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은 학생들을 봉으로 보는가?

[주장] 학생들 상대로 장사하는 대학들 반성해야

등록 2013.02.27 10:38수정 2013.02.27 1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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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대학에 입학한 1990년대 중반에는 학교 주차장은 무료였다. 물론 지금보다 차도 적고 캠퍼스 내의 주차난이 심하지 않았기 때문에 굳이 유료화할 필요가 없었을 것이다. 그런데 몇 년이 지나면서 대학마다 하나둘 학교 주차장을 유료화하더니 지금은 상당수의 대학들은 대학 정문에 차단기를 설치하고 요금을 징수하고 있다.

처음에 학교 주차장을 유료화하는 모습을 보며 적어도 학생이라면 교내 시설물 사용을 자유로이 할 수 있어야지 기껏 등록금을 내고서도 주차요금을 따로 받는 것이 합당한 일인가 싶었다. 한편에서는 늘어나는 주차 차량에 비해 적은 주차 공간 때문에 비용 부담을 통해 캠퍼스 출입 차량을 줄이려는 의도가 있었겠거니 생각했다. 그런데 지금 돌이켜보니 그것보다는 주차 장사를 해서 돈을 벌어보겠다는 계산이 강했던 게 아닌가 의심이 된다.

작년 국정감사 때 김태원 의원(새누리당)이 교과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의하면 주차요금을 받는 22개 국립대학의 지난 5년간 주차비 수입은 443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학 캠퍼스를 주로 출입하는 사람들은 교직원과 학생들일 텐데, 교직원들은 그곳이 직장이니까 크게 억울할 일은 없지만 학생들은 등록금을 내면서 주차요금까지 부가적으로 내게 되니 억울할 수밖에 없다.

대학마다 학생들을 돈벌이 수단으로 여기는 사례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그간 대학들은 입시철만 되면 수험생들을 대상으로 전형료 장사를 해왔다. 그 전형료라는 것도 한두 푼도 아니고 거의 10만 원 가까이 되는 돈이다. 한 대학 지원하는 데 이 정도 금액이 드니까 서 너 군데만 지원해도 수십만 원은 우습게 날아간다. 이런 병폐를 감안하여 작년에 정부에서 수시 원서접수를 6회로 제한하자 대학들은 전형료 수입 감소와 경쟁률 하락을 우려해서 지원 기준을 완화해서 더 많은 학생들의 원서접수를 부추기기도 했다.

대학 기숙사는 어떤가? 최근 대학마다 민간자본을 유치해서 기숙사를 짓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민간자본을 끌어와 새로 기숙사를 짓게 되면 평균 2배 이상 학생 부담금이 오르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학생 부담이 가중되는데도 대학에서 계속 이러한 기숙사를 짓는 데는 이유가 있다. 대학의 입장에서는 자기 돈 안 들이고 번듯하게 기숙사를 지을 수 있어서 좋고, 투자자의 경우에는 20, 30년간 기숙사 운영권을 가지고 자유롭게 장사를 할 수 있어서 좋다. 민자 사업이라는게 결국 공익보다는 이윤 추구에 더 초점이 맞춰진 일이라 결국 기숙사를 지은 뒤에 투자자는 운영권을 가지고 있을 동안 열심히 수익을 뽑아내려고 애를 쓸 것이고 그 부담은 고스란히 학생들이 떠안게 된다.

이렇게 철저하게 학부모와 학생들의 지갑을 털어가는 대학들은 학생들이 졸업하는 순간 야박한 인심을 드러낸다. 전 세계적인 경제 불황과 청년실업난으로 인해 졸업 전까지 취업을 하지 못하는 학생들이 얼마나 많은가? 졸업한 이후 이들이 발을 동동 구르며 모교 도서관에서 취업준비라도 할라치면 대학에서는 이용요금을 내라고 압박한다. 보도에 따르면 서울의 한 대학은 졸업생이 도서 대출을 하려면 예치금을 30만 원 내야 하고, 어떤 대학은 예치금은 없고 매년 3, 4만 원씩 이용료를 내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액수가 중요한 것은 아니다. 졸업생들을 대하는 태도가 문제다. 학생 때부터 철저히 호주머니 털 생각만 하는 대학들이 졸업생들은 귀찮은 존재라 여기는 듯하다. 졸업하고도 취업준비생으로 학교를 전전해야 하는 청년들을 모교조차도 따뜻하게 품어줄 수 없단 말인가?

대학이 '진리의 전당'이라든지 '지성의 요람'이라고 불리던 시절은 이미 지났다. 취업을 위한 직업인 양성소로 변해가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대학이 이윤을 추구하는 사기업처럼 행세해도 된다는 말은 아니다. 대학생들은 소비자가 아니라 피교육자이다. 그러나 대학당국에서는 어느새 학생들을 자기들 교육서비스를 제공받는 소비자로만 인식하는 듯해서 씁쓸하기만 하다.
#대학 #장사 #주차장 유료화 #민자 기숙사 #돈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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