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DI 울산공장, 암·백혈병 18명 확인... 6명은 사망

21일 피해자·유족 등 기자회견... 산재 인정과 진상규명 요구

등록 2013.02.21 14:24수정 2013.02.21 1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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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성SDI 울산공장에서 일하다 백혈병이 발병한 피해자와 유족, 삼성일반노조, 반올림, 울산인권연대, 울산지역노동자건강권대책위가 21일 오전 11시 울산시청 프레스센터에서 실상을 알리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삼성SDI 울산공장에서 일하다 백혈병이 발병한 피해자와 유족, 삼성일반노조, 반올림, 울산인권연대, 울산지역노동자건강권대책위가 21일 오전 11시 울산시청 프레스센터에서 실상을 알리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박석철

삼성SDI 울산공장에서 근무했거나 근무 중인 노동자 중 18명이 암과 백혈병 피해자로 확인됐다. 이중 6명은 이미 사망했다. 특히 이들 외에도 뇌질환, 심장질환, 신장질환, 돌연사 등으로 고통받고 있는 사람도 현재 파악된 것만 10명으로 나타났다.

삼성SDI 울산공장 컬러브라운관 1공장에서 23년간 유기용제, 레이저에 노출돼 일하다 2011년 급성골수성백혈병이 발병한 여병운씨와 2005년 급성림프구성백혈병으로 사망한 하청노동자 박진혁씨 가족은 21일 근로복지공단 울산지사에 산재요양 신청을 했다. 앞서 같은 공장에서 불산 세척 작업을 하던 김아무개씨는 2012년 9월 말 비인강암으로 근로복지공단 울산지사에 산재신청을 해 현재 역학조사가 진행 중이다.

사망자 유족들과 삼성일반노조, 반올림, 울산인권연대, 울산지역노동자건강권대책위는 21일 오전 11시 울산시청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그동안 삼성SDI 노동자의 암과 백혈병 등 실상을 공개하고 공식적인 문제제기에 돌입했다.

삼성SDI '직업성 암' 문제 공식 제기... '산재 인정', '삼성 사과' 요구

삼성SDI 울산공장에서 일하다 암과 백혈병으로 확인된 피해자 18명은 대부분 울산1공장에 근무했다는 특징이 있다. 삼성SDI 울산공장 컬러브라운관 1공장은 1986년 설립돼 2007년 말레이시아로 이전되기까지 연간 1000만 본 생산의 중추적 역할을 한 곳이다. 유족과 대책위는 컬러브라운관 2~3공장도 1공장과 같은 공정과 환경인 점을 들어 파악 여부에 따라 피해자가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이들은 기자회견에서 "산재신청한 3명 외에는 아직 피해자들이 직접 산재신청에 나서지는 않았으나 사망하거나 투병 중인 노동자가 15명 더 있는 것으로 확인됐고, 이들은 특히 컬러브라운관 1공장에서 일했던 노동자들"이라며 "1987년 증설된 2~3공장도 같은 작업과 같은 유기용제를 사용해왔기 때문에 동일한 규모의 피해자들이 더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들 노동자들은 백혈병·폐암·림프종 등 2013년 노동부가 산재인정기준을 개선해 올 하반기부터 적용키로 한 직업성 암에 대부분 해당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추가로 삼성SDI 울산공장에서 근무했던 노동자 중 뇌질환과 신부전증으로 제보된 노동자도 10명에 이른다"며 "업무상 과로와 스트레스로 인한 질환인지 뇌질환을 유발하거나 악화시키는 유해물질로 인한 것인지는 더 확인해봐야 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대책위는 "직업성 암 피해자들의 산재신청에 대해 근로복지공단과 노동부가 피해자와 유족, 이들이 추천하는 전문인이 참여하는 공정한 역학조사를 진행할 것을 요구한다"며 " 또한 삼성SDI는 암 피해자와 유족에게 사과하고 명백한 규명을 위한 책임 있는 자세를 가져달라"고 요구했다.

"철저한 은폐... 1인시위로 드러난 실태에 충격과 분노 느껴"


울산인권연대 최민식 대표는 "삼성SDI 울산공장의 직업성 암 피해자의 실태에 놀라움과 충격을 금할 수 없다"며 "실태가 이러함에도 지금까지 철저히 은폐돼왔고, 암에 걸린 당사자나 아들을 잃은 유족의 1인시위와 투쟁을 통해 이런 사실이 확인돼온 과정에 심한 충격과 분노를 느낀다"고 밝혔다.

김성환 삼성일반노조 위원장은 "삼성SDI 울산공장 노동자들은 지금까지 직장암, 간암 등 각종 암과 질환을 숨겨야 했지만 오늘로서 세상에 알려지게 됐다"며 "삼성은 무노조를 위해 감시와 사찰을 해왔는데, 이렇게 암에 걸려 고통받는 노동자들이 많은데 과연 누구를 위한 무노조인가"라고 반문했다.

이어 "암과 백혈병 발병은 삼성반도체만의 문제가 아니라 삼성 계열사에서 광범위하게 발병되고 있는 것이 드러나고 있다"며 "아직도 산재신청을 못하는 분들이 많이 계신다. 삼성은 공개사과 하고 대책을 세워야 하며, 관계 당국은 산재로 지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노조가 모든 것을 해결해주지는 않지만 노동자들이 스스로 몸을 챙길 수 있게 해 줄 것"이라며 "삼성에 노조가 있었다면 이렇게 암 발생자가 대다수 생겨나겠나. 노조 설립을 방해 말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대책위는 이날 기자회견을 시작으로 삼성SDI 울산공장 직업성 암 피해자 제보를 적극적으로 진행하고, 집단 산재신청과 산재 인정 투쟁, 진상규명 운동을 전개해나갈 방침이다.

 급성골수성백혈병 앓는 여병운씨
급성골수성백혈병 앓는 여병운씨 박석철
- 언제 입사했으며 어떤 일을 했나.
"1987년 2월 11일 삼성SDI 울산공장에 입사해 브라운관 유리 앞 뒤를 붙이는 작업을 했다. 유리 접착제인 프리트와 비이클 등 약품을 직접 다루며 유리 부착작업을 했다."

- 언제부터 몸에 이상이 왔나.
"23년을 일했다. 몇 년 전부터 어지럽고 항상 눕고 싶었다. 코피가 수시로 나는 등 몸 상태가 안 좋았다. 운동 잘하고 건강하던 내가 이러니 동료들이 놀랐다. 2011년 병원에서 급성골수성백혈병 진단을 받고 6개월 병가를 내고 6개월 휴직을 했다."

- 왜 그때는 산재신청을 하지 않았나.
"이 병을 앓아보지 않은 사람은 모른다. 몸이 말을 안 듣는데, 일단 살고보자는 생각에 혼자 끙끙 앓았다. 산재를 생각할 여유가 없었다. 지금 산재신청 자료도 내가 혼자 다 마련한 것이다. 회사에서는 일절 도와주지 않았다(그가 산재신청을 위해 준비한 문서자료는 200여 장에 이르렀다)."

- 본인에게 왜 백혈병이 왔다고 생각하나.
"20년 이상을 봉착(브라운관 유리를 붙이는 작업) 일을 해왔다. 한 달에 500시간(야근·특근 반영) 일하는 것도 예사였다. 프리트와 비이클 등 속이 메슥거리는 약품 냄새를 매일 맡으며 여름이면 40도가 넘는 작업현장에서 일해왔다. 이에 대한 대가는 고열수당 등이었다. 유해물질이 (몸에) 쌓이고 쌓인 것 같다."

- 현재 몸이 어떤 상태인가.
"항암 치료를 받는데, 굉장히 좋지 않다. 1월 병원에서 진단 결과 백혈구 수치가 3000개밖에 나오지 않았다."

#삼성SDI 울산공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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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지역 일간지 노조위원장을 지냄. 2005년 인터넷신문 <시사울산> 창간과 동시에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활동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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