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하익 작가의 신작 <선암여고 탐정단, 방과 후의 미스터리>
황금가지
"4년제 대학 교수요.""네 꿈이야? 부모한테 이식받은 거야?"- <선암여고 탐정단 : 방과 후의 미스터리> 중수많은 학생들이 오늘도 열심히 등교하여 공부하지만, 정작 공부의 목적에 대해 생각해본 학생은 얼마나 될까? 더 좋은 고등학교, 더 이름난 대학을 가기 위해 잠을 줄이고, 부모가 이식한 꿈을 마치 장래희망으로 생각하며 살아갈 뿐이다. 이런 현실에서 '교육'은 기실 '사육'과 크게 다를 바가 없다.
<종료되었습니다>에 이어 박하익 작가가 들고 온 두 번째 장편소설은 <학교 2013>의 여운을 달래주기에 충분한 <선암여고 탐정단, 방과 후의 미스터리(이하 선암여고 탐정단)>이다. 제목에서 나타나듯 이 소설은 선암여고 탐정단 학생들이 학교 내에서 발생하는 미스터리를 풀어가는 일종의 추리소설이다.
외고 입시에서 떨어져 일반계 고등학교로 진학한 안채율은 어느 날 등교 길에 '무는 남자'라 불리는 신종 변태에게 손목을 물리고, 이 일이 계기가 돼 선암여고 탐정단에 가입하게 된다. 탐정단 아이들은 '무는 남자'의 정체를 밝히는 것부터 시작하여 피해자와 가해자의 진술이 엇갈리는 왕따 사건의 진실을 파헤치고, 심지어 총격사건에 휘말리기도 한다.
개성 넘치는 탐정단 아이들의 캐릭터는 갓 잡아 올린 물고기처럼 '파닥파닥' 살아 숨쉬고, 전편 <종료되었습니다>에서는 볼 수 없었던 박하익 작가의 유머도 적재적소에서 빛을 발한다. 굳이 폭력서클의 아이들이나 권위주의적 관점의 '문제아'를 등장시키지 않고, 평범하기 이를 데 없는 아이들을 주인공으로 내세웠다는 점도 반길 만하다.
하지만 무엇보다 이 소설이 갖는 장점은 가벼운 추리소설 형식을 빌려 작가가 전하고자 하는 우리나라 교육 현실에 대한 메시지가 매우 날카롭게 가슴을 파고든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이 작품을 교육현실에 대해 '돌직구'를 던지는 무거운 수설로 착각하면 곤란하다. <선암여고 탐정단>은 작게는 이 소설의 주인공이라 할 수 있는 안채율의 성장소설이며, 또 다르게는 탐정단을 이끄는 대장과 채율의 오빠 사이에 펼쳐지는 로맨스 소설이라 불러도 무방할 정도로 여러 장르를 넘나든다.
범인이 밝혀졌을 때 느껴지는 카타르시스는 적지만 그럼에도 촘촘한 사건 전개 과정만 놓고 보면 미스터리 추리소설의 얼개도 잘 갖춘 작품이라 평가할 수 있다. 또한 전체적인 분위기는 일본 소설을 읽는 듯 한 발랄함과 유쾌함이 지배하지만, 각각의 에피소드가 이어지는 과정이나 매 사건이 남겨주는 메시지는 진중하기 그지없다.
그나저나 방과 후의 미스터리는 선암여고 탐정단이 풀었다지만, '치킨게임'으로 얼룩진 우리나라 교육 현실은 대체 누가 어디서부터 풀어야 할까. 출범하는 정부마다 공교육을 바로잡고 사교육비를 줄이겠다고 공약을 내세우는데도, 왜 교육 양극화는 점점 더 심해져 가는 것일까. 정말 '미스터리'다. 아무래도 선암여고 탐정단에게 의뢰를 해야겠다.
"공교육 정상화 공약을 거품으로 만들고 도망간 진범을 찾고, '반값 등록금'이라는 다섯 글자에 담긴 진짜 의미를 해석하라!"
선암여고 탐정단 : 방과 후의 미스터리
박하익 지음,
황금가지,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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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2013>의 여운을 달래줄 '미스터리'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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