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31일 오후 통의동 회의실에서 열린 전국 시도지사협의회 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인수위사진기자단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31일 오후 새누리당 경남지역 의원들과 오찬을 하며 또 '인사청문회 제도' 탓을 했다. 박 당선인은 "(현행 인사청문회는) 능력에 대한 검증보다 너무 신상털기에 집중하는 것 아니냐, 새롭게 제도가 마련돼야 한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날 강원지역 의원들과 오찬 때 했던 발언 취지와 똑같았다.
오히려 더 구체적인 '독려'도 이어졌다. 박 당선인은 "인사청문회가 시스템화돼서 신상에 대한 문제는 비공개 과정에서 검증하고 국회에서 공개적으로 검증할 때는 정책능력이나 업무능력만을 검증하면 좋겠다"며 "그런 제도보완을 이번 조각 때 하자는 것은 아니라 다음의 중간 개각에서라도 해야 한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처럼 박 당선인이 직접적으로 '인사청문회 제도개선' 요구를 한 사실이 알려지자, 새누리당은 즉각 작업에 착수했다. 이철우 원내대변인은 이날 오후 브리핑을 통해 "원내대표 산하에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인사청문회법 개정에 나서기로 했다"고 밝혔다.
앞서 이한구 원내대표는 사실상 '낙마' 상태인 이동흡 헌법재판소장 후보자를 두둔하며 "인사청문회는 고위공직자 후보자에 대해 공정하고 객관적인 검사를 하는 자리인데 우리는 공직후보자를 마치 범죄 피의자처럼 다루는 것 아니냐, 도살장 같은 인상을 준다"고 '인사청문회 제도 개선'을 주장한 바 있다.
새누리당이 인사청문회 제도를 손질할 뜻을 본격적으로 밝힌 가운데, 박 당선인과 새누리당 강원지역 의원들이 지난 30일 오찬에서 나눈 대화 중 '미국식 인사청문회'를 치켜세운 것이 주목받고 있다. 이들은 오찬 당시 "미국과 같은 경우, 공개된 장소에서는 정책 중심으로 (검증)하고 사적 부문은 프라이버시를 보장해주면서 진행하는 시스템 등으로 잘돼 있다"고 치켜세웠다.
즉, 우리나라도 인사청문회 제도를 손질해 정책이나 국정운영 능력에 초점을 맞추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는 주장이다.
미국도 도덕성·신상문제로 낙마 사례 수두룩... "야당 납득할 인사 내세워야" 그러나 박 당선인과 새누리당 일각에서 모범사례로 치켜세운 미국식 인사청문회가 오직 정책과 능력을 위주로만 후보 검증이 이뤄지는 것은 아니라는 지적이 나온다.
새누리당 정치쇄신특위 위원을 지낸 이상돈 중앙대 교수는 이날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통화에서 "미국에서도 인사청문회를 할 때 도덕성을 본다"고 꼬집었다.
이 교수는 "미국 인사청문회에서 도덕성 얘기가 우리나라보다 비교적 안 나온다고 느끼는 건 대부분 그렇지 않은 사람들이 인선되기 때문"이라며 "결국 야당도 납득할 만한 인선을 하면 해결될 문제"라고 꼬집었다. 즉, 제도 문제가 아니라, 인선된 후보가 문제의 본질이라는 얘기였다. 구체적인 사례도 열거했다.
"1993년 클린턴 행정부 당시 조 베어드 법무장관 내정자는 불법이민자를 가정부로 고용한 까닭 때문에 지명이 철회됐다. 1976년 카터 행정부 당시 데어도어 소렌스 CIA 국장 내정자는 한국전 당시 군복무 기피 등을 이유로 지명 철회됐다. 카터 대통령은 소렌스 국장 내정을 고집했지만 결국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이 교수가 든 사례 외에도 미국의 인사청문회에서 도덕성 및 개인적인 사유로 낙마한 사례는 더 많다. 2001년 부시 행정부의 노동부 장관으로 지명된 린다 차베스 노동부 장관도 불법 체류자를 가정부로 고용했던 일로 중도하차했고 2004년 국토안보부 장관에 지명됐던 버나드 케릭도 같은 이유로 자진사퇴했다.
미 상원 민주당 원내총무를 지낸 톰 대슐은 2008년 12월 오바마 대통령으로부터 보건복지부 장관으로 내정됐지만 2005년부터 2007년까지 운전기사를 고용하면서 세금신고를 안 한 사실이 드러나 자진 사퇴했다. 빌 리처드슨 뉴멕시코 주지사는 지난 2009년 1월 상무장관으로 내정됐다가 자신과 지역구 기업체의 유착관계에 대한 조사가 시작되자 물러났다.
심지어 '과음'으로 인준을 받지 못하는 각료도 있었다. 1989년 존 타워 국방장관 후보는 술을 너무 과하게 마시고 여자를 너무 좋아한다는 이유로 미 상원으로부터 인준을 거부 당했다. 술과 여자 문제로 범죄를 저지르지도 않았는데도 도덕성을 문제삼아 인준을 부결시킨 것이다.
"인사청문회 처음 도입한 건 우리 당"... 당내서도 '남탓'에 쓴소리결국, 미국에서도 인사청문회 과정 전부터 후보자의 도덕성 문제를 엄격하게 다루고 있는 셈이다. 무엇보다 새누리당 내에서도 인사청문회 제도개선이 아닌 사전검증부터 철저히 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조해진 새누리당 의원은 이날 오전 YTN라디오 <출발 새아침>에 출연, "인사청문회를 처음 도입한 게 우리 한나라당(현 새누리당)이었고 우리가 야당일 때는 더 한 것도 했다"며 박 당선인의 인사청문회 제도 '탓'에 일침을 가했다.
그는 "당선인께서 우리 당에 있을 때 정부를 엄격하게 검증하고 인사를 올렸던 그런 잣대가 있지 않나"며 "당선되고 대통령이 됐을 때 그 초심을 그대로 가져가는 것이 더 좋다"고 말했다. 이어, "그런 마음으로 인사를 하고 검증에 대비하고 야당의 비판을 수용하는 것이 더 건강하고 더 잘 될 수 있는 길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더불어, "(박 당선인이 인사스타일을) 바꾸셔야 한다, 이런 일이 다시 발생하면 국정운영이 굉장히 어려워질 수 있다"며 "검증 전문가들로 팀을 구성하고 정부 각계로부터 풍부한 인사 자료를 받아서 제대로 검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성태 새누리당 의원도 이날 오전 TBS라디오 <열린아침 송정애입니다>에 출연, "청문회 시스템에 대해서 비판할 필요도 없다고 보고 있다"고 선을 그었다.
특히, 그는 "미국에서 각료나 정부 주요 요직 관계자들을 인사청문회 할 때도 공적 시스템을 갖고 대다수의 사전 검증이 이뤄진다"며 "반면 저희들은 사전검증 시스템이 공론화되지 않아서 청문회 때 모든 걸 다해야 하니 불필요하게 사생활이나 자녀들의 인격문제까지 야기될 수 있는 가혹한 청문회의 모습이 일부 비춰지는 것"이라고 사전 검증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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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5월 입사. 사회부·현안이슈팀·기획취재팀·기동팀·정치부를 거쳤습니다. 지금은 서울시의 소식을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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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뜻대로 미국식 청문회? 과음으로도 낙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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