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 '연금법' 담긴 냄비, 벌써 식었나

새 정부에 관심 쏠리며 국회 쇄신 문제는 뒷전

등록 2013.02.13 17:40수정 2013.02.13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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냄비는 뜨겁게 끓어오르다가도 열이 끊기면 금방 식는다. 흔히 한국인들을 냄비에 비유하는 것도 어떤 사건에 대해 폭발적인 관심을 보이다가도 시간이 지나면 금세 잊어버리는 습성 때문이다. 정치 분야만 놓고 봐도 이 같은 특성은 잘 나타난다.

2010년 2월 국회의원 연금법(대한민국 헌정회 육성법)이 권력자들의 특권을 강화하기 위해 개정되었을 당시에는 국민 누구도 목소리를 내지 않았다. 그리고 6개월이 지난 후 이슈가 되며 한 차례 연금법에 대해 온 나라가 들썩였다. 하지만 뜨겁게 달아오른 국민의 관심은 2-3주 지나며 식어버렸다.

그 후 2년 넘게 65세 이상이 넘는 전직 국회의원들은 월 120만 원이라는 금액이 통장에 꼬박꼬박 입금되었다. 그 중에는 국회의원이라 부르기 아까울 정도로 문제있는 인물들도 포함되었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각종 비리로 구속이 됐어도 형 집행이 끝난 의원들은 연금을 받을 수 있는, 상식적으로 생각하기 어려운 법안 때문이다.

2년이란 시간 동안 식어있던 냄비는 2013년 1월 초 연금법이 포함된 예산안 통과가 다시 이슈가 되며 끓기 시작한다. 이미 이십년 넘게 집행된 법안이지만 처음 알았다는 국민들도 상당 수였다. 기회를 틈타 확인되지 않은 잘못된 정보들이 추가되어 SNS와 카카오톡에서는 국회의원 연금법 자체가 통과된 것 마냥 소문이 돌기도 했다.

이러한 부분에 대해 여야의원들은 뻔뻔하기 짝이 없게도 예산안만 통과되었을 뿐이라고 반박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미 연금법이 20년이 넘게 진행되는 동안 아무런 문제 삼지 않았으면서 말이다. 한 술 더떠 여야는 무엇이 급했는지 1월 임시국회에서 연금법 폐지와 국회 쇄신을 할 것이라 외쳤다.

그리고 정확히 2주가 지나 다시 냄비는 식었다. 아니 국민들은 또 한 번 그들을 믿었다. 국민을 분노하게 만들었던 연금법과 국회의원들의 각종 특권들을 이번에는 개선 할 것으로 믿었다. 하지만 2013년 1월 대한민국에 국회란 없었다.

헌법재판소장 이동흡 후보자에 이어 김용준 총리 후보자 문제에 대한 내용이 담긴 새 냄비가 끓더니 국회의원 연금법에 대한 관심은 저 멀리 떠났다. 국회 쇄신을 외치던 여야도 연금법을 보도하던 언론도 새 정부의 인사 문제에 흠뻑 빠졌다. 자신들이 내뱉었던 쇄신을 비롯한 국민 생활과 직결된 법안들은 가득히 쌓아두고 새 정부를 중간에 끼고 다시 힘겨루기에 들어갔다.


어느새 2월은 설 명절이 끼면서 절반이 지났다. 하지만 1월 초 이야기 된 연금법 폐지와 국회 쇄신에 관한 이야기는 언급이 없다. 이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도 차갑게 식었다. 대신 정홍원 총리 후보자의 인사청문회를 비롯한 새 정부 취임식에 눈과 귀는 집중되고 있다.

상황을 보면 2010년 잠시 뜨겁게 데워졌다 2년간 식었던 냄비처럼 국회의원 연금법을 비롯한 국회 쇄신에 대한 국민의 관심이 떠난 것 같아 몹시 씁쓸하기만 하다. 꼭 바뀌어야 할 것이라 목소리 외쳤던 한 달 전 국민들의 외침은 어디로 사라졌을까?


냄비는 금방 식기도 하지만 빠르게 끓는 큰 장점이 있다. 그것은 한국사회를 발전시킨 하나의 원동력이 되었다. 지금은 새 정부 뿐 아니라 정치의 근본이 되는 국회를 변화시키기 위한 국민과 언론의 관심과 감시가 필요한 때이다. 그리고 변화가 이루어지는 그 순간까지 냄비가 타오르길 바란다.
#국회의원연금법 #국회쇄신 #냄비근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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