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에게 스마트폰을 사주지 않는 이유

초등생 38% 스마트폰 없으면 안절부절

등록 2013.02.09 15:55수정 2013.02.09 1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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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나도 '스마트폰' 갖고 싶어요."
"왜 갖고 싶은데?"
"친구들이 다 갖고 있어요. 나만 없으니까…"



아직 우리 아이들은 스마트폰이 없습니다. 아니 피처폰도 없습니다. 즉 휴대전화가 없습니다. 새학기가 되면 중3, 중2, 초등 6학년이 됩니다. 막둥이는 스마트폰이 갖고 싶다고 틈날 때마다 조르지만 아직 사줄 생각이 없습니다. 다만 큰 아이가 3학년이 되면 피처폰은 생각 중 입니다. 요즘 같은 세상에 아이들에게 휴대전화를 사주지 않는 것은 너무 과하다 생각하는 이들도 있겠지만, 스마트폰이 아이들 정신 건강에 좋지 않는 것은 분명합니다.

초등학생 38%가 스마트폰이 없으면 안절부절하다는 조사결과가 나왔습니다. <동아일보>는, 김용찬 연세대 교수(언론홍보영상학부)와 유흥식 중앙대 교수(신문방송학과) 그리고 한국언론학회와 여성가족부가 7일 공동 주최한 '청소년의 건강한 스마트폰 이용 문화 조성을 위한 토론회'에서 초등학교 4학년부터 중학교 3학년까지 6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지난해 스마트폰 사용률은 중학생 92.5%, 초등학생 72.7%로 전체 평균 82.8%를 보였다고 보도했습니다.

이같은 비율은 2011년 청소년 스마트폰 사용률이 40%대였다는 다른 조사들과 비교하면 1년 새 2배 가량 늘어난 것입니다. 사용시간 역시 주중 평균 약 2시간 40분, 주말 평균 약 3시간 20분을 사용했습니다. 특히 38.2%(초등학생 26%, 중학생 43%)는 '스마트폰이 없으면 안절부절못하고 초조해진다'고, 47.0%(초등학생 40%, 중학생 54%)는 '스마트폰 사용이 습관처럼 됐다'고 답했다고 <동아일보>는 전했습니다.

놀랍습니다. 어쩌면 조사결과보다 더 심각할 수 있습니다. 길을 걷다보면 스마트폰으로 카톡을 하거나, 검색, 인터넷을 하는 학생들을 자주 봅니다. 차에 부딪히는 경우도 있습니다. 시내버스 안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자리에 앉는 순간 스마트폰부터 켭니다. 그리고 내릴 때까지 뚫어지게 스마트폰만 사용합니다. 심지어 카페나 식당에서 친구들을 만나 밥을 먹고 커피를 마시면서도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아니라 스마트폰으로 무언가를 합니다. 대화가 없습니다.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면서 얼굴을 맞주보고 대화하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얼굴을 보면서 이야기를 해야 사람답게 사는 길입니다. 물론 스마트폰으로 대화를 할 수 있습니다. 카톡을 통해서도 이야기를 나눌 수 있습니다. 하지만 같은 자리 앉아 기기를 통해 대화하는 것은 사람냄새가 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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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 없이 어떻게 살아가느냐는 이들이 있지만, 불편함을 전혀 느끼지 못한다. ⓒ 김동수


저도 아직 피처폰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요즘은 피처폰보다 스마트폰 세대입니다. 스마트폰없이 어떻게 살아가느냐고 따져묻는 이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불편함은 전혀 없습니다. 사람들과 대화할 수 있고, 전할 것 다 전하고, 나눌 것 다 나눕니다. 오히려 스마트폰에 매여 사는 것보다 더 자유롭습니다. 삐삐가 처음 나왔을 때 '개 목걸이'라는 말이 있었습니다. 요즘 스마트폰이 족쇄입니다. 가장 많이 뛰어놀아야 할 때인 초등학생들이 스마트폰 없으면 안절부절하다는 것은 비극입니다. 공부 족쇄살이를 넘어 이제는 스마트폰 족쇄살이를 하고 있습니다.

"아빠는 우리는 언제쯤 사 주실거예요?"
"아직은 멀었어."
"그럼 휴대전화는?"

"조금 더 기다려."
"나도 휴대전화는 갖고 싶어요. 우리 반에 휴대전화 없는 사람은 나밖에 없어요."
"그래 휴대전화 없다고 불편한 것 있니?"
"없어요."
"오히려 휴대전화 없으니까 아빠하고 더 많이 이야기하고, 놀잖아. 스마트폰이 있으면 아빠하고 이야기도 안하는 아이들이 많아."


할머니 집에 오면 숙모가 이전에 썼던 스마트폰이 있습니다. 한 번 손에 잡으면 놓치를 않습니다. 아빠 목소리가 커지면 그제사 놓습니다. 우리 아이들도 스마트폰을 손에 잡는 순간 다른 아이들처럼 대화는 단절될 것입니다.

"막둥아 나도 너에게 스마트폰 사주고 싶어 하지만 네게 사면 아빠와 엄마 그리고 형아와 누나 보다는 스마트폰을 더 좋아할 수 있어."
"나는 아니예요."
"아냐. 어른들도 스마트폰에 한 번 빠지면 헤어나올 수가 없어. 어린이인 막둥이는 더 헤어나올 수가 없어."
"그래도...."
"할머니 집에서 숙모가 썼던 스마트폰 손에 들면 시간 가는 줄 모르지."
"응."
"바로 그거야. 한 번 잡으면 시간 가는 줄 몰라. 아빠도 비슷할 거야. 아빠도 스마트폰 잡으면 시간 가는 줄 모를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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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을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한 스마트폰. 하지만 조금은 멀리하는 것도 필요하다 ⓒ 김동수


아이들과 짧은 대화라도 하려면 디지털 기기 하나라도 집에 덜 두어야 합니다. 디지털 기기가 많으면 많을수록 가족간의 대화는 줄어들 것입니다. 2013년을 살아가는데 스마트폰은 필요합니다. 없으면 불편합니다. 하지만 없어도 살아갈 수 있습니다. 피처폰으로 살아가고 있는 저를 보면 알 수 있습니다. 설날입니다. 스마트폰을 잠시 손에 내려놓고, 오래만에 만난 가족들과 함께 얼굴을 맞대고 사람사는 이야기를 나누기를 바랍니다.
#스마트폰 #피처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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