남지부 초청으로 "노동가요 이야기-노동가요로 본 해방 이후 노동운동사"에 대해 강연했다. ⓒ 윤성효


그는 "조선방직은 국내 방직물의 대부분을 생산한 공장으로 피난 시절에 6000여명의 노동자들이 일하는 큰 공장이었다"며 "이승만 대통령의 오른팔이었던 '강일매'가 낙하산 사장으로 내려왔고, 노동 탄압에 이어 여성노동자들의 보건을 위해 지급되던 '생리대'마저 지급하지 않으면서 여성노동자들은 1951년 12월부터 3개월간 파업 투쟁을 전개했다"고 설명했다.

6·25 때도 노동자들이 3개월간 파업투쟁했던 것이다. 당시 조선방직 노동자들의 투쟁이 계기가 되어 1953년 노동조합법, 노동위원회법, 노동쟁의조정법, 근로기준법이 제정되었다는 것. 요즘 부산에 있는 식당인 '조방낙지'(조선방직 노동자들이 즐겨 먹었던 낙지 음식)의 사진을 보여준 최도은씨는 "노동법이 하늘에서 갑자기 떨어진 게 아니다"고 말했다.

60년대 3·15와 4·19 상황을 설명한 최도은씨는 잊혀진 노래 "진달래"(한태근 곡)를 불렀다. 이 노래를 지은 이는 4․·9 때 어린 제자가 총칼에 죽어가는 상황을 보고 만들었던 것. 이 노래는 "눈이 부시네 저기 난만히 묏등 마다, 그날 쓰러져간 젊은 같은 꽃 사태가, 맺혔던 한이 터지듯 여울여울 붉었네"라는 가사로 되어 있다.

70년대 대표곡으로 "불나비"(작자미상)와 "아침이슬"(김민기 곡)을 소개했다. "아침이슬"은 음반 발표 후 가사가 불온하다는 이유로 불법 처리되었고, 김민기는 일체의 활동을 할 수 없었던 것.

최도은씨는 "김민기는 제대 이후에도 수사 기관에 끌려 다녔고, 창작 활동을 할 생각은 꿈도 꾸지 못했다. 그런데 1975년 '왜불러'를 불렀던 유명가수 송창식이 가사를 반말로 만들었다며 취조를 당하는 일이 일어났고, 이 사건을 계기로 송창식은 김민기를 몰래 불러 자신의 작업실에서 창작과 녹음을 할 수 있게 배려하였다. 이 때 만든 노래가 양희은을 통해 세상에 알려졌다"고 소개했다.

"불나비", 전태일 열사 정신 이어 받아 불려져

"불을 찾아 헤매는 불나비처럼 밤이면 밤마다 자유 그리워…"라는 가사로 된 "불나비"에 대해, 최도은씨는 "1970년대 후반부터 1980년대 초반에 만들어진 것으로 보인다. 지난 30년간 노동다의 투쟁에 함께 한 노래"라며 "누가 만들었는지 모르지만, 전태일 열사의 정신을 이어받아 민주노조 싸움을 치열하게 전개한 청계피복 노동자들의 투쟁 현장에서 불리어졌다고 한다"고 전했다.

80년대 노래로 "임을 위한 행진곡"(백기완 글, 김종률 곡)을 소개했다. 그러면서 그는 광주민주항쟁 때 죽었던, 당시 나이 7살의 '이창현'을 언급했다. 최도은씨는 "이창현은 냇가에 놀러갔다가 군인에 의해 죽었다. 아직 유골을 찾지 못했다. 국가가 시신을 돌려주지 않고 있다"며 "그가 지금 살아 있었다면 41살이다. 몇해전 그의 아버지가 아들의 시신을 찾지도 못하고 세상을 떴다. 누나가 살아 계신데, 빨리 시신을 찾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불씨"(한돌 글․곡, 1982년), "바위섬"(배창희 글․곡, 1985년), 바윗돌"(정오차 글․곡, 1981년)을 소개한 그는 "당시 국가가 광주의 아픔을 말하지 못하도록 하니까 광주 청년들이 노래로 만들었던 것"이라고 말했다.

"파업가"(1988년)를 만든 김호철씨와 그의 형인 김록호씨를 소개했다. 최도은씨는 "파업가는 1988년 5월 메이데이 행사를 준비하면서 작곡가 김호철이 만들었다"며 "가사가 갖고 있는 간결함으로 이 노래는 싸울 때 부르기 좋은 '투쟁가'의 대표곡으로 자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씨는 "동생은 음악으로 노동자의 영혼을 대변해 왔다면, 형은 노동자의 건강권을 위해 싸운 의사"라며 "1988년 6월 29일 당시 15살 어린 청년 '문송면'의 수은중독사건이 노동부에서 인정한 첫 번째 산재 사례다. 당시 김록호 선생을 비롯한 많은 분들의 헌신적인 투쟁에 의해 문송면은 산재로 인정받을 수 있었다. 산재 이정 나흘 뒤 그는 병마를 이기지 못하고 숨을 거두었다"고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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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가수 최도은씨는 29일 저녁 창원노동회관 강당에서 금속노조 경남지부 초청으로 "노동가요 이야기-노동가요로 본 해방 이후 노동운동사"에 대해 강연했다. ⓒ 윤성효


김호철씨는 현재 인터넷 방송 '노동의 소리'를 운영하고 있다. 김록호씨는 안기부 탄압을 피해 유학을 갔고, 1995년 하버드 의대에서 제정하는 '슈바이처 상'을 받았으며, 1996년 서울대 의대 내과교수로 초빙되기도 했다. '근골격계 질환'과 '공황장애' 등 산재투쟁을 진행했던 그는 현재 세계보건기구(WHO) 아시아 지역센터장으로 있다. 두 형제를 소개한 최도은씨는 "이런 이야기는 텔레비전 다큐멘터리로 나와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최도은씨는 "노란봉투"(주봉희 글, 백자 곡, 2003년. 아래 전문)를 불렀다. 부천에 살던 어느 해고 노동자가 전화상담 하면서 했던 말을 노래말로 만든 것이다. 최씨는 "지금은 너무 많은 비정규직"이라며 이 노래가 비정규직의 삶을 나타내고 있다고 했다.

"늦은 밤 집에 돌아 와 보니 야윈 아내 거칠은 손으로 / 편지가 왔노라고 내미는 노란봉투 / 온몸에 전율이 흐르는지 등줄기에선 식은땀이 흘러 / 조심히 뜯어본 노란 봉투 / "귀하는 파견법에 의거 해고되었음을 통보합니다" / 고개를 들어 천장을 보니 창백한 형광등 불빛 / 눈물이 흘러 가슴에 흘러 주먹이 불끈 떨리네 / 세상아 이 썪어빠진 세상아 맘 놓고 일할 권리마저 없는 / 세상아 이 미쳐버린 세상아 뒤집어엎을 세상아 / 병들어 누워계신 어머니 무슨 일이냐 물어 오시네 / 한구석 겁에 질린 딸아이 얼굴이 샛노래지네."
#최도은 #노동가수 #노동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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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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