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황우여 대표가 23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나고 있다.
남소연
그러나 박 당선인이 지금에 와서 이 후보자의 거취를 결정짓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앞서 청와대는 이 후보자의 거취에 대해 "대통령직 인수위와 새누리당이 결단내려야 할 사안"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이에 인수위와 새누리당은 "지명권자인 이명박 대통령이 알아서 해야 할 문제"라고 밝혔다. 이처럼 '폭탄 돌리기'를 하듯 서로 책임을 미루던 중 청와대에서는 다른 후보자를 추천했지만 박 당선인이 이 후보자를 '낙점'했다는 보도까지 나왔다.
이런 상황에서 박 당선인이 이 후보자의 거취에 대해 직접 나선다면 결국 이 후보자 지명에 대한 책임은 그에게만 쏠리게 된다. 하지만 국회에서 이 후보자에 대한 임명동의안을 표결 처리한다면 박 당선인은 골치 아픈 숙제를 손 안 대고 풀게 된다.
사실 새누리당도 인사청문회 보고서 채택 무산 이후 이 후보자의 자진사퇴를 촉구해왔다. 이날 표결 처리를 주장한 황우여 당대표조차 "(특정업무경비를) 콩나물 사는 데 쓰면 안 되지"라고 이 후보자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밝힌 바 있다.
당 지도부가 입장을 바꿔 임명동의안 통과를 주문하더라도 당력이 모일지 의문이다. 지난달 23일 열린 의원총회에서 반대의견이 속출했기 때문이다. 당시 황영철 의원은 의총 직후 기자들과 만나, "본회의 표결로 갈 경우 새누리당에서 반대표가 나올 가능성이 상당히 크다"고 전하기도 했다.
결국, 이 후보자에 대한 임명동의안의 통과 여부와 관계없이 '집권여당' 새누리당이 당선인의 부담을 덜기 위해 '폭발물 처리반'을 자처한 것으로 밖에 볼 수 없다.
"이동흡 포기한 건 새누리당, 직언할 번지수 잘못 찾고 있다"이에 대해 민주통합당은 4일 "황우여 대표가 직언할 번지수를 잘못 찾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언주 원내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을 통해 "청와대에서 다른 분을 밀었으나 박 당선인이 이동흡 후보자를 선택했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2주째 이어지고 있는 헌재소장 공백사태의 책임은 명백히 이 후보자를 선택한 박 당선인에게 있는 것"이라며 "이 후보자 본인이 자진사퇴 의사를 밝히지 않는다면 박 당선인이 청와대와 협의해 지명철회해야 할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또 "(임명동의안을) 표결하자는 황 대표의 주장이 이 후보자와 박 당선인을 더 고통스럽게 만드는 일임을 아셔야 한다"며 "국회 표결을 주장할 때가 아니라, 지금은 박 당선인께 지명철회를 직언해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김재연 통합진보당 원내대변인도 이날 논평을 통해 "애초에 청문회 보고서 작성에 소극적인 태도로 나와 이 후보자를 사실상 포기한 건 새누리당이었다"며 "이미 국민들 속에서 '낙마'한 상태인 이 후보자를 소생시키려는 새누리당의 노력이 눈물겹다"고 꼬집었다.
그는 이어, "헌재소장은커녕 사법처리 대상이나 마찬가지인 이 후보자가 사퇴하는 것 외에는 답이 없다는 것을 새누리당은 명심해야 할 것"이라며 "이 후보자 지명에 동의한 박 당선인이 분명한 입장을 밝혀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지안 진보정의당 부대변인은 "황우여 대표는 이 후보자가 사실상 낙마했다는 사실을 잊으신 모양"이라며 "상황이 이쯤 됐으니 이명박 정부에 이동흡 후보자의 헌재소장 지명철회를 권고한다, 이것이 헌재소장 공백 장기화를 막고, 박근혜 새 정부의 부담을 덜어주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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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5월 입사. 사회부·현안이슈팀·기획취재팀·기동팀·정치부를 거쳤습니다. 지금은 서울시의 소식을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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