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한국사회에서 정의란 무엇인가' 토론회에서 표창원 전 경찰대 교수는 "한국사회는 옳고 그름, 정의가 가치 판단의 기준이 아니다"며 "나에게 이익이 되느냐, 우리 집단에 피해가 되느냐로 판단하는 사회"라고 꼬집었다.
강민수
"미국 법무부 청사 외벽에는 '오직 정의만이 사회를 지탱한다'(Justice Alone Sustains Society)라는 문구가 새겨져 있다. 풀어서 이해하면 정의가 흔들리면 곧 사회가 무너진다는 뜻이다. 경제, 교육, 문화를 버리더라도 정의만큼은 끝까지 지탱해야 한다는 것이다."한 보수주의자의 정의론에 민주통합당 의원들이 귀를 쫑긋 세웠다. 누구보다 정의를 앞세우는 국회의원에게 2013년, 대한민국의 정의를 진단한 그는 바로 표창원(48) 전 경찰대 교수다. '정의는 강자의 것', '힘이 곧 정의'라고 사람들이 말할 때, 그는 "말할 때마다 가슴 떨리는 것"이라고 정의를 설명했다.
그는 민주통합당 초·재선 의원 모임 '주춧돌'이 6일 오후 서울 여의도 의원회관에서 연 토론회에서 '한국사회에서 정의란 무엇인가?'라는 주제로 자신의 정의론을 펼쳤다. 합리적 보수주의자로 알려진 그는 지난해 12월, 국정원 직원의 불법 정치개입 의혹과 관련해 경찰 수사를 비판하다 경찰대 교수직에서 물러난 바 있다.
토론회에는 주춧돌 모임의 전순옥·김상희·박수현·신장용·이용섭·신경민·강기정·민병두·은수미·김태년·홍익표·최민희·김현미·박완주·김성주·유은혜 의원 등이 참석했다.
2012년 대선은 정의 대 정의의 대결... "절차적 문제 있었다"그는 2012년 대선 결과와 관련해 "정의가 패했다"는 문재인 전 민주당 대선후보 지지자들의 주장을 반박했다.
"반대 편에서는 정의가 승리했다, 이제 정의가 힘을 펼 때라고 말하죠. 내 생각에는 정의와 불의의 싸움이 아니라 정의와 정의의 싸움이었다. 안보와 경제성장을 중시하는 정의와 민주주의·인권·복지를 중시하는 정의의 싸움이었다." 그는 결과에 승복하는 게 문명 사회의 도리라고 밝혔다. 하지만 그는 대선 과정에서 절차적 정의에서 문제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바로 국정원 직원의 불법 정치개입 의혹 때문이다.
지난해 12월, 대선을 일주일 앞두고 국정원 직원 김아무개씨가 자신의 오피스텔에서 문재인 후보를 비방하는 댓글을 달았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그 후 경찰 수사결과 김아무개씨는 정치·사회와 관련된 90여 개의 글을 직접 게시한 사실이 확인됐다.
그는 국정원 정치 개입 의혹 사건을 미국의 워터게이트 사건에 비유했다. 워터게이트 사건은 1972년 6월 닉슨 대통령의 재선을 노리던 공화당이 워터게이트빌딩의 민주당 선거 캠프에 도청장치를 설치하려다 발각된 사건이다. 이후, 닉슨 대통령은 재선했지만 워터게이트의 진실이 알려지면서 대통령직을 사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