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쉬카르 풍경왼쪽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염소뿔위에 색깔을 칠해서 소유주를 표하는 것 같고 오른쪽은 동네소들이 해바라기를 하고 있는듯, 트럭에도 그림을 그리고 장식을 해서 인도인들의 손재주를 보여주는 것 같고 골목에 있는 교복파는집
송진숙
우리가 탄 버스는 침대버스로, 2인석과 1인석이 있었는데 우리 자리는 2인석 자리였다. 그러나 문제는 옆자리로 배정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배낭 넣어놓고 쉬고 싶은데 자리가 떨어져 있어서 난감했다. 딸이나 내 옆에 오는 사람이 남자면 어떻게 하지? 설마 침대버스인데 모르는 남녀를 2인석에 배정하진 않았겠지? 여자겠지? 체격 좋은 서양여자? 온갖 상상의 나래를 펴며 불안해했다.
바꾸려 해도 딸이나 내 옆의 사람이 타질 않았다. 기사에게는 물어봐도 영어를 못 알아들어서 대화가 안 된다. 할 수 없이 1층에 앉아 있는데 호감 가는 여인이 말을 건다. 자신은 타이에서 왔는데 다음 날 타이로 돌아간다며 우리보고 어디에서 왔는냐고 물었다. 우린 방콕에서 환승했다는 얘기, 방콕 음식을 먹어보고 싶다는 얘기 등 비교적 많은 대화를 나눴다.
우리를 배려해 천천히 말해주었기 때문인지 발음도 비교적 알아듣기가 쉬웠다. 그녀도 현지인이 아닌 우리를 만나서 얘기하는 것이 즐거워보였다. 그녀는 우리의 관계를 물었다. 모녀지간이라 했더니 굉장히 놀라워했다. 그녀의 어머니는 나이가 많아서 패키지 여행정도만 할 수 있다고 했다. 그래서 자유롭게 배낭여행하는 우리 모녀를 특히 부러워하는 것 같았다.
즐겁게 대화를 하던 중 차장이 와서 우리 표를 보더니 2인석은 따로따로는 예매가 불가능하고 자리번호가 잘못 쓰인 것 같다며 맨 뒷자리 2층 자리라고 알려준다. 뒷자리는 좀 좁고 멀미도 날 것 같아서 앞자리로 바꿔줄 수 없냐고 물었더니 그럴 수는 없단다.
붙어 있는 자리인 것만 해도 다행이라 생각하고 2층으로 올라갔다. 배낭 놓고 짐을 정리하니 누울 만은 했다. 어디선가 황소바람이 들어오길래 창문을 봤더니 손가락이 들어갈 만한 구멍 두 개가 나 있었다. 휴지를 찾아서 돌돌 말아 끼우니 훨씬 덜했다. 침낭 속으로 들어가 잠을 청했다.
갑자기 몸이 붕 떴다. 사고가 난 줄 알고 놀랐다. 노면상태 때문인 듯하다. 어렸을 땐 버스가 덜컹거리면 오히려 신나했지만 중년이 된 나는 힘들고 멀미가 날 뿐이었다. 자리가 좁아서 이리저리 구르진 않았지만 위아래로 15센티미터 이상은 뛰는 것 같았다. 마치 롤러코스터를 타는 것 같았다. 누워 있으니 어떻게 조절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밤새 앉아서 갈 수도 없었다. 10시간을 가야 목적지인 델리에 도착한다. 한 숨도 잘 수가 없었다. 밤새 누운 채로 춤을 추었다.10시간을 버스와 함께!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감수성과 감동은 늙지 않는다"라는 말을 신조로 삼으며 오늘도 즐겁게 살아가고 있습니다. 익숙함이 주는 편안함에 주저앉지 않고 새로움이 주는 설레임을 추구하고 무디어지지 않으려 노력합니다.
공유하기
밤새 누운 채로 춤을... 그저 멀미가 날 뿐이고!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
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