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사 가맹점마저 공습한 '이마트에브리데이'

살려고 가맹점 택했지만, 직영점한테 역습당해

등록 2013.03.06 17:44수정 2013.03.06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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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재벌이 기업형 슈퍼마켓(SSM)을 무분별하게 진출시키며 골목상권을 잠식하고 있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고 있는 가운데, 이마트에브리데이가 자사 가맹점이 입점한 곳에서 불과 300여 미터 떨어진 곳에 직영점을 입점해 빈축을 사고 있다. 이마트에브리데이는 이마트로부터 상품을 공급받으며, 중소상인들은 SSM의 변종이라고 일컫는다.

인천 연수구 청학동에 있는 '에이스마트'는 이마트에브리데이의 가맹점으로 이마트에브리데이로부터 상품을 공급받는다. 가맹점 주인 김장실씨는 올해 1월 같은 자리에서 가맹점을 시작하기에 앞서 지난해 11월 매장 규모 800여㎡(약 250평)의 '굿모닝마트'를 인수한 뒤 '에이스마트'로 상호를 바꿔 장사를 시작했다.

'굿모닝마트'는 2012년 9월에 이 골목상권에 처음 문을 연 가게로 그해 8월까지만 해도 가게 자리가 수영장이었던 터라 김씨는 장사에 대한 기대가 높았다. 하지만 기대 이면에는 걱정도 있었다. '에이스마트'에서 불과 300여 미터 떨어진 시대아파트상가 지하에 '에이스마트'보다 규모가 큰 '소망마트' 1785여m2(=약 540평)가 자리 잡고 있었기 때문. 그러던 중 김씨는 지인으로부터 '소망마트'보다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는 '상품 공급점'을 알게 됐다.

이에 이마트에브리데이 측을 만나 면담했다. 설명을 다 듣고 난 뒤 김씨는 상품 공급점을 안 하는 방향으로 선회했다. 김씨는 "이마트에브리데이는 자신들의 '상품 공급점 가맹점이 의무휴업 대상이 아니'라고 했지만, 제가 보기엔 의무휴업일제 대상이 될 것 같아서 그랬다. 월 2회를 쉬느니 차라리 개인사업자로 남아서 장사해보는 게 낫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일은 그렇게 일단락되는 듯했다. 그러나 얼마 안 있어 '소망마트'에 또 다른 SSM인 '지에스(GS)슈퍼'가 입점한다는 소식을 접한 김씨는 다시 이마트에브리데이를 접촉했다.

김씨는 "우리는 250평인데 '소망마트'가 있는 지하는 약 4628여m2(=약 1400평) 규모다. 그중에서 현재 약 540평만 마트로 사용하고 있지만, 나중에 1400평으로 확장하면 도저히 감당할 수 없다고 봤다. 사실 그 정도면 대형마트다. 그래서 이마트에브리데이를 다시 만났고, 1월 8일 가맹점 계약서에 도장을 찍었다"고 말했다.

이마트에브리데이와 상품 공급점으로 계약한 후 영업하면서 내부 인테리어 공사를 진행해 1월 28일 가맹점 간판을 달고 장사를 시작했다. 그러나 그로부터 일주일이 채 안될 무렵 김씨는 '소망마트'를 인수한 게 GS슈퍼가 아닌 이마트에브리데이라는 소식을 접했다.


김씨가 가맹점 간판을 단지 불과 열흘 만에, 소문은 현실로 드러났다. 김씨는 "2월 6~7일께 소문을 확인하기 위해 '소망마트'에서 껌과 커피를 샀다. 영수증에는 이마트에브리데이 본사 사업자 번호와 대표이사 이름이 선명했다. 그리고 2월 15일에는 이마트에브리데이 연수점이라는 간판을 달고 영업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아울러 김씨는 "2월 6~7일께 직영점 영수증을 확인했으니 최소한 2월 5일 무렵에는 이미 사업자 등록을 마쳤을 것으로 보인다. 사업자 등록번호를 받기 위해서는 임대차계약서를 세무서에 제출했을 텐데 그러면 임대차계약은 최소한 그 전에 이미 이뤄졌다는 얘기고, 그렇다면 이마트에브리데이는 나를 속여 사기 계약을 한 것"이라며 "이마트에브리데이 가맹점 담당 직원들은 전혀 몰랐다고 하지만, 누가 그 말을 믿겠냐?"고 분통을 터트렸다.


SSM 가맹점이 직영점 상대로 사업조정 신청

김씨는 이마트에브리데이를 상대로 2월 8일 인천시에 사업조정을 신청했다. SSM 가맹점이 SSM 직영점을 상대로 사업조정을 신청하는 사건이 발생한 것. 김씨가 사업조정을 신청했지만 이마트에브리데이는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2월 16~17일에 '소망마트' 물건을 뺀 뒤 내부 인테리어 공사를 실시해 2월 28일 간판을 내걸고 장사를 시작했다.

사업조정을 신청한 후 김씨는 인천시청에서 이마트에브리데이 측을 두 차례 만났다. 김씨는 이마트에브리데이 측에 거세게 항의하며 계약을 없었던 일로 할 것과 보증보험금 3000만원을 포함해 가맹점 개점에 들어간 돈 5500만원을 환급해줄 것을 요구했다.

김씨가 항의하자, 이마트에브리데이는 쓰레기봉투와 담배 등을 직영점 판매 항목에서 제외하겠다고 제안했다. 이마트에브리데이의 제안에 어이가 없었던 김씨는 계약 파기를 통한 원상복구가 어렵다면 '직영점과 동일한 가격으로 상품을 공급하고 직영점이 월 4회 배포하는 전단지를 1회로 줄이고, 전단지는 가맹점 주변에 배포하지 말 것'을 요구했다.

김씨는 "그랬더니 이 사건이 다른 부서로 넘어가게 된다며 이래저래 미루더라. 또 내가 아예 여기를 인수해 직영점으로 하라고 했더니, 지금은 사장이 프랑스 출장 중이라 3월에 귀국한다며 그때 가서 얘기하자고 그런다"고 하소연했다.

가맹점주 김씨의 하소연에도 불구, 계약서는 김씨에게 불리하게 돼있어 김씨의 한숨은 깊을 수밖에 없다. 계약서에는 이마트에브리데이가 가맹점으로부터 300미터 이내에 다른 이마트에브리데이를 입점하지 않는다고 돼있다. 그러나 이마트에브리데이 직영점은 김씨가 운영하는 가맹점에서 314미터 떨어진 곳에 있어, 계약서상 김씨는 할 말이 없는 셈이다.

이와 관련해 김씨는 "직영점이 들어온다고 해서 계약서부터 봤는데 300미터로 돼있어서 깜짝 놀랐다. 분명 1월 8일 계약서를 작성하기 전 500미터~1킬로미터 이내로 합의했다. 그래서 당시 컨설팅 직원한테 계약서 내용이 합의한 것과 다르니 계약서를 수정한 뒤 도장을 날인해달고 했다. 그랬더니 그 직원이 '죄송하다. 진짜 면목이 없다. 도장을 찍어주면 다치게 된다. 못해주겠다'고 했다. 녹음도 해뒀다"고 말했다.

이마트에브리데이 총무팀은 4일 기자와 한 전화통화에서 "현재 사업조정이 들어와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라며 "협의가 진행 중이라 협의 과정에 대해서 말씀 드릴 게 없다"고 말했다.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부평신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이마트 #SSM #이마트에브리데이 #전국유통상인연합회 #중소상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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