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전인 1월초 카톡에서 나눴던 가족채팅 대화 내용. 펜션에서 설을 보내자는 안건에 한뿌리인 형제.자매는 집에서 하자는 의견이 주를 이뤘고, 시집온 형수.제수씨는 밖에서 하자는 의견으로 엇갈렸다.
심명남
펜션에서 설을 맞이한 우리 가족은 졸지에 콩가루 집안으로 오해를 받았다. 하지만 펜션에서 명절을 보내게 된 이유는 어머님의 제안에서 비롯되었다. 7남매를 둔 어머니는 명절 때만 되면 늘 마음의 짐을 안고 사는 눈치다. 20여 년 전 아버님이 돌아가시고 섬에서 이사를 나온 어머니는 홀로 7남매를 다 시집, 장가 보내고 섬과 어머니 집 그리고 자식 집을 오가며 지내신다.
해마다 큰형님 집에서 명절을 보내온 터라 형수님께 많이 미안하신 눈치가 역력했다. 이런 이유로 어머니의 부담을 덜어드리기 위해 형제들은 각자 집에서 돌아가면서 명절을 보내자는 의견도 여러 차례 나왔다. 허나 다짐뿐 실행에 옮기기는 쉽지 않았다. 그래서인지 어머님은 이번 명절은 꼭 펜션에서 보내자고 총무인 막내에게 털어놨다.
어머니에게 따라다니는 수식어가 있다. 바로 복딩이(복덩이의 전라도 사투리)다. 동네 사람들은 어머니에게 "7남매 자식들 시집. 장가 다 보냈지, 손자들도 주렁주렁하지 아직까지 속을 썩이는 자식들이 없지 자네는 진짜 복딩이여"라며 부러워한다. 하지만 어머니는 늘 우리에게 "자식들 못 가르친 것이 한이다"며 미안해 하신다.
내년이면 칠순을 맞이하는 어머니의 펜션 제안에 재미있는 반응이 나왔다. 주로 같은 뿌리인 형제·자매는 집에서 하자는 의견이 주를 이뤘고, 시집 온 형수·제수씨는 밖에서 하자는 의견으로 갈렸다. 한 달 전인 1월 초 카톡에서 나눴던 가족채팅 대화 내용이다.
여동생 : 오늘은 뭐야?막내 : 이번 설은 어머니가 펜션에서 보내자는데 다들 어떠세요?형제3 : 난 반대다. 이 많은 식구들이 어떻게...형제4 : 명절은 집에서 보내는 것이 최고징.여동생 : 펜션은 무리인 듯... 올 설에 내려 가볼라 했드만 무리인가?"아내 : 고정관념을 버리세요."형수님 : 펜션 갈 수 있음 가요."제수씨 : 저도 펜션 한표용^^~"형제2 : 그래도 내려와야지. 그럼 전망 좋은 곳 있음 알아봐라.펜션서 맞은 명절... "설날 아닌 여행 온 기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