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오후 영국 런던 브릭스톤(Brixton) 역 인근 리찌(Ritzy) 영화관 입구에서 램버스 구청(Lambeth Council) 직원이 주민들에게 브릭스톤 재개발에 대한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자료집을 보여주고 있다.
유성호
낮 12시. 런던 브릭스톤 중심가에 있는 리치(Ritzy). 영화관과 카페가 있는 이곳 입구에 램버스 구청(Lambeth Council) 도시계획과 도시재생팀 직원 두 명이 자리를 잡았다. 이들 뒤로 '브릭스톤의 미래(Future Brixton)'라는 글씨가 보인다.
공무원인 이들이 대낮에 영화관을 찾은 것은 'SPD 로드쇼(Roadshow)'를 위해서다. SPD는 Supplementary Planning Documentary(추가계획서)의 약자로, 2009년 승인된 브릭스톤 재개발 마스터플랜(The Future Brixton Masterplan)의 실행계획이 구체화된 문서다. 마스터플랜을 만들 당시 1500명의 주민이 참여했고, 이후 램버스 구청은 수차례의 워크숍, 시장 가판 행사 등을 열어 주민들의 의견을 추가로 수렴했다. 구글닥스를 통해 주민들이 코멘트를 달 수 있도록 하기도 했다. SPD는 그러한 노력이 반영된 결과물이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램버스 구청은 지난 2월 4일부터 오는 3월 15일까지 6주간에 걸쳐 SPD에 대한 주민설명회와 의견청취(Consultation) 기간을 갖는다. 구청 직원 안나(Anna)는 "지난주에는 젊은 층과 주부들이 많이 가는 몰리스(Morley's)라는 쇼핑몰에 다녀왔고, 오늘은 노년층이 많이 볼 것 같은 영화가 상영되는 극장에 왔다"고 말했다. 이날 극장에서는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링컨>과 2012년판 <히치콕>이 상영되고 있었다.
안나가 취재진에게 'Future Brixton'이라고 적힌 자료집을 들어보였다. 10쪽으로 된 자료집에는 지난 수년간의 주민의견 수렴과정을 통해 알게 된 주민들의 생각이 담겨 있다.
"어느 곳에서도 살 능력이 안 되는 지역 주민들의 이야기를 들어달라."(로드쇼 방문자) "치안이 나아지고 있기는 하지만 여전히 개선될 필요가 있다. 특히 밤에."(로드쇼 방문자) "재개발이 어떤 식으로 진행되든, 브릭스톤의 지역적인 특성과 지역 산업을 지킬 수 있도록 해달라. 브릭스톤을 단지 깨끗하고 깔끔한 다른 도시 중심가처럼 만들지는 말아달라."(지역 주민) "개발자들은 지역주민들을 견습생으로 쓰고, 채용해야 한다."(워크숍 그룹 피드백) "건물을 새로 꾸밀 때는 지역 예술가들과 함께 결합해서 했으면 한다."(워크숍 그룹 피드백) 자료집에는 이러한 의견을 바탕으로 만든 재개발 계획도 알게 쉽게 정리되어 있었다. 재개발이 진행되는 지역은 총 네 곳. 브릭스톤 로드(Brixton Road), SW2 엔터프라이즈 센터(Enterprise Centre), 브릭스톤 센트럴(Brixton Central) 그리고 서머레이튼 로드(Somerleyton Road)다. 안나는 "주민들의 접근성을 높이는 것부터 시작해서 삶, 일자리, 주거, 사회적인 인프라 등에 다양한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안나는 이어 "개발이 진행되는 지역 가운데는 구청이 소유하고 있는 땅이 많기 때문에 구청이 선택권을 폭넓게 가질 수 있다"면서 "물리적인 부분뿐만 아니라 지역 일자리를 창출하는 새로운 사업을 시작할 수 있는 장소에 대해서도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주민들 잘 하는 일에 방해물 되지 않는 것이 구청의 역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