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하나 바뀌었다고 세상이 변하겠는가

[서평] 대선 후라도 꼭 읽어야 할 <망가뜨린 것 모른 척한 것 바꿔야 할 것>

등록 2013.03.02 15:52수정 2013.03.02 1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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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가뜨린 것 모른 척한 것 바꿔야 할 것> 겉표지 ⓒ 김병현


혹자는 이 책을 대선 전에 꼭 읽으라고 권했다. 하지만 난 불행히도 대선이 끝난 후, 지금에야 접했다. 후회하지 않는다. 아니, 오히려 단언할 수 있다. 이 책은 '한국 사회의 변화가 필요한 때라면 언제든지' 필독서라고 말이다. 대선 결과와 상관없이 우리의 변화는 계속되어야 한다. 그래서 우리는 차라리 지금 이 책 <망가뜨린 것 모른 척한 것 바꿔야 할 것>을 읽어야 한다. 그리고 'MB 이후'의 시대를 시작하자.

변화는 어떻게 시작될까? 대통령 하나 바뀌었다고 세상은 결코 저절로 변하지 않는다. 누군가는 먼저 시작해야 한다. 공동체는 한 사람으로 구성된 것이 아니다. 우리는 모두 공동체 안에서 나름의 역할이 있다. 결국, 각자의 행동이 공동체의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다. '누군가가 해주겠지'라는 생각으로 여태껏 모른 척한 것,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동조해 망가뜨린 것, 미뤄두다 만연해 버린 바꿔야 할 것, 모두 불편한 사실이지만 우리가 만들어낸 산물이다. 되돌리는 것도, 알아야 할 것도, 바꾸는 것도 우리의 몫이라는 뜻이다. 사회를 위해, 우리의 행복을 위해.


"생각해보자. 왜 배우고 왜 돈을 버는가? 행복하고 사람답게 살고 싶기 때문이 아닌가? 한국의 위기가 주는 교훈은 다른 이들이 행복해야 당신도 행복해진다는 사실이다. 당신이 남을 배려하면 남도 당신을 배려한다. 이 좋은 걸 왜 마다하는가?" (20쪽)

이명박 정부는 이상한 신념을 지니고 있었다. 서울시장 시절 청계천 신화로 대표되는 밀어붙이기식 불통정치는 대통령이 되어서도 이어졌다. 국민이 반대하더라도 일단 시작해서 결과물을 보여주면 국민은 결국 좋아한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물론 대통령 본인의 강박증에 가까운 '가시적 성과 욕구'도 한몫했으리라 본다.

문제는 이런 정책들이 결국 우리가 살아가는 공동체를 파괴한다는 점이다. 개발이 시작되면 오밀조밀 정을 나누며 살아가던 이웃이 한순간에 이해관계로 엮이게 된다. 산술적 계산이 시작되면서부터 더이상 예전과 같은 따스한 관계는 유지되기 어렵다. 대신에 갈등이 싹튼다. 이명박 정부의 대표적 개발 사례인 4대강 사업은 하나의 이름으로 불렸던 강을 지역별로 무수히 많은 이해관계로 쪼개놓았다. '우리'가 공유했던 것을 '내 것'과 '네 것'으로 찢어놓았다는 점에서 너무나 사악한 정책이었다.

그럼에도 우리 사회를 지탱할 수 있었던 힘은 따스한 가슴을 가진 시민과 잘 조직된 공공 서비스였다. 자본의 논리로 똘똘 뭉친 사기업이 모든 서비스를 담당했다면 달랑 한집만 있는 외딴 오지에도 미소를 지으며 찾아가 편지를 건네주는 집배원을 찾아볼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효율성을 내세우며 호시탐탐 민영화를 독려하는 세력이 있다. 그들이 얻고자 하는 것은 무엇일까? 확실한 것은 그들이 얻는 것보다 우리가 잃는 것이 더 클 것이라는 사실이다.

소아마비 백신의 특허출원을 거부한 조너스 소크 박사는 이유를 묻는 말에 이렇게 답했다고 한다.


"특허신청을 하는 일은 없을 겁니다. 당신 같으면 햇볕을 가지고 특허신청을 하겠습니까?"

결국, 사회를 유지하는 것은 시장 만능 주의자들이 주장하는 것처럼 영리를 추구하는 인간의 본성이 아닌, 양심과 명예 그리고 따스한 정이 아닐는지.

모든 책임을 정권 탓으로 돌리기에는 우리의 민낯도 창피하기 그지없다. 작년 강남의 한 아파트에 배달원들은 승강기를 이용하지 말라는 대자보가 나붙었다. 또한, 피자 배달원들을 죽음으로 내몰던 30분 보장제의 문제점도 지적됐었다. 언젠가는 스스로 임금을 올리지 않겠다는 각서를 받으러 다녔던 아파트 경비원들의 이야기도 떠오른다. 감정노동에 시달리는 콜센터와 매장의 직원들은 어떠한가.

이들은 남이 아니다. 누군가의 어머니고, 아버지며, 누이고 형제다. 결국, 고개를 숙이고 감정노동을 하는 것은 돈을 받는 우리의 이웃이라는 말이다.

국가인권위원회의 2011년 소비자 설문조사에서 판매사원들이 '소비자로 인한 스트레스로 우울증을 앓거나 질병에 걸릴 수 있다는 것을 안다'는 응답이 81.2%라는 사실은 충격적이다. 자신의 행동이 상대방에게 악영향을 준다는 것을 인지하면서도 그렇게 하는 것이다. 어느새 우리는 이 잔인한 세상에서 스스로 잔인한 가해자가 되어가고 있다.

기억하자.

"인간에 대한 예의와 배려는 어떤 정당이 집권하고 어떤 지도자가 당선되는가와 상관이 없다. 시민 스스로가 해결해야 할 문제다. 다시 한 번 말하건대, 손님은 왕이 아니다."(80쪽)

그리고 똑똑히 알아야 한다. 2009년 7월 29일치 <조선일보>는 동서리서치 조사를 인용해서 저소득층일수록 보수정당과 보수정치인을 지지하는 경향이 있다고 보도했다. 당시 한나라당 지지율이 가장 높았던 계층은 월 소득 100만 원 미만으로 41.9%의 지지율을 보였다. 그런데 재미있는 사실은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2007년 발간한 보고서에서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지지자일수록 자신을 '중산층 이상'으로 인식하는 비율이 높았다는 점이다.

현실을 인식해야 한다. 어려운 이들을 위한 이타적인 투표는 못 할망정 최소한 자신의 이익을 해치고 공동체를 위협하는 이들에게 표를 던져서는 안 된다. 물론 자신이 상위 0.1%에 속한다고 생각한다면 해당되지 않는 이야기겠지만.

"민주주의의 적은 오히려 자신의 이익을 해치는 사람에게 표를 던지는 것이다. 내가 다녔던 학교를 나온 후보를 뽑는 게 도대체 내 장래에 어떤 도움이 될까? 그 후보가 비정규직인 당신 목을 죄는 '노동 유연화' 정책을 내세운 사람인데 말이다. 연고지에서 대통령이 나오는 게 내 고향의 미래에 어떤 도움이 될까? 그의 관심이 오직 '수도권'에만 있는데 말이다." (260쪽)

너의 행복이 나의 행복이 될 수 있다. 그저 입에 발린 소리가 아니다. 개인이 바뀌어야 사회가 바뀔 수 있다. 지금 바로 시작하자.
덧붙이는 글 <망가뜨린 것 모른 척한 것 바꿔야 할 것>, 강인규 지음, 오마이북 펴냄, 2012.11, 1만4천원

망가뜨린 것 모른 척한 것 바꿔야 할 것 - 한국 사회의 변화를 갈망하는 당신에게

강인규 지음,
오마이북, 2012


#망가뜨린 것 모른 척한 것 바꿔야 할 것 #강인규 #오마이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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