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 중증질환 공약' 말바꾸기, 관심이 필요한 이유

등록 2013.02.07 12:06수정 2013.02.07 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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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 중증질환 진료비 전액 국가부담'
<새누리의 진단>
- 우리나라 건강보험은…(중략)… 특히 중증질환은 환자가 전액 부담해야하는 건강보험 비급여가 많아 환자의 진료비 부담 심각
<새누리의 약속>
- 4대 중증질환(암, 심장, 뇌혈관, 희귀난치성질환)에 대해총 진료비(건강보험이 적용되는 진료비와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비급여 진료비를 모두 포함)를 건강보험으로 급여 추진
<새누리의 실천>
- 현재 75% 수준인 4대 중증질환의 보장률(비급여부문 포함)을 단계적으로(2013년 85%, 2014년 90%, 2015년 95%, 2016년 100%)로 확대

* 출처: 18대 대통령선거 새누리당 정책공약 '세상을 바꾸는 약속 책임 있는 변화', 59page

얼마 전 정몽준 새누리당 의원이 이야기 한 것처럼 이제는 박근혜 당선인과 인수위가 본격적으로 선거모드에서 국정모드로 전환하여 '출구전략'을 세우고 있는 모양이다.

4대 중증질환 보장 확대에 대해 실현 가능성이 떨어진다는 새누리당의 자제 요청에 여론이 들끓고 일어나자 국민과의 약속은 지켜야 한다며 한 발 물러섰던 인수위가 이제는 그런 약속을 한 적이 없단다. 인수위 대변인까지 나서서 "대선 공약에서 전혀 달라진 것이 없는데, 언론이 달라진 것처럼 쓰고 있다"라고 이야기 하며 장두노미(藏頭露尾)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사실 새누리당과 박근혜 대표의 공약은 그 출발부터가 잘못됐다고 보는 것이 맞다. 비급여부분이 상대적으로 자료가 부족하고 변이가 심한 것은 사실이지만, 4대 중증질환에 한정된 비급여 진료비의 규모를 그것도 쟁쟁한 의원들로만 구성된 선대위에서 파악하지 못했던 것은 상식에 어긋나는 일이다. 오히려 제대로 파악하고자 하는 의지가 없었다고 볼 수 있다.

실재로 이 정책의 소요 예산이 선거 당시 박근혜 당선인 측에서 추산한 1조 5천억 원과는 비교할 수 없이 큰 22조로다. 추산한 곳도 총리실 산하의 국책연구기관이어서 수 년여 간 대통령 선거를 준비한 박근혜 당선인, 혹은 선대위의 의지만 있었다면 제대로 된 추산을 수행할 수 있었다는 사실이 여실히 드러난다.

보장율은 산출하는 기관마다 방법과 수치에 차이가 있어 논란이 있지만 공약집에서는 4대 중증질환의 현재 보장율을 75%로 제시하고 있고 2016년까지 100%로 확대하는 것을 실천과제로 삼고 있다. 특히 2013년의 목표를 85%로 제시하고 있어 정책 시행 첫 년도에 대규모의 재원 투입이 있어야 함을 시사한다. 따라서 강력한 정책실현 의지를 갖고도 실현하기 힘든 과제에 대한 태도가 정부 출범 이전부터 발뺌하는 자세를 보인다면 정책의 실현 여부는 더 이상 예측할 만한 가치도 없다.


유교의 대표 경전이자 사서(史書)의 하나로 널리 알려진 논어(論語)의 학이제일(學而第一)편에 이런 구절이 나온다.

'有子曰. 信近於義, 言可復也. 恭近於禮, 遠恥辱也. 因不失其親, 亦可宗也.'
 유자왈. 신근어의, 언가복야. 공근어례, 원치욕야. 인불실기친, 역가종야
유자가 이르기를, 약속이 의로움에 가까우면 말을 실천할 수 있으며 공손함이 예에 가까우면 부끄러움과 욕됨을 멀리할 수 있다. 그렇게 하여 그 친함을 잃지 않으면 존경받을 수 있다.


다분히 개인적인 해석으로 인식될 수 있을지 모르지만 이에 비추어 보면 '4대 중증질환 진료비 전액 국가부담'이라는 공약은 '의로운 약속'과는 거리가 먼 선거용 약속으로 '실천할 수 없는 말'로 보인다.

'4대 중증질환 진료비 전액 국가부담'은 선거의 전면에 나섰던 공약이니만큼 언론의 집중적인 주목을 받고 있지만 같은 카테고리로 분류되어 있고 재원의 규모와 관련 입법 추진 시기 등이 '4대 중증질환 진료비 전액 국가부담'과 비슷하게 난해한 기초노령연금에 대한 공약 등은 산적한 대통령의 공약 중 하나이다. 정부 출범 초기는 향후 5년을 좌우하는 중요한 시기라는 점에서 지금 무엇보다 필요한 것은 국민의 관심이다.

고전을 인용한 바에 하나 더 인용해 보자. '거중기' 등으로 널리 알려진 그리고 저자보다 더 잘 알려진 다산 정약용 선생의 '목민심서(牧民心書)에는 '官所以不明者 民工於謨身 不以 犯官也 如汝者 官當以千金買之也'(관소이불명자 민공어모신 불이막범관야: 관이 현명해지지 못하게 되는 까닭은 민이 제 몸을 꾀하는 데에만 재간을 부리고 관에게 항의하지 않기 때문이다) 하는 구절이 있다. 결국 정치나 정책이 실패하는 것에는 국민의 책임도 있다는 이야기이다.

과거와는 다르게 SNS와 같은 새로운 매체들을 통한 국민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지만 우리는 더 강한 목소리에 억눌려 이전 정권의 '4대강 사업'과 같은 악한 정책을 막아내는 것에는 실패했다. 리더십이 독재로 변질되지 않게 하는 것, 그래서 약속을 지키고 잘못된 정책을 펼치지 못하게 하는 것은 결국 국민들에게 달려있다. '4대 중증질환 진료비 전액 국가부담' 정책이 절대 '4대강 사업'처럼 혹평을 받는 일이 일어나지 않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4대 중증질환 #인수위원회 #박근혜 #공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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